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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빈혈 - 혈액의 산소 운반의 문제

minjpm 2010. 3. 4. 16:54

자리에 한참 누워 있던 사람이 갑자기 일어서자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불과 몇 초간의 짧은 시간이 지나자 어지러움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을 받지 않는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진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금세 증상이 사라져 정상을 되찾는 경우 어지러움과 함께 두통을 비롯한 다른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증상이 수시로 반복된다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 머리가 어지러워진다면 쉽게 의심할 수 있는 원인으로는 빈혈저혈압을 들 수가 있다. 빈혈은 피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현상이고, 저혈압은 실제로는 피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피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자세를 바꿀 때 중력에 의해 혈액이 하반신으로 모이는데, 정상적이라면 신경 반사기구에 의해 혈압이 유지되지만, 신경 반사 기구에 이상이 생겨 뇌로 가는 혈액이 부족하면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느끼곤 한다.

 

 

산소 공급 기능에 장애가 생겨 조직 세포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를 빈혈이라 한다

빈혈은 적혈구가 담당하는 산소공급기능에 장애가 생겨 조직과 세포에서 요구하는 만큼 산소를 공급해 주지 못함으로써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한자로는 貧血이라 쓰니 피가 부족하다는 뜻이 되지만, 의학에서는 피 전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피에 포함된 수많은 성분 중에서 적혈구가 부족한 경우 또는 적혈구가 부족하지 않더라도 산소공급기능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말한다.

 

피에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의 세포성분 외에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포함한 수많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기능 또한 아주 다양하다. 피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신속히 나타나는 이상이 산소운반 기능이므로 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피 전체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빈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고무줄로 팔을 감으면, 팔 아랫부분(손이 있는 방향)에 혈관이 울퉁불퉁 솟아오르면서 피부색이 파란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혈관이 막힘으로써 동맥으로부터 산소공급을 받지 못한 부위에서 나타나는 산소부족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혈관 아랫부분이 썩어 들어가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의 양이 기준에 못 미치면, 빈혈이라고 진단한다 

빈혈의 원인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적혈구 내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 양이 정상보다 훨씬 떨어져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따라서 헤모글로빈 양을 측정하여 빈혈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게 되는데 성별∙나이∙임신 여부에 따라 그 진단기준이 다르다.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수치는 보통 15mg/dl 정도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진단기준은 6개월에서 6세까지의 어린이나 임산부의 경우 11mg/dl 이하,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과 6-15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12mg/dl 이하, 15세 이상의 남성은 13mg/dl 이하인 경우를 빈혈이라 진단한다.

 

빈혈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므로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종류가 아주 많아진다. 그러나 적혈구의 크기와 염색 시 어떻게 보이는가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적혈구의 크기와 염색 시 색소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대부분의 빈혈이 해당한다.
        2.  적혈구의 크기가 작아지고 염색 시 색소가 감소되어 나타나는 경우: 철 결핍성 빈혈이 대표적이다.
        3.  적혈구의 크기가 커지고, 염색 시 색소가 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거대적아구성 빈혈이 대표적이다.

 

 

눈동자 주위나 손톱을 통해서 쉽게 빈혈을 진단할 수 있다


빈혈이 심한 경우에는 산소공급 부족에 의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사고에 의해 출혈이 생기면, 산소운반을 담당해야 할 적혈구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 빈혈이 발생할 수가 있다. 출혈이 생긴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의사는 얼마나 빈혈이 심한지(적혈구 손실이 얼마나 심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눈동자 주변을 살펴본다.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동자 주변의 하얀 부위에 핏줄을 볼 수 있는데, 눈동자 주변이 하얗게 보인다는 것은 빈혈이 있음을 의미한다. 빈혈이 생기면 혈관 속의 적혈구 양이 감소하여 헤모글로빈에 결합하는 산소의 양도 함께 감소한다. 피가 빨갛게 보이는 것은 산소와 헤모글로빈이 많이 결합한 것을 나타내므로, 핏줄이 있는 부분이 빨갛지 않다는 것은 산소가 적게 결합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빈혈을 진단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흰자위를 처음 들여다보는 사람이 이 방법으로 빈혈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방법은 한쪽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쪽 엄지손가락의 손톱 윗부분을 눌렀다가 떼어보는 것이다. 손톱 뿌리부분이 흰색인 것과 다르게 붉은색을 띠는 손톱 윗부분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흰색으로 변했다가 손가락을 떼면 금방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야 정상이다. 손가락을 떼고 나서 1초 이내에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지 않고 손톱이 계속해서 흰색으로 남아 있으면 빈혈을 의심할 수 있다.

