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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의 공룡 - 시화호 남쫌 모래밭 한국공룡의 흔적들

minjpm 2009. 12. 10. 08:43

우기가 끝나기만 기다리던 암컷 초식공룡은 비가 그치자 마음이 바빠졌다. 다른 공룡들이 몰려들기 전에 계곡 근처 하천변 모래밭에 구덩이를 파고 알을 낳아야 한다. 개울가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고 육식공룡의 접근을 미리 알 수 있는 높고 좋은 자리는 누구나 탐낸다. 어미 공룡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강줄기를 건너 높은 산 골짜기에서 퇴적물이 부채꼴로 흘러내린 선상지로 향했다. 이미 수많은 다른 공룡들이 둥지를 파고 알을 낳고 있었다. 배설물 냄새가 코를 찌르고 파리와 모기의 조상뻘이 피를 빨기 위해 덤벼들었다. 하늘에선 익룡이 거대한 날개를 펴고 호시탐탐 알을 채갈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여기만큼 먹이가 풍부하고 포식자가 닥칠 위험이 적은 곳을 찾기는 힘들다. 벌써 수십만년 동안 공룡들이 알을 낳으러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이다. 갑자기 날이 어두어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개울이 범람하고 공룡알 둥지가 돌과 흙더미에 묻혔다. 해마다 우기 끝물에 벌어지곤 하는 ‘작은 비극’이었다.  

 

 

 

홍수로 쓸려온 토사에 눌려 깨졌을 가능성 보여줘

그로부터 약 1억년 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에선 탐방객들이 붉은 사암 속에서 윤곽을 드러낸 공룡알 화석을 신기한 듯 들여다 보고 있었다.

 

공룡알 화석은 시화호가 방조제로 막히면서 육지가 된 시화호 남쪽 간척지에서 1999년 처음 발견됐다. 이후 학계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를 비롯해 삼존리에서도 공룡알이 발견되는 등 모두 12개 지역에서 둥지 29개와 181개의 공룡알과 그 껍데기 파편이 확인됐다.

 

지난달 17일 국내 최대 공룡알 화석 산지인 고정리를 찾았다. 중생대 백악기의 붉은 사암으로 이뤄진 작은 섬들이 누렇게 마른 띠의 평원에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동행한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룡이 살 당시 이곳은 하천 상류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공룡알이 발견된 곳은 많지만 모두 강 하류나 호숫가였다. 퇴적층을 자세히 보면 가는 모래가 곱게 쌓여있던 곳에 굵은 자갈이 섞인 토사가 쏟아져 들어와 하천 단면을 메운 흔적이 선명하다.

 


 

 

또 자갈들이 물살에 밀려 한쪽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 모습도 있다. 매끈한 자갈 대신 거칠고 크기가 고르지 않은 돌조각이 많다는 것도 하천 상류였음을 가리킨다. 시화호 공룡알은 적게는 3개, 많게는 12개가 직경 약 1m의 둥지에 담겨 있다. 알의 상당수는 윗 부분이 열려 있고 그 껍데기 파편이 돌조각과 함께 알 속 바닥에 담겨 있다. 홍수로 쓸려온 토사와 돌에 눌려 깨졌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떤 공룡알은 여러 층으로 포개져 있어 거북이나 악어처럼 땅을 파고 알을 낳았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 공룡알은 퇴적 시기가 다른 10개 층에서 나와, 오랜 기간 공룡이 이곳을 번식지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단단한 뼈보다 연약한 알이 더 많이 화석으로 남은 까닭

 


그렇다면 시화호는 어떤 공룡의 고향이었을까. 이 박사는 “알 속에서 태아 화석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정확히 어떤 종인지 알 수 없다”며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알은 모두 3종인데 모두 초식공룡인 용각류와 육식공룡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정리 개미섬과 여기서 4km 떨어진 삼존리 공사현장에서 2006년 발견된 공룡알은 껍질이 유독 두꺼워 눈길을 끈다. 부피가 270cm3인 이 알의 껍질 두께는 4.2mm에 이른다. 멸종한 사상 최대의 새 마다가스카르 코끼리새는 알의 부피가 7300cm3이지만 두께는 3.8mm에 그친다. 이 박사는 “이 정도의 알을 깨려면 300kg 이상의 하중이 필요하다”며 “어미 공룡이 악어처럼 알껍데기를 살짝 물어 깨뜨려 새끼의 부화를 도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 화석지에서는 2002년 육식공룡의 갈비뼈가 발견됐다. 지난해에는 전곡항 방조제에서 머리 부분을 뺀 하반신 뼈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초식공룡 프로토케라톱스 류의 화석이 발견돼, 1억년 전 시화호 일대에 다양한 공룡이 살았음을 보여준다.

