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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브람스 - 교향곡 제4번

minjpm 2010. 6. 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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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그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 요하네스 브람스
 

19세기의 다른 교향곡 작곡가들과 마찬가지로 브람스 역시 베토벤이라는 거인을 피해갈 수 없었다. 광대한 우주의 소리를 담아낸 베토벤의 교향곡이야말로 독일 교향곡의 모범답안으로 여겨지던 당대의 분위기에선 신작 교향곡이 나오면 곧바로 베토벤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브람스가 그의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20여 년의 세월을 투자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 조지 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듣기
2 2악장 안단테 모데라토 듣기
3 3악장 알레그로 지오코소 듣기
4 4악장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듣기

6월 13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베토벤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브람스의 마지막 교향곡

브람스의 첫 번째 교향곡은 유난히 베토벤의 교향곡을 닮았다. 이 곡에서 팀파니는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의 ‘운명’의 동기를 닮은 리듬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그 때문에 당대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이나 지휘자이며 음악평론가인 한스 폰 뷜로는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을 가리켜 ‘베토벤의 제10번’이라 불렀다. 이후 브람스는 교향곡 두 곡을 더 작곡했는데, 그 중 [교향곡 제2번]은 ‘브람스의 전원’, [제3번]은 ‘브람스의 영웅’에 비유되면서 여전히 베토벤의 교향곡과 유사하다는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교향곡 제4번]은 진정한 브람스만의 음악이며 아무도 이 교향곡을 베토벤의 작품에 빗대지 않았다. 이 교향곡을 채색하고 있는 클라리넷과 비올라의 중음역, 첼로와 호른의 저음역이 강조된 무채색의 사운드, 그 사이사이에 간간히 묻어나는 진한 고독감은 브람스 음악 특유의 깊이를 담고 있다.

 

1885년, 이미 세 곡의 훌륭한 교향곡을 통해 교향곡 작곡가로서의 능력을 입증해낸 브람스는 이제 인생의 말년에 접어들어 자신만의 음악적 깊이를 교향곡에 담아내고자 그의 마지막 교향곡의 작곡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내 [교향곡 제4번]이 완성되자 브람스의 옹호자였던 당대의 음악평론가 한슬리크는 이 작품을 가리켜 “어두움의 근원”이라 불렀다. 브람스의 단조 교향곡들 가운데 유일하게 피날레에서 장조의 환희로 변하지 않고 단조의 우울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로써 브람스는 ‘어둠에서 광명으로’ 향하는 베토벤 풍의 구도를 버리고 어둠으로부터 비극으로 침잠해 가는 자신만의 교향곡 모델을 확립하게 된 것이다.


말년의 브람스는 [교향곡 제4번]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교향곡 모델을
확립했다.

 

 

 

광명이 아닌, 어둠의 비극속으로 침잠해가는 피날레


서주 없이 곧바로 제1주제로 시작하는 제1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의 도입부는 고통의 흔적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인생을 관조하듯 초연하게 펼쳐진다. 3도 하행, 6도 상행의 연쇄로 이루어진 이 주제를 음이름으로 풀어보면, B-G-E-C-A-F-D#-B로서 3도씩 계속 하행하는 형태가 된다. 마치 나락 없는 심연으로 추락하는 듯하다. 추락하는 주제 선율은 쉼표들 사이로 띄엄띄엄 제시되고 있어 더 무뚝뚝하고 기묘하게 들려온다. 제2주제의 선율은 좀 더 표정이 풍부하고 서정적이지만 첼로와 호른의 어두운 음색으로 채색되고 있어 가라앉은 분위기를 풍긴다.

 

2악장 안단테 모데라토(걷는 듯 보통 빠르기로)는 매우 독특하다. 브람스는 호른으로 연주하는 도입부의 선율을 중세의 교회 선법 중 하나인 프리지아 선법으로 작곡했는데, 여기서 베토벤보다 더 먼 과거로부터 교향곡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얻고자 했던 브람스의 의도가 드러난다. 호른의 선율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음악적인 주제라기보다는 거룩한 종교적 선언처럼 들리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호른의 선언적인 주제는 현악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흐르는 클라리넷으로 이어지면서 엄숙하고도 차분한 색채를 더해가고, 이윽고 현악기의 서정적인 노래로 이어지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3악장 알레그로 지오코소(빠르고 즐겁게)는 ‘바커스의 축제’라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힘에 넘치는 음악이다. 하지만 형식만큼은 전통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브람스는 대체로 그의 교향곡에 간주곡적인 성격의 3악장을 써넣었으나 이 교향곡에서는 오히려 전통적인 스케르초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힘차게 제시되는 제1주제와 춤곡과 같은 제 2주제, 피콜로와 트라이앵글의 화려한 색채는 1, 2악장의 차분함과는 매우 대조를 이루고 있으나, 1악장 제1주제의 중심이 되었던 3도 음정이 여전히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앞의 악장들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브람스는 4악장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에 파쇼나토(빠르고 힘차게 그리고 열정적으로)에서 또다시 과거로 회귀한다. 특이하게도 그는 바흐 이후에 퇴색해 버린 샤콘느를 이 악장의 기본 형식으로 도입했다. 짧은 주제가 낮은 성부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동안 위 성부에서 계속 변주가 이루어지는 샤콘느는 바로크 시대에 성행했던 변주 기법들 중 하나다.


이 곡은 인생을 관조하는 초연함, 나락으로 추락하는 어두움, 낭만적 서정성
등을 통해 브람스만의 고독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일찍이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제2번의 ‘샤콘느’에 큰 감명을 받아왔던 브람스는 바흐의 칸타타 제150번 [주여 저는 당신을 바라나이다]의 주제를 바탕으로 샤콘느 형식의 작품을 만들고자 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하다가, 1885년 [교향곡 제4번]을 작곡하면서 이 주제를 약간 다듬어 마지막 악장의 모티브로 삼았던 것이다. 샤콘느 주제는 4악장 도입부에서 트롬본으로 힘차게 연주되며 변주가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된다. 하나하나의 변주가 연주될 때마다 이 짧은 주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브람스의 놀라운 변주기법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장미 넘치는 샤콘느 주제가 반복되는 동안 음악적인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마침내 비극적인 단조의 결말을 향해 숨 가쁘게 치닫는다.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은 1885년 10월 25일에 마이닝겐에서 작곡가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초연 후 11년이 지난 1896년, 브람스는 교향곡 제4번의 악보를 펼치고 1악장의 첫 4음인 B-G-E-C 위에 “오! 죽음이여, 오 죽음이여!”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1897년에 브람스는 영원한 안식을 찾았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