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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양~리 이론 - 약력의 좌우 대칭성 깨짐

minjpm 2010. 3. 31. 09:50

우주를 수학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근본 법칙으로 기술할 수 있을 거라는 신념은 물리학자들의 DNA에 새겨진 본능과도 같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상대성이론을 완성했고, 디락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디락 방정식을 찾아냈으며, 또한 그로부터 반물질의 존재를 예견하기도 하였다.

 

 

대칭이라는 수학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수학적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사실 역사가 아주 오래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우주의 근본물질이 정다면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천상의 세계에서는 천체들이 완벽한 대칭성을 가진 구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서, 원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기하학과 결부된 대칭성의 미는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좌우 대칭성은 건축물에 많이 응용되어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기하학적 대칭성으로 충만한 이상적이고 완전한 천상의 세계에 대한 믿음은 종교와 결합하면서 중세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에서 뉴턴에 이르는 과학 혁명기를 거치면서 이런 맹목적인 믿음은 크게 깨어졌다. 천상의 세계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고, 지상의 세계와 똑같은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구는 더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고 행성이 완벽한 원 궤도를 도는 것도 아니었으며, 완벽해야 할 달이나 태양의 표면은 흉터로 가득했다.

 

 

우주를 설명하는 근본 이론의 핵심은 대칭성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어쩌면 이전보다 더 심오한 의미에서, 물리학은 우리 우주의 수학적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뉴턴의 이론은 돌멩이 하나에서 우주 저 멀리 있는 천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체의 움직임을 단 하나의 원리, 단 한 줄의 수식으로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맥스웰전자기이론∙상대성이론∙양자역학을 거치면서 우리 우주는 매우 우아한 몇 가지 근본 이론에 의해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존재조차도 희미한 지구의 한 생명체에 불과한 인류가 우주 전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사실 바로 이러한 근본 이론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근본 이론의 핵심에는 항상 대칭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이론을 완성하기까지는 오랜 세월 동안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최종적으로 완성된 이론에는 언제나 심오하면서도 아름다운 대칭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은 게이지 대칭성이라는 매우 수학적인 대칭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빛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또한 디락이 특수상대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결과, 물질-반물질 대칭성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깨달음이 되풀이되면서 물리학자들은 우리 우주의 근본 원리에 더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많은 심오한 대칭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리학자들이 발견한 많은 대칭성 중에서도 좌우 대칭성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대칭성이었다. 좌우를 바꾼 시계, 좌우를 바꾼 자동차가 똑같이 작동하리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매우 당연했고 물리 이론에서 직접 증명할 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원자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력전자기력을 설명하는 근본 이론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은 좌우 대칭성을 가지고 있다.

 

 

작은 세계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대칭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에서는 중력과 전자기력 이외에도 강력약력이라는 근본적인 힘이 더 존재한다. 이 두 가지 힘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에 입자 가속기가 가동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가속기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입자들이 연일 발견되었고, 놀라운 실험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약력이 개입하는 어떤 실험 결과들은 너무나 이상하여 새로 발견된 입자들 이름을 아예 ‘이상한 입자(strange particle)’라고 지을 정도로 물리학자들을 괴롭혔다. 실험 결과들은 그동안 알려졌던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모순적이었고 수수께끼로 가득했다.

 

중국계 이론물리학자인 양전닝(楊振寧)과 리정다오(李政道)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56년 5월 어느 날, 이들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 근처에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주변을 계속 맴돌면서 토론을 이어갔다. 그리고 겨우 억지로 주차를 하고 자리에 앉았을 즈음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중력이나 전자기력, 강력은 좌우 대칭성을 입증하는 명백한 실험 결과를 쉽게 제시할 수 있지만, 약력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약력에서 좌우 대칭성이 깨져 있으면,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들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그들은 즉시 연구에 몰두하여 약 한 달 후 약력의 좌우 대칭성을 검증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리와 양의 이론을 실제 실험으로 확인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해 12월 역시 중국인 실험물리학자 우젠슝(吳健雄)은 실험에 멋지게 성공하였다. 이 실험을 혼동의 여지없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 우선 회전 방향을 나타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약력의 대칭성을 이해하기 위해, 회전 방향을 표현하는 방식을 정해야 한다

시계에서 시곗바늘이 도는 방향을 시계방향이라 하고, 반대로 도는 것을 반시계방향이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시계의 앞뒤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시계가 투명하여 시계 뒤쪽에서도 시곗바늘이 보인다면 정상적으로 도는 시곗바늘이 뒤쪽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물체의 회전방향을 나타낼 때 시계방향, 반시계방향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더 좋은 방법은 손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른손의 엄지를 세워 나머지 네 손가락과 직각으로 만든 다음 네 손가락을 시곗바늘이 도는 방향으로 감싸보자. 그러면 엄지는 시계를 뚫고 들어가는 방향을 가리키게 될 것이다. 회전 방향을 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방향으로 정하기로 약속하면 시계를 앞에서 보든 뒤에서 보든 방향이 하나로 잘 정해진다.

