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강렬한 음향 - 클래식의 타악기

minjpm 2010. 6. 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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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다보면 간혹 뒷자리의 타악기 주자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연주할 차례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연주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은 타악기 주자들은 그 길고 긴 대기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마디 수를 세고 있을까? 아니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감상하고 있는 걸까? 기다림이 일인 그들. 하지만 그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쉼표도 음악의 일부이기에, 타악기 주자들의 기다림은 훌륭한 음악작품을 완성하는 의미 있는 기다림이니까요.

 

 

 

팀파니 주자는 제2의 지휘자나 다름없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의 2악장 클라이맥스에 단 한 번 나오는 멋진 연주를 위해 나머지 50분 내내 침묵한 채 조용히 앉아 기다리던 심벌즈 연주자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단 한 번의 멋진 소리를 들려주는 그 순간, 그가 연주해낸 단 하나의 음표는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음표들보다 수백 배의 가치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한 음색과 음량으로 표현된 심벌즈의 타격만큼 통쾌한 기분을 전해주는 소리는 없으니까요.

 

물론 타악기라고 해서 항상 가끔씩만 등장하는 건 아닙니다. 타악기 중에서 거의 모든 관현악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팀파니는 예외로 해야겠지요. 여러 가지 모양의 채로 치거나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내는 타악기는 대개 음높이가 없다고들 생각하기 쉽지만, 팀파니는 음높이가 있는 타악기입니다. 그래서 관현악곡을 연주할 때마다 팀파니는 항상 여러 대로 구성된 팀파노(팀파니의 단수)의 무리들로 구성되기 마련이죠. 한 곡을 연주하려면 적어도 으뜸음딸림음 정도는 소리가 나야 연주효과가 있을 테니까요.  

 

단 한번의 타격만으로도 큰 효과를 만들어내는 심벌즈.

모든 관현악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팀파니.

 

 

팀파니는 오케스트라 연주의 전체적인 바탕을 마련하는 중요한 악기인 까닭에 팀파니 주자는 제2의 지휘자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팀파니 주자가 오케스트라 뒤쪽 중앙에서 지휘자와 마주 보며 오케스트라의 리듬을 잡아주곤 했습니다. 물론 오늘날 관현악 연주회에서도 팀파니가 지휘자와 마주 보는 배치가 종종 사용되기도 합니다. 관현악곡의 팀파니는 단순히 기본적인 리듬만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의 3악장에서 4악장의 광명이 비치기 직전 제1바이올린 조용히 C음을 끌고 있는 동안, 팀파니는 “딴 따따따 딴 따따따…” 하는 리듬을 작지만 또렷하게 연주하며 해가 뜨기 직전의 긴장감을 표현하는 부분은 정말 훌륭합니다. 물론 베토벤 [교향곡 제9번] 2악장의 멋진 팀파니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간혹 작곡가들은 특별한 연주효과를 위해 팀파니의 음을 특수하게 조율하도록 지시하는데, 베토벤 [교향곡 9번] 2악장이 그 좋은 예가 됩니다. 이 곡에서 베토벤은 팀파니를 옥타브로 조율해 옥타브 높이로 튀어 오르는 팀파니의 광포한 리듬감을 강조했습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심벌즈 -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 2악장 / 조지 셸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1968년 듣기
2 팀파니 - 베토벤 [교향곡 제9번] 2악장 / 푸르트벵글러 / 베를린필 / 1942 듣기

 

 

 

종교적, 축제적 느낌을 표현하는 종

팀파니처럼 음높이가 있는 타악기 가운데 종종 사용되는 것이 바로 종입니다. 작곡가들은 종교적이거나 축제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종만큼 멋진 타악기는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작곡가 말러는 ‘부활’이란 부제가 붙은 [교향곡 제2번] 마지막 부분에 성스러운 종소리의 울림을 넣기 위해 원하는 종을 찾아 헤매기도 했어요. 하지만 때때로 종소리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5악장에서처럼 장례식의 느낌을 전해주며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종소리의 연주효과는 탁월하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실제 교회에서 사용하는 종을 무대에 가져다놓고 연주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설사 종을 구한다 해도 정확한 음을 조율하기도 어렵고 여러 음을 정확히 소리 내는 여러 가지 종을 구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자주 사용되는 악기가 바로 ‘튜블러 벨’이란 악기입니다. 여러 가지 길이의 금속 원통 관을 매달아놓고 두드리는 악기인데, 관의 길이에 따라 여러 가지 음높이로 연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요한 슈트라우스의 유쾌한 오페레타 [박쥐] 중 서곡에서는 새벽 6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대개 튜블러 벨로 연주하는데, 그 소리가 마치 괘종시계의 종소리 같습니다. 라벨이 편곡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 마지막 곡 ‘키예프의 대문’에서도 마지막의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튜블러 벨 소리는 단연 돋보입니다.