 

 

임산부에게서 철 결핍성 빈혈이 흔히 발생하나, 이유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 결핍되면 빈혈이 발생한다. 이유는 철이 헤모글로빈의 중심부에 있어 산소와 결합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은 중심부에 철이 붙어 있어야 정상적으로 산소와 결합할 수 있으며, 산소를 요구하는 신체부위까지 산소를 운반한 다음 산소를 떨어뜨려 준다. 어떤 이유에서든 철이 결핍된 경우에는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을 할 수 없으므로 조직과 세포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산소결핍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철 결핍성 빈혈이 임신 시 잘 나타나는 이유는 확실치 않다. 태아가 철을 많이 필요로 해서 엄마가 가진 철을 소모하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지만, 증명된 것은 아니다. 임신 외에도 음식으로 섭취되는 철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섭취는 했지만 소화기에서 철을 흡수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철 결핍성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임산부에게서 발생하는 철 결핍성 빈혈을 제외하고도,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철 결핍성 빈혈이 더 잘 생기지만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임산부에게서 빈혈이 발생하면 철 섭취량을 늘리면 된다. 철이 필요한 임산부가 다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 빈혈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영양제 사용 시에는 목적을 확실히 하고 사용해야 한다.

 


말라리아를 이기기 위해, 겸상 적혈구 빈혈증이 생겼다

한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 환자가 없었던 말라리아는 90년대 중반부터 휴전선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 발생이 수시로 보고되고 있다. 다행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삼일열 또는 사일열 말라리아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므로 생명을 담보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9년에 한 연예인이 해외촬영을 다녀오고 나서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열대열 말라리아는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이므로 모기의 생존이 유리한 아열대와 열대 지역에 만연해 있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단일 질병으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 말라리아로 여겨지는데, 유사 이래 수천 년간 말라리아로 고생한 인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라리아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적도지방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겸상(낫 모양) 적혈구 빈혈은 동그랗고 납작하며 중간 부분이 오목한 모양을 한 정상적인 적혈구 대신, 낫 모양으로 휘어진 모양의 적혈구를 가지고 있다.


 

둥근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뀌면 큰 혈관을 지날 때는 별 문제가 없으나 말초에 있는 아주 가는 모세혈관을 지나칠 때는 되돌아 나오는 과정에서 깨지기가 쉽다. 적혈구의 지름은 모세혈관의 굵기와 거의 차이가 없으므로 완충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낫 모양을 한 적혈구는 혈관벽에 부딪히면 깨질 가능성이 커진다. 120일이라는 적혈구의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말초에서 깨지게 되면 적혈구의 수가 줄어든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산소운반을 담당할 적혈구가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와 빈혈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겸상 적혈구 빈혈의 원인은 헤모글로빈의 구조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알파와 베타 글로빈 사슬이 각각 두 개씩 모여 네 개가 결합하는 모양을 한 헤모글로빈에서 베타 사슬에 있는 여섯 번째 아미노산이 글루탐산 대신 발린으로 바뀌게 되면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바뀌는 것이다. 베타 사슬 두 개에 모두 이상이 생기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한 증상이 유발되지만, 베타 사슬 한 개는 정상이고, 한 개만 이상이 생기면 적혈구는 낫 모양을 하고 있지만, 증상은 심하지 않은 빈혈이 유발된다.

 

 

말라리아 유충은 적혈구에 기생하므로 이와 같은 적혈구를 지닌 사람이 말라리아에 걸린다 하더라도 말초에서 적혈구가 깨지기 쉬우므로 말라리아 유충은 충분히 자라기 전에 죽게 된다. 즉, 심한 말라리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유충이 죽음으로써 겸상 적혈구 빈혈보다 더 심각한 질병인 말라리아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적도 지방에 널리 퍼져 있는 겸상 적혈구 빈혈은 말라리아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인류가 발전시킨 말라리아 해결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다.

 

 

 

예병일
예병일 /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저서로는 [내 몸 안의 과학] [의학사의 숨은 이야기] [현대 의학, 그 위대한 도전의 역사] [의사를 꿈꾸는 어린이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 등이 있다.[내 몸 안의 과학]은 교과부에서 2008년 상반기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되었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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