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슈레딩거의 고양이

minjpm 2009. 12. 19. 09:16

물리학에서는 현재 상태를 물리법칙에 대입하여,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현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고 자연 현상을 지배하는 물리법칙을 알고 있으며, 그 물리법칙을 나타내는 방정식을 풀어 해를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정확하게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뉴턴역학을 기초로 하고 있던 고전 역학에서 그것은 사실이었다. 많은 경우에 정확한 해를 구할 수 없어서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많았지만 정확한 해를 구하고도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것은 자연에서는 역학 법칙에 위반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철저하게 인과법칙을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 물리학에서 통했던 인과법칙, 더 이상 양자 물리학에서는 통하지 않게 되었

그러나 양자 물리학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었다. 초기조건을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법칙인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입하여 미래의 상태를 나타내는 해를 구해보면, 하나의 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해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것은 같은 상태에서 출발해서 같은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도 다른 상태로 갈 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라는 문제가 남게 되었다.

 

양자 물리학의 큰 흐름을 결정한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여러 가지 다른 상태가 가능한 입자의 상태는 가능한 여러 가지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입자의 상태를 구하기 위해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었더니, 그 해가 ϵ1의 에너지를 가지는 ψ1상태와 ϵ2의 에너지를 가지는 ψ의 상태로 나왔다. 그렇다면 이 입자의 상태는 두 상태를 모두 포함하는 ψ=aψ1+bψ2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는 이 때 이 입자가 ϵ1의 에너지를 가질 확률과 ϵ2의 에너지를 가질 확률을 계산할 수 있고, 그 에너지의 기대값을 계산할 수 있다. 왜 양자 물리학에서는 입자의 정확한 상태(결과)가 아니라 확률과 기대값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앞의 광자재판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가 이 입자가 실제로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측정을 하면, 입자의 상태는 두 상태가 중첩된 상태에서 하나의 상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측정하는 순간 확률이 붕괴하여 입자는 특정한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양자 물리학에서는 고전 물리학과 다르게 확률과 기대값으로 결과를 나타내게 되었다.


  

전편의 광자 재판에서 다룬 광자가 지나간 경로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관측하지 않을 때 광자의 상태는 두 창문을 통과하는 두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광자가 동시에 두 창문을 통과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어느 창문을 통과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측정을 하면 광자는 두 창문 중의 하나의 창문을 통과하는 상태로 고정되어 버린다. 이런 경우 우리는 광자가 두 창문 중에서 하나만을 통과한다고 했다. 이러한 확률의 붕괴는 측정이 어떻게 물리량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준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 1/2살았다 + 1/2죽었다??

양자 물리학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에 동의할 수 없었던 아인슈타인슈뢰딩거는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양자 물리학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후, 1935년에 코펜하겐 해석을 반박하는 아주 중요한 사고 실험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아인슈타인, 포돌스키, 로젠의 이름으로 제안된 것으로, 이들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EPR 역설이라고 부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슈뢰딩거의 이름으로 제안된 슈뢰딩거의 고양이였다. 슈뢰딩거는 1935년에 독일에서 발간된 <자연과학>이라는 잡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글을 실었다.

 

다음과 같이 우스꽝스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고양이 한 마리가 철로 만들어진 상자 안에 갇혀있다. 이 상자 안에는 방사선을 검출할 수 있는 가이거 계수관과 미량의 방사성 원소가 들어 있다. 방사선 원소의 양은 아주 적어서 한 시간 동안에 한 개의 원자가 붕괴할 확률과 한 개도 붕괴하지 않을 확률이 각각 50%이다.

 

 

만약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 가이거 계수관이 방사선을 감지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스위치가 작동되어 연결된 망치가 시안화수소(HCN)산이 들어있는 병을 깨트려서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시안화수소산이 흘러나오도록 하는 장치가 되어 있다. 이 상자를 한 시간 동안 방치해 둔 후에 고양이의 상태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양자 물리학에서는 고양이의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는 살아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파동함수와 죽어 있는 고양이를 나타내는 파동함수의 중첩으로 나타낸다. 다시 말해 고양이는 죽어 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가 혼합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고양이는 살아 있는 상태나 죽어 있는 상태 중의 한 상태로 확정된다는 것이다. 관측하기 전까지는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가 중첩된 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중략---

 

이 사고 실험은 실재(實在)를 나타내는 ‘흐릿한 모델’을 순진하게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한다. 흔들려서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과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강둑을 찍은 사진은 다른 것이다. 이 사고실험의 목적은 코펜하겐 해석이 가지고 있는 명백한 오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의 직감은 어떤 관측자도 여러 가지 상태가 중첩된 상태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고실험 속의 고양이는 여러 가지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는 것이다. 고양이가 특정한 상태에 존재하기 위해서 외부의 관측자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만약 고양이가 살아 있다면 고양이는 외부의 관측자의 관찰 유무와 관계없이 살아 있던 자신의 모습 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 아닌가? 아인슈타인은 양자이론의 모순을 부각시킨 이 사고 실험에 매우 만족해했다. 훨씬 후인 1950년에 슈뢰딩거에게 쓴 편지에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라우에(Max T.F. Von Laue, 1879~1960)를 제외한다면 당신은 실재에 대한 엉성한 가설 주위를 맴돌지 않는 유일한 정직한 사람입니다. 과학자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실재를 가지고 얼마나 위험한 장난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실재는 실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양이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이 살아 있는 고양을 나타내는 파동함수와 죽어 있는 고양이를 나타내는 파동함수의 중첩으로 나타내진다는 그들의 설명은 당신의 고양이+방사성 원소 + 증폭기 + 화약을 이용한 사고실험으로 거부되었습니다. 고양이의 상태가 관측의 유무와 관계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확실한 사실입니다.

 

참고로, 원래 슈뢰딩거가 제안한 고양이 상자에는 화약이 들어 있지 않았고 대신 가이거 계수관과 독약이 들어 있었다. 화약은 15년 전에 슈뢰딩거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것이었다.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 덕분에, 코펜하겐 학파는 ‘관측’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여러 가지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내지는 체계는 측정이 실시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따라서 상자가 닫혀 있는 동안에는 죽은 고양이의 상태와 살아 있는 고양이의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지만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고양이는 두 가지 상태 중의 하나의 상태로 확정돼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제안한 슈뢰딩거나 아인슈타인을 설득시킬 수 없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관측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 물리학에서 관측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 실험이 제안된 후 이것을 설명하는 많은 이론들이 제안되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대한 다양한 설명은 지면 관계상 다음 이야기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곽영직 / 수원대학교 자연대학장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자연대학장으로 있다. 쓴 책으로는 <과학이야기> <자연과학의 역사> <원자보다 작은 세계 이야기>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