튜블러 벨은 종소리의 연주효과를 내는 악기다.
<출처: Bjornredtail at en.wikipedia>

 

no 아티스트/연주  
1 종 –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5악장 / 앙드레 클뤼탕스 / 프랑스 국립 라디오 오케스트라 / 1955 듣기
2 벨 –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키예프의 대문’/ 스토코브스키 / 심포니 오비 디 에어 / 1957년 듣기

 

 

 

글로켄슈필, 실로폰, 첼레스타

음높이가 있는 타악기들 가운데 글로켄슈필과 실로폰은 그 모양이 비슷해 종종 혼란을 줍니다. 하지만 소리는 전혀 다르지요. 글로켄슈필은 여러 가지 길이의 금속판으로 되어 있고, 실로폰은 나무판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두 악기 모두 채로 쳐서 소리를 내고 모양도 비슷하지만, 맑은 소리를 내는 글로켄슈필이 천상의 느낌을 준다면, 나무 소리를 내는 실로폰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래서 두 악기의 쓰임새는 전혀 달라요. 글로켄슈필의 청아한 울림은 천상의 이미지와 가까워서 말러는 그의 교향곡에서 천국을 표현할 때마다 이 악기를 사용했고, 드뷔시는 바다를 묘사하는 관현악곡에서 물방울이 튀는 소리나 햇빛에 반사되는 수면의 반짝임을 글로켄슈필의 맑은 소리에 담아냈습니다. 드뷔시의 [바다]에서 햇빛에 반사되는 바다의 수면처럼 반짝이는 글로켄슈필의 맑은 소리를 들어보세요. 하프 소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소리를 들려줍니다.


천상의 소리를 내는 글로켄슈필은 금속판으로 되어 있다.

 

반면 실로폰은 나무가 부딪히는 듯 기분 나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악마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나타낼 때 종종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곡이 바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입니다. 악마적인 바이올린 연주에 화답하는 실로폰 소리는 마치 해골의 뼈가 달그락거리듯 딱딱거리면서 기분 나쁜 소리를 들려주지요.

 

글로켄슈필처럼 맑은 소리를 들려주는 첼레스타 역시 음높이가 있는 타악기입니다. 겉모습을 보면 마치 옛날 음악시간에 쓰던 풍금처럼 생겼지만, 건반을 누르면 속에서 작은 금속판을 건드리게 되어 맑고 예쁘장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글로켄슈필보다는 소리가 좀 작고 약간 부드럽지만 그 느낌이 비슷해서, 작곡가 드뷔시는 [바다]에서 글로켄슈필 대신 첼레스타를 써도 된다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첼레스타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곡은 역시 차이콥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 중 ‘별사탕 요정의 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곡에서 예쁘고 맑은 첼레스타 소리는 작은 별 모양의 달콤한 사탕들이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을 잘 전해줍니다. 첼레스타라는 악기는 차이콥스키 당시까지만 해도 잘 보급돼 있지 않던 희귀악기였습니다. 그래서 어느 악기점에서 우연히 첼레스타를 발견한 차이콥스키의 기쁨도 무척이나 컸다고 하지요. 그는 기쁜 마음으로 첼레스타를 구입한 후 악기점 주인한테 다른 작곡가들한테는 절대 이 악기를 보여주지 말라고 말했다는군요. 아마도 그는 ‘별사탕 요정 춤곡’에서의 그 환상적인 소리의 비법을 다른 작곡가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요.

 

no 아티스트/연주  
1 글로켄슈필 – 드뷔시 [바다] 중 ‘바람과 바다의 대화’ / 프리츠 라이너 /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 1960 듣기
2 실로폰 – 생상스 [죽음의 무도] /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지휘 / NBC심포니오케스트라 / 1950년 듣기
3 첼레스타 –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 1958년 듣기

 

 

 

군악대에서 사용되는 큰북과 작은북


음높이가 없는 타악기 가운데 팀파니를 제외하고 가장 자주 사용되는 악기로는 큰북과 작은북이 있습니다. 군악대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기인 큰북은 다른 악기들과 잘 어울려서 소리를 감싸줍니다. 물론 커다란 큰북은 결정적인 순간 청중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특히 말러의 교향곡 1번 4악장 마지막 장면에서 두 명의 팀파니 주자와 큰북 연주자가 북을 마구 두드려대며 온몸에 전율이 이는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죠.

 

큰북과 작은북은 군악대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기로 결정적인 순간에 작품의 흥을 돋궈주는 악기다.

 

 

no 아티스트/연주  
1 큰북 -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4악장 / 브루노 발터 /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 1961년 듣기
2 작은북 - 라벨 [볼레로] / 에르네스트 앙세르메 / 스위스 로망드오케스트라 / 1963년 듣기
 

 

작은북은 아래쪽에 쇠로 만든 줄이 가로질러 있어서 북을 치면 쇠줄이 떨리면서 재미난 소리를 냅니다. 작은북 역시 군악대 악기라서 전쟁장면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작은북이 가장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으로 꼽고 싶은 곡은 라벨의 [볼레로]입니다. 이 곡에서 작은북은 무려 169회 동안 단조로운 [볼레로]의 리듬을 연주하며 음악의 분위기를 서서히 달구는 역할을 합니다. 작은북이 똑같은 리듬을 반복하는 사이 청중은 최면에 걸린 듯 음악에 취하게 되지요. 그러고 보면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 가운데서 타악기야말로 가장 빛나는 악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다가 한 방에 모든 걸 해결해내니까요. 갑자기 오케스트라의 뒷자리 앉아 차례를 기다리며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타악기 주자들이 너무나 멋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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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2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