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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생성 중력장 비행 - 스윙바이

minjpm 2010. 6. 14. 09:01

갈릴레오’는 12년에 걸친 기획과 개발 기간을 거쳐 1989년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목성탐사선이다. 이 우주선은 미국의 우주왕복선 중 하나인 아틀란티스호를 타고 지구를 떠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1986년에 있었던 챌린저호 사고 후 NASA에서 안전성 문제로 왕복선 상단(upper stage)에 액체추진로켓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갈릴레오의 목성탐사계획에도 문제가 생겼다. 아틀란티스의 상단은 IUS(Inertial Upper Stage)라는, 보다 성능이 낮은 고체추진로켓으로 교체되었는데, 이 로켓은 갈릴레오를 목성 궤도로 바로 보내줄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갈릴레오는 고민 끝에 우주로켓이나 우주선 자체 추진력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대신 금성과 지구로부터 몇 차례에 걸쳐 속도를 ‘훔쳐서’ 목성까지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우주왕복선을 떠나는 목성탐사선 갈릴레오.
<출처: NASA>

 

 

별로부터 속도를 훔쳐라. 작전명 V-E-E-G-A

갈릴레오는 목성까지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사 4개월 정도 후에 금성으로부터 2.2km/s, 다시 10개월 후 지구로부터 5.2km/s, 다시 2년 후 지구로부터 3.7km/s의 속도를 각각 훔쳐낸다. 세 차례에 걸쳐 훔쳐낸 속도증분(늘어난 속도)은 무려 11.1km/s나 된다! VEEGA(Venus, Earth, Earth Gravity Assist) 작전은 주효했다. 6년 여에 걸친 긴 여행 끝에 갈릴레오는 목성에 도착하고, 이후 목성의 대기권과 그 주변, 특히 목성의 네 위성인 에우로파, 칼리스토, 이오, 가니메데를 탐사하게 된다.

 

참고로 이들 네 위성을 지구에서 최초로 관측한 과학자가 바로 갈릴레오 갈릴레이였으니, ‘갈릴레오’가 왜 ‘갈릴레오’가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2003년,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에우로파의 얼어붙은 지표 아래에 있음이 거의 확실시되는 광활한 소금물 바다가 지구에서 온 물건인 자신 때문에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목성에 일부러 충돌, 스스로 흔적 없이 사라짐으로써 8년에 걸친 목성 궤도에서의 임무를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우주로켓이 지구를 떠날 때만 해도 그토록 부담스럽던 ‘중력’이었는데, 아주 멀리 떨어진 별까지 여행하려면 이렇게 우주선을 끌어당겨주는 힘이 무지무지 필요할 때가 많다. 만약에 별과 별 사이를 오가는 데 필요한 그 모든 에너지를 로켓이나 우주선의 자체 추진기관이 다 감당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면, 보이저(Voyager) 시리즈를 비롯한 거의 모든 행성탐사 우주선들은 아직도 지구에 발이 묶여 있을지도 모른다. 우주선은 이렇듯 원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증가시켜야 하거나 궤도면을 바꾸어야 하는 등 에너지가 사용되는 기동을 할 때 자신의 능력(추진제)을 사용하는 대신에 별의 힘을 ‘슬쩍’하는 일을 예사롭게 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갈릴레오의 여정, 지구를 출발하여 금성을 스치고 다시 지구를 2번 스쳐
목성으로 갔다. <출처: NASA>

 

 

