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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

minjpm 2010. 2. 25. 08:42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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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처’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은 베토벤이 남긴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소나타로 평가된다.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소설 덕분에 ‘크로이처’라는 부제는 이 곡에 더욱 신비스럽고 강렬한 이미지를 던져주지만, 사실 ‘크로이처’란 다름 아닌 프랑스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이다. 베토벤이 이 소나타를 그에게 헌정했기 때문에 이 소나타는 ‘크로이처 소나타’로 불리게 된 것이다.

 

no 아티스트/연주  
1 1악장 - Adagio sostenuto - Presto 듣기
2 2악장 - Andante con Variazioni 듣기
3 2악장 - Var.1 듣기
4 2악장 - Var.2 듣기
5 2악장 - Var.3 듣기
6 2악장 - Var.4 듣기
7 3악장 – Finale. Presto 듣기

3월 10일까지 무료로 전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그러나 베토벤이 처음부터 이 소나타를 크로이처에게 헌정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본래 이 곡을 바이올리니스트 브릿지타워를 염두에 두고 작곡했고 그에게 헌정하려 했었다. 브릿지타워는 아프리카 출신의 아버지와 유럽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던 바이올리니스트로 화려한 연주 스타일과 뛰어난 기교를 지니고 있어 일찍부터 명성을 얻고 있었다. 베토벤은 그의 연주 스타일을 아주 좋아해서 그를 위해 이 소나타를 작곡하여 함께 연주했고 연주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곡을 헌정받은 크로이처는 “무식한 곡”이라고 비난했다

연주회 당시만 해도 베토벤과 브릿지타워의 관계는 무척 우호적이었고 브릿지타워 역시 베토벤을 음악적으로 매우 존경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그건 여자 문제 때문이었다. 알려진 바로는 한 여인 때문에 서로 반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베토벤은 1805년에 그의 새로운 바이올린 소나타를 출판하면서 엉뚱하게도 이 곡을 프랑스의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처에게 헌정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베토벤으로부터 소나타를 헌정 받은 바이올리니스트 크로이처는 당시 바요, 로드와 더불어 프랑스 바이올린 악파의 삼총사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음을 짧게 끊어 연주하는 스피카토 주법보다는 음과 음 사이를 연결해 연주하는 레가토 주법을 선호했던 전형적인 프랑스 악파의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특히 정확한 인토네이션을 구사하는 뛰어난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었다. 베토벤과는 1804년에 교류가 있었는데, 이때 베토벤은 크로이처의 가식 없고 자연스러운 연주에 큰 감명을 받고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을 크로이처에게 헌정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작 크로이처 자신은 이 소나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베토벤에 대해서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증언에 따르면 크로이처는 그 자신에게 헌정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난폭하고 무식한 곡”이라 평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 곡이 ‘크로이처’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컬하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접전을 벌이는 강렬한 작품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숨 가쁘게 펼쳐지는 피아노 파트가 특히 화려하다. 너무나 화려한 나머지 마치 바이올린을 위협하듯 공격적이다. 그러나 바이올린 파트 역시 만만치가 않다. 바이올린은 불을 뿜는 듯한 스타카토와 강렬한 악센트를 선보이며 피아노와 접전을 벌인다. 그래서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야말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 있는 진정한 의미의 듀오 소나타로 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 곡의 초판본을 보면 악보에 “거의 협주곡처럼, 극히 협주곡과 같은 스타일로 작곡된 바이올린 오블리가토에 의한 피아노 소나타”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독일의 음악학자 아놀드 셰링은 그의 저서 [베토벤과 시]에서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의 협주곡적인 스타일에 착안하여 매우 흥미로운 분석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의 해석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셰링은 16세기 이태리 시인 타쏘의 [예루살렘의 해방] 중 제 12가에 나오는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의 이야기를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1악장에 그대로 대입하여 이 곡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싸움’과 같다고 설명했다.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에 의하면 십자군의 용사 탄크레디는 아름다운 클로린다를 사랑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적국의 회교도 여전사이다. 클로린다가 사라센의 전사 아르간테와 더불어 십자군 성채에 불을 지르고 도망치자 이를 뒤쫓은 탄크레디는 자신이 뒤쫓고 있는 전사가 클로린다인 줄도 모른 채 그녀에게 1대 1의 결투를 신청한다.


 

 

 

연인들의 싸움처럼 처절하고 비극적인 1악장


[크로이처 소나타]의 제1악장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연인들의 싸움처럼 처절하고 비극적이다. 결국 1악장 후반부에 나타는 피아노의 강한 일격에 바이올린이 맥을 못 추게 되면서 이 비극적 드라마는 종막으로 치닫게 된다. 셰링에 의하면 이 부분이 바로 탄크레디의 칼끝이 클로린다의 아름다운 가슴을 꿰뚫는 장면이다. 이후 클로린다의 괴로운 숨결은 방황하듯 표류하는 화성으로 표현되고, 바로 그 때 클로린다의 투구를 벗긴 탄크레디는 그가 죽음으로 내몬 사람이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클로린다임을 알고 탄식한다. 이 부분이 바로 1악장의 마지막 아다지오 부분에서 피아노가 연주하는 세 개의 코드이다. 긴 늘임표에 이어 클로린다는 숨을 거두고 탄크레디의 절규가 빠른 템포의 코다로 표현되면서 비극의 막은 내린다.


격정적인 1악장에 비해 2악장 안단테는 평안한 주제와 4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졌다. 1악장의 열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명상적인 주제는 갖가지 다채로운 리듬과 화음으로 수식되고 변주곡이 진행될수록 점차 음악 삼매경으로 빠져들게 한다.


3악장 프레스토는 ‘타란텔라’ 춤곡의 약동하는 리듬의 맥박으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본래 이 악장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6번] 작품 30의 1번의 3악장으로 작곡된 것이었으나, 베토벤은 이 곡이 소나타 제6번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화려하다고 판단하여 [크로이처 소나타]의 3악장으로 재활용(?)하게 되었다. 지극히 화려하고 긴장감 넘치는 3악장은 1악장에 나타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격정적인 전투에 대한 화려한 결말이 되는 셈이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