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하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 이야기를 TV 불륜극처럼 연적간의 대결구도로 만드는 현대적 연출입니다. 물론 벨리니의 유려한 음악에 어울리는 것은 전자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연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극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통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디 [아이다]에 영향 준 [노르마]의 합창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비극 [노르마Norma]를 원작으로 펠리체 로마니가 대본을 쓴 [노르마]는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노르마)와 줄리아 그리시(아달지사) 주역으로 초연되었습니다. 그러나 벨리니의 조바심으로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가수들은 정작 공연일이 되자 너무 지쳐서 평소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벨리니의 라이벌이었던 파치니의 팬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초연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부터 노르마는 대성공을 거두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온 유럽의 오페라 극장을 휩쓸었습니다.
[노르마]의 음악적 특성은 1) (로시니의 빠른 템포와는 달리) 길게 늘인 크레셴도 2) 천천히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멜로디 3) 싱코페이션 리듬 등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멜리스마-콜로라투라 기교의 적용 방식입니다. 로시니는 주로 외적인 꾸밈이나 희극적 효과를 위해 이런 장식음 기교를 사용했지만,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교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폴리오네와 아달지사의 관계가 드러나는 ‘분노의 3중창’(1막)에서 장식음 기교는 멜로디의 일부가 되어 노르마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적절하게 쓰입니다.
총 14개 장면 중 10개 장면에 합창이 쓰일 정도로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합창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특히 2막에서 드루이드 인들이 출정의 흥분에 싸여 부르는 ‘전투다, 전투(Guerra, guerra!)’는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격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합창곡으로, 동시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고 베르디의 [아이다]의 개선장면 합창곡을 위한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르마]는 쇼팽과 바그너의 음악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노르마 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로는 마리아 말리브란, 릴리 레만, 로자 폰셀,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노르마-폴리오네-아달지사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프랑코 코렐리, 크리스타 루트비히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EMI)
[음반] 몽세라 카바예, 플라시도 도밍고, 피오렌차 코소토 등, 카를로 펠리체 칠라리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1972년 녹음(BMG)
[DVD] 하스믹 파피안, 휴 스미스, 이리니 치라키디스 등, 줄리안 레이놀즈 지휘, 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오페라 합창단, 기 요스텐 연출, 2005년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실황(Opus Arte)
[DVD]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란 토도로비치, 소니아 가나시 등, 프리드리히 하이더 지휘,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위르겐 로제 연출, 2006년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 실황(한글자막)(DG)
[DVD]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란 토도로비치, 소냐 가나시 등, 프리드리히 하이더 지휘,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 및 국립오페라 합창단, 위르겐 로제 연출, 2006년 뮌헨 극립오페라 실황, DG
[DVD] 다니엘라 데시,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케이트 올드리치 등, 에벨리노 피도 지휘,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페데리코 티에치 연출, 2008년 볼로냐 시립극장 실황(Hardy Class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