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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요한 스트라우스 2세 - 박쥐

minjpm 2010. 6. 24. 12:30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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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레타(operetta)란 ‘작은 오페라(opera)’라는 뜻입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작곡된 ‘오페라보다 쉽고 가벼운 작품들’을 그렇게 분류하지요. 오페라의 소재는 신화나 전설 또는 과거의 알려진 문학작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오페라의 소재는 대개 오늘날의 TV연속극처럼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룹니다. 신화 속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다 하더라도 내용을 패러디해 완전히 요즘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죠. 그래서 오페레타는 예습 없이 보더라도 누구든 바로 이해할 수 있고, 희극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또 오페라처럼 작품 전체가 음악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노래 외에 대사 부분이 있고, 춤 같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거의 빠짐없이 들어갑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이별의 3중창 - 나는 혼자 남아야 하는군요 / 아델레 레이[소프라노], 에버하르트 베히터[바리톤] 등 듣기
2 아델레와 합창단 - 존경하는 후작님 / 안넬리제 로텐베르거 [소프라노] 듣기
3 로잘린데의 ‘차르다슈’ - 고향의 노래여! / 아델레 레이[ 소프라노] 듣기
4 무도회의 박쥐 왈츠 - 됐어요, 이제 그만! / 오스카 대넌[지휘], 빈 슈타츠 오퍼 등 듣기

7월 04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오페레타의 시조는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입니다. 1866년에 초연한 [파리지엔의 삶]을 비롯해 오펜바흐는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헬레네] 같은 걸작 오페레타를 남겼고, 이렇게 파리에서 탄생한 오페레타라는 장르는 빈(Wien)으로 건너가 요한 슈트라우스 2세(Johann Strauss, 1825~1899)의 손끝에서 더욱 무르익었습니다. 파리와 빈이 19세기 오페레타의 양대 중심지였던 셈이죠. 20세기 들어 [메리 위도우 ]의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가 더욱 발전시킨 빈의 오페레타는 점차 뮤지컬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페레타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잇는 다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와 폴카로 풍요로운 음악

‘왈츠의 황제’로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는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가 들어 있어 더욱 신나고 활기가 넘치는 작품입니다. 율리우스 로데리히 베네딕스(J. R. Benedix)의 희극 [감옥]을 토대로 삼았고, 초연은 1874년 4월 5일 빈(Wien)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오페레타는 두 가지 스토리로 짜여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박쥐’라는 제목의 유래를 보여줍니다. 남자 주인공인 금융계의 부호 가브리엘 폰 아이젠슈타인(바리톤)은 4년 전에 친구인 공증인 팔케 박사와 함께 가장무도회에 놀러갔다가 다음날 새벽 술에 잔뜩 취해 잠든 팔케를 그냥 거리에 내버려둔 채 혼자 마차를 타고 돌아갑니다. 전날 밤 박쥐로 분장을 하고 무도회에 갔던 팔케는 흉측하고 우스꽝스런 박쥐의 모습으로 출근길 행인들에게 발견되어 망신을 당했죠. 그 일을 잊지 못하는 팔케는 아이젠슈타인에게 보복하려고 계략을 꾸밉니다. 아이젠슈타인 주변인물들을 모두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의 무도회에 초대하는 일이 복수의 첫 단계입니다.

두 번째 스토리는 이 오페레타의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계기와 곡절로 오를로프스키 공작 저택에 모두 모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세무서 직원과 싸우다 폭행한 죄로 아이젠슈타인은 8일간의 구류처분을 받았지만, 친구 팔케의 유혹에 넘어가 그와 함께 무도회에 갑니다. 하룻밤 신나게 놀고 감옥에 들어갈 계획이었지요.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 2세. (1825~1899)

 

평소에는 각자 딴생각만 하는 애정도 없는 부부가 ‘눈물의 이별’을 가장하는 3중창은 대단히 희극적입니다(‘나는 혼자 남아야 하는군요’). 아이젠슈타인의 아내 로잘린데(소프라노)는 남편이 집을 나서자 곧 집으로 찾아온 옛 애인(테너)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형무소장 프랑크가 아이젠슈타인을 데려가려고 찾아왔다가 애인을 남편으로 알고 연행합니다. 애인이 사라지자 할 일이 없어진 로잘린데는 무도회에 가고, 하녀 아델레도 초대장을 받아 몰래 로잘린데 옷을 훔쳐 입고 공작 저택에 나타납니다.