스윙바이

사실 우주선이 이런 ‘중력 도움(gravity assist)’으로 우주여행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주선이 별로부터 에너지(즉, 속도)를 훔쳐내기 위해 해야 할 일이란, 일명 ‘스윙바이(swingby, flyby라고도 하며, 우주선이 궤도 수정을 위해서 별의 중력장을 이용하는 ‘행성궤도 근접 통과’를 일컬음)’뿐이다. 다시 말해 ‘별에 잠깐 다가갔다가 다시 멀어지기’만 해주면 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 스윙바이가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우주는 넓고 별은 크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가볍다는 수성의 질량이 3.3×1023kg 정도이고, 가장 무거운 목성은 1.9×1027kg에 달한다. 우주선의 무게가 몇 톤씩 된다 해도, 별의 무게에 비한다면 너무나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우주선이 별의 힘을 훔쳐 다른 별로 여행하려면 우선 잠깐 힘을 빌리고자 하는 별에 대해서 쌍곡선 궤적을 그릴 수 있는 조건으로 접근해야 한다. 쌍곡선 궤적은 우주선이 어떤 별(쌍곡선 궤적의 초점이 된다)의 중력권 내를 잠깐 비행하더라도 그 별의 중력권에 눌러앉아 궤도운동을 하거나 착륙할 수는 없는, 쉽게 말해서 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저 멀리서 우주선이 쌍곡선을 그리며 가까이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지는 형태의 궤적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우주선의 상대속도가 별의 중력에 포획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빠를 때 이런 형태의 근접비행이 가능하다.

 

 

스윙바이의 원리는?

어떤 별(편의상 질량 M의 금성이라고 생각하자)이 다른 별(편의상 태양이라고 하자)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을 때 우주선(편의상 질량 m의 갈릴레오라고 생각하자)이 금성의 중력권 내를 뒤쪽으로 지나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금성과 우주선의 만남 전후로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므로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만남 전후 금성의 속도는 Vi, Vf, 우주선의 속도는 vi, vf라고 하면 위의 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 될 수 있다. 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가지는 벡터량이라는 것은 참고하도록 하자.  

 

 

두 번째 식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금성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우주선의 질량 때문에 근접비행으로 속도를 왕창 훔쳐 달아난다는 우주선과는 달리 금성은 속도 변화가 거의 없다고 봐도 꽤 정확할 것 같다. 다음으로 만남을 전후해서 에너지도 보존되어야 하므로, 금성에 대한 우주선의 상대속도 크기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 (금성 근처에서의 속도가 아니라, 우주선이 그리는 쌍곡선 궤적의 점근선 근처, 다시 말해 금성 중력권 경계 근처에서의 속도 크기에 변화가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만약 금성에게 1990년 2월 10일에 있었던 갈릴레오 근접비행 사건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저 멀리 뒤쪽에서 우주선 하나가 중력권 안으로 들어오나 싶더니 역시나 제 중력 때문에 진행방향이 꺾이더군요. 제 중력권을 벗어날 때쯤 다시 보니 진행방향은 바뀌었지만 처음 나타났을 때와 같은 빠르기로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어요.”라고 진술할 것이다. 아니? 그럼 갈릴레오는 속도를 훔쳐서 더 빨라지기는 한 것일까? 

 

이제 좀 더 시야를 넓혀 태양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야 할 것 같다. 행성탐사선이 이 별에서 저 별로 여행하려면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궤도의 고도를 바꾸거나 궤도면을 수정해야만 가능한 것이고, 이 여행에서는 금성이 아닌 ‘태양’에 대한 우주선의 상대속도를 바꿀 수 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금성의 증언에 의하면 갈릴레오는 진행방향만 바꿨을 뿐 아무것도 얻어가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데, 태양이 보기에도 그랬을까?

