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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2년 헝가리계 바이올리니스트인 에두아르드 레메니(Eduard Remenyi, 1828∼1898)가 함부르크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당시 연주회를 본 19살의 브람스는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문이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1853년 봄, 브람스는 레메니와 함께 연주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브람스보다 세 살이 많았던 레메니는 이미 음악가로서 인기를 얻고 있었고, 브람스는 레메니의 명성에 기대어 함부르크, 하노버, 바이마르, 뒤셀도르프 등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 연주했다(그 시절의 브람스는 피아니스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이 순회공연 중에 레메니의 소개로 평생을 함께 할 친구 요제프 요아힘(바이올리니스트)도 알게 되었다. 또한 브람스 인생의 중요한 두 개의 기둥으로 자리할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비크도 소개 받았으니 레메니와의 여행은 브람스의 운명을 결정지은 연주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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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garian Dance No. 1 - 마이클 틸슨 토마스,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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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garian Dance No. 3 - 마이클 틸슨 토마스,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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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garian Dance No. 5 - 유진 오먼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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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 |
헝가리 무곡에 얽힌 표절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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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은 바로 이 순회 공연의 결과물이다. 헝가리 무곡의 핵심적인 문구는 집시 음악이며, 레메니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브람스를 고소하게 된 것도 집시 음악의 특징적인 모습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레메니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사실 레메니와 연주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브람스는 [헝가리 무곡]을 작곡할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레메니가 브람스에게 하나의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람스가 레메니의 작곡을 표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판 결과는 브람스가 악보를 출판할 때, 작곡이라고 하지 않고 편곡이라고 표기했으므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레메니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야 했고 브람스는 ‘신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1868년에 1집(1∼5곡)과 2집(6∼10곡), 1880년에 3집(11∼1 6), 4집(17∼21)의 악보가 출판되었다. 레메니의 소송의 영향으로 브람스는 11번 곡부터는 민속 선율이 사용을 자제하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찾으려 했다. 그래서 대중적인 인기는 후기 곡들보다 초기곡들이 많다. 서른 여섯 살에 발표한 [헝가리 무곡]의 엄청난 성공은 작곡가로서 브람스의 입지를 강화해주었고 사람들은 집시풍의 음악에 지속적인 찬사를 보냈다. 사실 브람스가 집시 음악을 처음 사용한 것은 1857년에 발표한 [헝가리 노래에 의한 변주곡] op. 21 no. 1이며 [헝가리 무곡] 이후에도 [집시의 노래] op. 103와 [피아노 사중주] op. 25 등의 작품이 그러한 범주 속에 있다.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도 비록 집시 음악은 아니지만 브람스 [헝가리 무곡]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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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왼쪽)와 브람스의 모습(1853). | |
집시 음악에 대한 대중적인 열광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이나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 같은 음악들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이러한 대중적 열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그 시대 사람들은 헝가리 음악을 집시 음악과 동일시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토속적인 헝가리 사람들이 즐겨 흥얼거리던 음악은 집시들의 음악과 별다른 상관이 없다. 다만 헝가리가 집시들에게 국경을 개방한 몇 안되는 나라였으므로 자국 안에 집시들이 많이 있었고, 또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헝가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집시 음악의 형식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이다. 20세기 초의 작곡가 벨라 바르토크가 강력하게 인식한 것이 바로 집시 음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오리지널 헝가리의 민속 음악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헝가리 무곡]이 원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연탄곡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19세기 중반을 넘어섰을 때는 이미 웬만한 독일 중산층 가정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함께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 브람스는 1872년 피아노 독주용으로도 초기의 10곡을 편곡해서 출판했지만, 정작 우리가 익히 듣고 즐기고 있는 오케스트라 버전은 1번, 3번, 10번 이렇게 세 곡만을 1874년에 직접 편곡했을 뿐이다.
[헝가리 무곡] 전체 21곡 중 나머지 18곡은 모두 브람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편곡했다. 2번은 요한 안드레아스 할렌(Johan Andreas Hallen), 4번은 파울 유온(Paul Juon), 5번, 7번은 마르틴 슈멜링(Martin Schmeling), 8번, 9번은 한스 갈(Hans Gal), 11번∼16번은 알베르트 팔로(Albert Parlow), 17번∼21번은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 nin Dvorak)가 몇 곡씩 나눠서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했다. 브람스에 의한 오케스트라 구성은 피콜로,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파곳 2, 호른 4, 트럼펫 2, 팀파니, 트라이앵글, 큰북, 심벌즈, 현5부이다. 초연은 브람스가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세 곡의 경우 1874년 2월 5일 라이프치히에서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브람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네 손을 위한 연탄 곡은 1번곡부터 10번곡까지 1868년 11월 1일, 11번곡부터 21번곡까지는 1880년 5월 3일에 각각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에 의해 초연되었다. | |
헝가리 민속음악에 맞춰 민속춤을 추는 사람들.
[헝가리 무곡] 1번을 피아노 연주로 녹음한 브람스
브람스는 직접 [헝가리 무곡]을 녹음하기도 했다. 1889년 12월 2일에 실린더 레코딩 방식으로 자신의 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요하네스 브람스라고 합니다”와 함께 [헝가리 무곡] 1번을 독주 피아노 연주로 남겼다. 우리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브람스가 자신의 많은 레퍼토리 중에서 왜 [헝가리 무곡]을 선택했을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브람스에게 중요한 곡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브람스는 [헝가리 무곡]을 통해서 작곡가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브람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잠자리]도 녹음으로 남기긴 했다. 그러나 [헝가리 무곡]은 그가 남긴 유일한 녹음 기록으로 브람스에게 있어 이 작품이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경우다.
[헝가리 무곡]을 브람스가 단순히 집시 선율을 편곡한 생각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론 집시 음악의 특징적인 싱커페이션이나 갑작스러운 조바꿈 등의 사용은 이 음악과 집시를 따로 떼어놓을 수는 없지만, 브람스는 고전 음악의 언어 속에 그 특징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더구나 집시 음악의 강력한 영향이 느껴지는 초기의 10곡에 비해 후기의 11곡은 분명 그 자신의 새로운 감수성이 빚어낸 독자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음악이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것은 흥겨운 리듬과 비극적인 색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장엄한 양식과 자유로운 영혼 사이의 갈림길에서 브람스는 [헝가리 무곡]을 작곡했고, 이 21곡의 작품은 오늘날 연주회 앙코르 레퍼토리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추천음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빈 필 연주(DG)는 투명한 색채감각과 탄력적인 리듬이 인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을 아바도의 지휘로 처음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연주다. 이반 피셔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타라를 지휘한 연주(Hungaroton)의 경우 토속적인 리듬과 헝가리의 집시 분위기가 이 만큼 살아 있는 음반은 드물다. 피셔는 필립스에서도 같은 곡을 녹음했지만 헝가로톤의 연주가 좀더 원초적인 느낌이 강하다. 브람스의 친구였던 요아힘이 편곡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연주로는 오스카 셤스키의 음반(Nimbus)을 추천하고 싶은데, 무엇보다 ‘흥겨움’과 은은한 ‘비애감’은 묘한 대비감이 매력적이다. 진정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셤스키의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피아노 이중주 연탄 연주로 듀오 탈 & 그뢰튀젠(Sony)의 음반이 최상급의 브람스를 들려준다. 이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 연주는 드물며 탈 & 구뢰튀젠은 헝가리 춤곡의 오리지널 형태를 고스란히 들려준다. | |
- 글 김효진 / 월간 <라 뮤지카> 편집장
- 음악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이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