 

아델레를 보고 자기 집 하녀와 꼭 닮았다고 말하는 아이젠슈타인에게 아델레는 ‘존경하는 후작님’이라는 아리아로 망신을 줍니다. 러시아 발레리나인 자신을 어떻게 하녀로 보느냐는 것이죠. 헝가리 귀족부인으로 가장하고 나타난 자기 아내 로잘린데에게 한눈에 반한 아이젠슈타인은 늘 하던 대로 예쁜 회중시계를 미끼로 그녀를 유혹합니다. 로잘린데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다닌다는 물증을 확보하려고 그 회중시계를 교묘한 방법으로 빼앗아버리지요. 다음 장면에 나오는 로잘린데의 차르다슈(헝가리 민속 춤곡) ‘고향의 노래여’는 [박쥐]의 대단한 인기곡입니다.

 

 

 

상류사회의 애정 없는 결혼과 졸부근성 비웃는 풍자극

오를로프스키 공작은 파티 손님들과 더불어 ‘샴페인의 노래’를 부르고, 팔케는 ‘당신과 나, 형제자매가 됩시다’라는 노래를 선창합니다. 그에 이어 파티는 절정으로 치닫고, 손님들은 다 함께 ‘천둥번개 폴카’와 ‘박쥐 왈츠’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춥니다. 그러나 아침 6시를 치는 시계 소리가 들리자 손님들은 다들 급히 파티장을 떠납니다.

 

금융계의 부자 아이젠슈타인과 박쥐 가면을 쓴 그의 아내 로잘린데.

 

 

아이젠슈타인은 무도회에서 잔뜩 취한 채 아침 일찍 감옥으로 옵니다. 그러나 형무소장은 12호실에 이미 아이젠슈타인이 들어와 있다고 말하지요. 이때 애인을 면회하려고 로잘린데가 나타나자 아이젠슈타인은 변호사로 변장하고 감방에 들어가 둘 사이의 진실을 알아내고는, 아내에게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그러자 로잘린데도 이에 질세라, 회중시계를 꺼내 보이며 남편의 부정을 비난합니다. 이제 팔케가 무도회 손님들을 다 거느리고 형무소에 찾아와 간밤의 모든 일이 자신의 유쾌한 복수극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로잘린데는 용서를 비는 남편을 받아들이고, 손님들은 다 함께 샴페인을 예찬하는 합창을 노래합니다.

 

 

 

한 해의 근심을 털어주는 화려한 춤과 음악


이처럼 감옥을 배경으로 한 3막은 베토벤의 [피델리오] 같은 진지한 내용의 오페라를 패러디한 설정이라는군요. 봉건주의 신분사회에서는 무자비한 억압과 박해가 이루어지던 감옥이라는 공간이 자본주의 시민사회에서는 이처럼 희극적 해프닝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랍니다.


세계의 오페라 극장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 오페레타 [박쥐]를 무대에 올리곤 합니다. 화려한 춤과 음악, 유머 넘치는 대사들이 한 해의 근심과 고통을 다 털어버리게 해주기 때문이지요. 프랑스어 원작을 읽고 그 풍자와 익살에 매료된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이 이야기를 오페레타로 만들면서 왈츠의 황제답게 무대를 당장 무도회장으로 바꾸어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민의 일상을 소재로 한 당시 오페레타에 익숙해 있던 관객들은 더러 이 상류사회의 드라마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는군요. 귀족이 몰락하고 시민의 시대가 열리는 전환기에 이런 변화를 잊고 싶은 상류계급이 ‘도취 속의 망각’을 추구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엄청난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면서 어떻게든 귀족사회에 속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졸부근성의 남자주인공, 남자의 재력을 보고 결혼하고는 남편을 경멸하며 살아가는 속물 아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계로 진출하고 싶어 ‘몸 로비’를 불사하는 부잣집 하녀 등, 이 오페레타는 당시 빈 상류사회의 가식과 허영에 대한 풍자가 그 핵심입니다. 거기에 음악적 에로티시즘이 더해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오페레타가 되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아이젠슈타인-로잘린데-아델레-프랑크-오를로프스키 순)

[음반] 니콜라이 겟다,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리타 슈트라이히, 칼 된히, 루돌프 크리스트 등,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5년 녹음, EMI

 

[음반] 에버하르트 베히터, 군둘라 야노비츠, 레나테 홀름, 에리히 쿤츠, 볼프강 빈트가센 등,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1972년 녹음, Decca

 

[DVD] 에버하르트 베히터, 군둘라 야노비츠, 레나테 홀름, 에리히 쿤츠, 볼프강 빈트가센 등, 칼 뵘 지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오토 솅크 연출, 1972년 빈 국립오페라 공연 실황(한글자막), DG

 

[DVD] 토마스 알렌, 파멜라 암스트롱, 류보프 페트로바, 아르투르 코른, 말레나 에른만 등,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글라인드본 오페라 합창단, 스티븐 로울리스 연출, 2003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실황, Opus Arte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