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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벤첸초 벨리니 - 노르마

minjpm 2010. 6. 14. 09:07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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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벨(bel: 아름다운)'+’칸토(canto:노래)’라는 개념은 17세기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을 뜻했지만, 19세기에 오면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집니다. 19세기 전반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런 벨칸토가 대세였고, 벨리니는 1830년대에 [노르마] 외에도 [청교도], [몽유병자] 같은 벨칸토 오페라의 걸작들을 탄생시켰습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노르마] 서곡 / 제임스 레바인[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듣기
2 비너스의 제단 앞에서 / 주세페 자코미니[테너] 듣기
3 정결한 여신이여 / 레나타 스코토[소프라노] 듣기
4 마침내 그대는 내 손안에 / 레나타 스코토[소프라노] 주세페 자코미니[테너],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듣기

6월 15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칼라스에 의한 벨칸토 레퍼토리의 부활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후로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은 오페라 극장에서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합니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극적인 선율과 풍성한 관현악에 익숙해진 청중은 성악가의 기교에만 의존하고 관현악의 밀도가 떨어지는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을 과소평가하게 된 것입니다. 성악가들 스스로도 벨칸토 레퍼토리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고난도의 기교를 소화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관객의 반응이 대체로 미지근했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 거의 잊혀져가던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킨 가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습니다. 195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입성한 칼라스는 벨리니의 [노르마] 주역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벨칸토 오페라가 진정으로 드라마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칼라스는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벨칸토를 설명합니다.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고, 칼라스 자신도 토스카나 비올레타가 아닌 바로 이 노르마 역을 가장 사랑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리는 빈첸초 벨리니

 

 

 

숭고한 희생 vs 통속적인 삼각관계

[노르마]의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리아 지방입니다. 이곳에 사는 드루이드 인들은 정복자 로마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려 합니다. 갈리아에 파견된 로마 총독 폴리오네(Pollione. 테너)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그의 두 아이를 낳은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Norma. 소프라노)는 전쟁을 원하는 드루이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폴리오네는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Adalgisa. 메조소프라노)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그녀를 데리고 로마로 귀환할 계획을 추진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맹렬히 비난한 뒤 어린 자식들까지 죽이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아달지사를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폴리오네와 함께 로마로 가라고 허락합니다. 그러나 노르마와 폴리오네의 관계를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아달지사는 노르마를 위로하며, 노르마에게 돌아가도록 폴리오네를 설득하겠다고 약속하지요. 여기서 아달지사와 노르마가 부르는 ‘아이들을 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는 여성들간의 자매애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중창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달지사의 간곡한 설득을 폴리오네가 거절하자, 비정한 폴리오네에게 분노한 노르마는 군사를 일으켜 로마와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아달지사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신전에 잠입한 폴리오네가 드루이드인들에게 잡혀 노르마에게 끌려오자 노르마는 백성들을 불러 “정결서약을 어긴 여사제를 고발하겠다”고 알린 뒤, “그것은 바로 나”라고 고백합니다. 폴리오네는 노르마의 고귀한 희생에 감동해 노르마가 오르는 화형대에 자발적으로 함께 올라갑니다(노르마와 폴리오네의 이중창과 합창 ‘당신이 버린 내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인지(Qual cor tradisti)'. 노르마는 아버지 오로베소(Oroveso. 베이스)에게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이 [노르마]를 연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는 연출입니다. 인간적인 오류를 범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두 여주인공, 그리고 그 고귀함에 감동 받아 죽음을 택하는 남자 주인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노르마] 초연시 아달지사 역을 맡은 당대 최고의 가수 줄리아 그리시

  

다른 하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 이야기를 TV 불륜극처럼 연적간의 대결구도로 만드는 현대적 연출입니다. 물론 벨리니의 유려한 음악에 어울리는 것은 전자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연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극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통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디 [아이다]에 영향 준 [노르마]의 합창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비극 [노르마Norma]를 원작으로 펠리체 로마니가 대본을 쓴 [노르마]는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노르마)와 줄리아 그리시(아달지사) 주역으로 초연되었습니다. 그러나 벨리니의 조바심으로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가수들은 정작 공연일이 되자 너무 지쳐서 평소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벨리니의 라이벌이었던 파치니의 팬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초연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부터 노르마는 대성공을 거두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온 유럽의 오페라 극장을 휩쓸었습니다.

 
[노르마]의 음악적 특성은 1) (로시니의 빠른 템포와는 달리) 길게 늘인 크레셴도 2) 천천히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멜로디 3) 싱코페이션 리듬 등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멜리스마-콜로라투라 기교의 적용 방식입니다. 로시니는 주로 외적인 꾸밈이나 희극적 효과를 위해 이런 장식음 기교를 사용했지만,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교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폴리오네와 아달지사의 관계가 드러나는 ‘분노의 3중창’(1막)에서 장식음 기교는 멜로디의 일부가 되어 노르마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적절하게 쓰입니다.


총 14개 장면 중 10개 장면에 합창이 쓰일 정도로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합창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특히 2막에서 드루이드 인들이 출정의 흥분에 싸여 부르는 ‘전투다, 전투(Guerra, guerra!)’는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격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합창곡으로, 동시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고 베르디의 [아이다]의 개선장면 합창곡을 위한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르마]는 쇼팽과 바그너의 음악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노르마 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로는 마리아 말리브란, 릴리 레만, 로자 폰셀,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노르마-폴리오네-아달지사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프랑코 코렐리, 크리스타 루트비히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EMI)

 

[음반] 몽세라 카바예, 플라시도 도밍고, 피오렌차 코소토 등, 카를로 펠리체 칠라리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1972년 녹음(BMG)

 

[DVD] 하스믹 파피안, 휴 스미스, 이리니 치라키디스 등, 줄리안 레이놀즈 지휘, 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오페라 합창단, 기 요스텐 연출, 2005년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실황(Opus Arte)


[DVD]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란 토도로비치, 소니아 가나시 등, 프리드리히 하이더 지휘,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위르겐 로제 연출, 2006년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 실황(한글자막)(DG)
 

[DVD]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란 토도로비치, 소냐 가나시 등, 프리드리히 하이더 지휘,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 및 국립오페라 합창단, 위르겐 로제 연출, 2006년 뮌헨 극립오페라 실황, DG

 

[DVD] 다니엘라 데시,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케이트 올드리치 등, 에벨리노 피도 지휘,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페데리코 티에치 연출, 2008년 볼로냐 시립극장 실황(Hardy Classic)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