 

앞서 설명한 이유로 위 그림에서 속도 V ( = Vi = Vf로 생각하자)로 열심히 달리고 있는 금성이 관찰한 우주선의 속도는 uiuf가 되고, 근접비행을 전후해서 방향만 바뀌었을 뿐 크기에는 변화가 없다. (즉, 위 그림에서 점선으로 표시된 uiuf의 길이는 같다.) 하지만 저 멀리에 있는 태양이 보기에는 금성도, 우주선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우주선의 속도를 태양의 눈으로 바라보려면 금성에 대한 우주선의 상대속도에 금성의 속도를 더해야 한다. 즉, 위 그림에서 태양에 대한 우주선의 상대속도는 vivf가 되겠는데…, 확인해보면 정말 vfvi보다 더 길다! “제 주위를 돌고 있던 우주선 하나가 금성 뒤쪽으로 슬쩍 접근했다 멀어지는가 달아날 때는 역시나 훨씬 더 민첩해져 있더군요. 녀석, 어느새 금성으로부터 ‘슬쩍’한 속도증분으로 원일점(遠日點, aphelion,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타원궤도상에서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지점) 고도를 지구 뒤편까지 높여놓은 상태였습니다.” 갈릴레오 사건에 대한 태양의 진술은 대략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갈릴레오는 금성과의 만남 이후 쌍곡선 비스무리한 궤적을 그리면서 멀어져갔고, 금성의 중력권을 벗어날 때쯤엔 다음 목적지인 더 먼 다른 별(지구였다!)까지 가기에 충분한 속도를 금성으로부터 ‘훔친’ 상태였던 것이다. 다른 우주선들도 갈릴레오처럼 하면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궤도의 고도를 높이거나 궤도면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선이 속도를 좀 갖다 버리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 고지식한 우주선이라면 우주선의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추진력을 발생시켜주는 역추진 로켓을 점화하든지 하겠지만, 속도를 공짜로 얻을 줄 아는 우주선이라면 당연히 ‘슬쩍’ 버리는 방법도 알고 있을 것 같다. 속도를 훔칠 때와는 정반대로 접근, 그러니까 이번에는 별의 앞쪽으로 슬쩍 지나가주면 될까? 다시 속도 삼각형을 쓱쓱 그려보니, 옆 그림처럼 정말 vfvi보다 짧아지게 되어 속도를 버릴 수 있다.


 

만약 V = 0이라면, 그러니까 금성이 태양 주위를 부지런히 돌지 않고 정지해있다면 어떨까? 우주선들은 태양에 대한 상대속도를 바꾸기 위해 스윙바이가 아닌 다른 수법(?)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설명한 속도 훔치기와 버리기는 꼭 태양과 금성이 출연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당연히 발생한다. 태양과 지구, 지구와 달, 태양과 목성, 토성과 타이탄처럼 중심별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다른 별이 있고, 이 별들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제3의 물체(우주선)가 있다면 연출 가능한 현상인 것이다. 참고로 실제 우주선의 정밀한 조종을 위해서는 앞의 설명에서 고려하지 않은 요소들, 예를 들면 중심별을 포함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별에 의한 영향 등도 고려해서 보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멋진 여행 끝에 목성에 도착한 갈릴레오. (일러스트)
<출처: NASA>

 

 

 

공짜로 더 우주선이 빨라진다니 이상한가?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지구로부터 속도를 훔쳐 신나게 날아간다는데, 우주선의 질량이 지구에 비해 무지무지 작다지만 그래도 지구도 속도를 아주 조금은 잃는 것 같은데 정말 문제가 없을까? 유난히 하루가 길게 느껴졌던 그날, 혹시 우주선이 지구 뒤로 스윽 지나갔던 건 아닐까? 오만 가지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오버는 금물. 지구의 속도가 어느 정도까지 늦춰지는지, 갈릴레오 사건을 통해 한번 생각해보고 넘어가자.

 

갈릴레오가 목성에 가기 위해 지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훔쳐낸 속도증분의 합은 8.9km/s나 된다. 갈릴레오의 질량은 2380kg, 지구의 질량은 5.98×1024kg이니 ‘대충’ 계산해보면 이 두 사건으로 지구의 속도는 끽해야 4×10-21km/s 남짓 늦춰질 뿐이다. 1억년 동안 1.2cm쯤 늦춰지는 셈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미옥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본부 선임연구원
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하고,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나로호를 포함한 우주발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2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