 

시계뿐 아니라 축구공이나 지구의 자전 등 어떤 회전도 엄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회전 방향을 쉽게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므로 서에서 동으로 네 손가락을 감싸면 엄지손가락이 북쪽을 가리킨다. 따라서 지구의 자전은 북쪽으로 화살표를 그려서 표시한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 덩어리를 이루는 원자핵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보통 자전을 한다. 이러한 원자핵의 자전도 원자핵에 화살표를 그려서 표시할 수 있다.

 

자 이제 자전 방향이 위쪽(즉, 회전 화살표의 방향이 위쪽)인 원자핵을 거울에 비추면 어떻게 될까? 물론 거울 속에서는 회전 방향이 바뀌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거울 속에서는 원자핵의 회전을 나타내는 화살표가 아래쪽을 향하게 된다.

 

 

양-리의 이론을 증명해준 우젠슝의 실험


이제 드디어 우젠슝의 실험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방사능 물질인 코발트-60(60Co)이라는 원자핵은 불안정하여 전자와 반중성미자를 하나씩 내어놓고 니켈-60(60Ni)으로 바뀐다. 이것을 베타붕괴라고 하는데 약력에 의해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이때 나오는 전자를 베타선이라고 부르고, 방사선으로 분류한다.)

 

우젠슝은 이 원자핵의 자전 방향과 전자가 튀어나오는 방향 사이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전자는 원자핵의 자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자전방향이 위쪽이라면 전자는 대부분 아래쪽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이 실험 상황을 거울에 비추어보자. 아래쪽으로 나오는 전자는 거울에 비추어도 여전히 아래쪽을 향한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거울 속에서는 회전 화살표의 방향이 뒤집혀 아래쪽을 향한다. 따라서 거울 속에서는 화살표의 방향과 전자가 튀어나오는 방향이 같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젠슝의 실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전자는 회전 화살표와 반대방향으로 나오므로 실제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는 거울 속에서 일어나는 일, 즉 회전 화살표의 방향으로 전자가 튀어나오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왼쪽과 오른쪽을 바꾼 거울 속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등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우리 우주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바꾸면 우주의 법칙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왼쪽과 오른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시세계에서의 약력, 좌우대칭성의 믿음이 깨지다

약력은 우리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힘 네 가지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우리 우주는 이렇게 근본적인 수준에서 왼쪽과 오른쪽을 차별하고 있다. 사람의 심장이 왼쪽에 있는 것이 방향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우연의 산물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중요한 힘인 중력과 전자기력이 좌우를 동등하게 취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서 원자보다 더 작은 극미의 세계로 들어가면, 왼쪽과 오른쪽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실험 결과가 1957년 1월에 발표되자, 당시 물리학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물리학의 기본 개념이 전복되었다는 제목으로 1면 톱기사를 실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두 물리학자 양전닝과 리정다오는 1957년에 즉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보통 노벨상이 10년에서 20년 정도 지난 업적에 수여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때 양전닝과 리정다오는 각각 35세, 31세에 불과했다. 실험을 성공한 우젠슝은 노벨상 수상에서 제외되었는데 이는 우젠슝이 여성이어서 성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신은 왼손잡이라니! 약력은 좌우를 차별한다

위의 실험 결과가 전혀 실감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이렇게 설명해보자. 완벽히 같은 재질, 같은 모양의 부품으로 왼쪽과 오른쪽만을 바꾸어 시계를 만들면 두 시계는 도는 방향만 다를 뿐 완벽히 동일하게 작동할 것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만들면 두 차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가는 길만 다를 뿐 완벽히 동일한 성능의 차가 될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이는 매우 당연한 예측이다.

 

하지만 시계 부품에 위의 베타붕괴에서 나오는 전자를 이용하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아래쪽으로 튀어나오는 전자를 받아서 시계가 작동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계를 좌우를 바꿔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 시계에서는 전자가 아래쪽으로 거의 튀어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그 시계는 잘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래쪽으로 튀어나오는 전자를 받아서 시동 장치가 작동하는 자동차를 만들면 어떨까? 좌우를 뒤집은 자동차의 시동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폐차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좌우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약력은 좌우를 차별하기 때문이다.

 

배타원리로 유명한 물리학자 파울리는 물리학의 독설가 혹은 물리학의 양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물리 이론들을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파울리는 처음에 우젠슝의 실험 결과에 “신이 왼손잡이라니!” 하면서 믿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약력은 한 술 더 떠서 파울리의 기대를 저버리며 다른 대칭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드러내게 된다.

 

 

 

김찬주 /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와 고등과학원,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