 

약한 알이 단단한 뼈보다 더 많이 화석으로 남은 까닭은 뭘까? 이 교수는 움직일 수 없는 공룡알은 쉽게 퇴적물에 묻힌 반면 공룡은 하천 범람을 피해 도망쳤으며, 사고로 죽은 공룡의 주검도 빠른 물살을 타고 하류로 흘러갔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시화호 일대의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은 화성시 송산면과 마도면 일대 16km2에 이르지만 대부분이 개펄에 덮혀 있어, 장차 발굴을 확대한다면 엄청난 양의 공룡알과 뼈 화석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룡화석 추출 작업실의 풍경

작업장에는 미세한 돌가루 먼지가 떠다녔다. 확대경을 들여다 보며 암석 덩어리에서 좁쌀 크기로 암석을 떼어내는 공기파쇄기를 쥔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공룡이 먼지를 털고 7천만년 동안의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공룡알 화석지 방문자센터 1층에 가면 유리창을 통해 흰 작업복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암석 덩이에서 공룡화석을 파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성시가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몽골 등의 연구자와 함께 해마다 몽골 고비사막에서 발굴한 암석에서 공룡화석을 추출하고 있는 것이다. 방 한가운데는 1차 탐사 때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굴한 ‘타조 공룡’ 갈리미무스의 화석이 원래 골격 모습을 대부분 드러내고 있다.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 옆에는 가느다란 갈비뼈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갈비뼈 안에는 소화를 돕기 위해 삼킨 작은 자갈(위석)이 들어있다.


 

특히 척추나 머리뼈처럼 복잡한 형태의 화석을 추출하는 데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다. 전등을 밝힌 작업대에서 확대경을 보며 압축공기를 불어넣고 붓으로 털어내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한 작업자는 “주먹만한 돌에서 이암을 떼어내는 데 한 달까지 걸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루함을 덜기 위해 전자부품 조립공장처럼, 화석 작업장 스피커에서는 대중음악이 흘러나왔다. 방문자센터의 자연유산해설사 7명이 돌아가며 이 작업을 돕고 있다. 수장고에는 이들이 처리해야 할 화석 덩이가 컨테이너에 담겨 산처럼 쌓여있다. 고비사막에서 캔 화석은 석고를 입혀 반입한다. 골절 부위에 석고붕대를 하듯 외부충격에서 화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화석을 추출할 때도 진동을 흡수하기 위해 모래주머니 위에 석고화석을 놓고 작업을 한다.

 

 

공룡화석이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인구 48만의 작은 지자체로서는 거금인 25억원의 예산을 들인 5년간 탐사의 결과물이자 2015년까지 완공할 공룡박물관의 주요 전시물이기 때문이다. 박보현 화성시 투자진흥담당관은 “국내 어느 박물관보다 많은 진품 공룡화석을 갖추고 외국 박물관과 교환전시 사업을 벌이면 수도권의 명물이 될 것”이라며 “화석 추출이 마무리돼 학술연구가 시작되면 세계적인 논문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생대 한반도는 공룡 천국

공룡은 중생대(2억4800만~6500만년 전) 동안 남극에서 알래스카까지 모든 대륙에서 번창했다. 그러나 공룡화석은 이 시기에 육상에서 퇴적층이 쌓인 곳에서만 발견된다. 한반도는 중생대 초 대륙이 이동하고 충돌하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한반도는 3개로 나뉘어 밀리고 회전하며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가 됐다. 이때 분출한 마그마는 북한산, 설악산 등 주요 산체를 형성한 화강암으로 굳었고 현재의 지체구조가 거의 완성됐다. 따라서 우리나라엔 백악기 초와 쥐라기의 지표 퇴적층이 적고, 이때의 공룡 화석도 거의 없다.

 

대신 중생대 말인 1억4400만년~6500만년 전의 백악기에는 경상남북도 대부분을 포함하는 경상분지에 거대한 호수가 형성됐고 여기로 흘러든 하천이 발달해 공룡의 천국이 펼쳐졌다. 또 단층선을 따라 지각이 열리면서 가라앉아 형성된 소규모 분지가 많이 만들어졌다. 시화호 주변의 남양분지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남한의 백악기 공룡화석은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풍부하다. 특히 경남과 경남 해안의 발자국 화석은 세계적 규모이다. 또 공룡알 화석도 대규모 집단 산란지였던 전남 보성군 득량면 비봉리 선소해안을 비롯해 경남 하동, 고성, 사천, 통영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조홍섭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ecothink@hani.co.kr
현 <한겨레> 환경전문기자로, EBS <하나뿐인 지구> 진행(2005년)
<환경과 생명의 수수께끼><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 등 저술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eninsula/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