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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케스트라 교실 - 교향곡 속의 춤곡

minjpm 2010. 7. 1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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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곡을 듣다 보면 흥에 겨워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게 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음악이 너무 신나서 발을 구르거나 춤을 추고 싶어질 때도 있지요. 대체 음악은 왜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걸까요? 아마도 음악 속의 ‘리듬’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겠지요.

 

 

 

음악에 일정한 질서와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리듬

‘흐름’이란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리듬(rhythm)’은 음악적 시간이자 주기적인 흐름입니다. 음의 장단과 강약을 조절해 음악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리듬에의 충동은 아마도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질서에 대한 욕구로부터 비롯된 모양입니다. 괘종시계의 단조로운 초침의 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마음 속으로 ‘똑딱똑딱’하는 2박의 주기를 부여하게 되니까요.

 

강박과 약박의 패턴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며 기본적인 단위를 이루면 일정한 ‘박자’가 형성되는데, 그 종류는 크게 2박자나 3박자, 4박자 계열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박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당한 템포로 연주되는 2박자의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행진을 하고 싶어지지요.

 

강박과 약박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모양이 마치 왼발 오른발을 교대로 내디디며 걷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그럼 ‘쿵작작’하며 진행되는 3박자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3박자의 음악을 들으면 어쩐지 넓은 홀을 누비며 빙글빙글 돌고 싶지 않은가요?


강박과 약박의 패턴, 리듬의 흐름은 춤을 추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출처 : NGD>

 

 

 

3박자 춤곡 미뉴에트, 교향곡에 우아한 기품을 더하다


3박자는 참 묘한 박자입니다. 2박자나 4박자처럼 강박과 약박이 균형을 이루지 않고 하나의 강박과 두 개의 약박이 결합하여 균형이 깨진 듯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강박의 타격 후에 따라 나오는 약박에서는 더욱 탄력 있는 운동감이 전해집니다. 느린 템포의 3박자든, 빠른 템포의 3박자든 둥글고 유연한 움직임이 느껴지지요.


그 묘한 매력 때문인지 3박자의 춤곡은 고전주의 교향곡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는 교향곡과 현악4중주의 3악장에 ‘미뉴에트(Minuet)’ 라는 프랑스 궁정 춤곡을 사용해 교향곡에 우아한 기품을 부여했어요. 그 시대엔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 직전에 미뉴에트를 집어넣는 게 일종의 관습처럼 굳어져 있었지요. 미뉴에트는 느리고 서정적인 2악장과 아주 빠른 4악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간주곡 같은 음악이라서 길이도 별로 길지 않지만, 춤곡 풍의 선율과 리듬 덕분에 친근감을 줍니다.

 

교향곡 속의 미뉴에트는 뚜렷한 양식에 따르기 마련입니다. 미뉴에트 주제가 나온 후에 트리오라는 중간 부분이 나오고, 다시 처음의 미뉴에트로 되돌아가는 것이지요. 즉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되 첫 번째 파트와 세 번째 파트는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중간 부분을 3중주라는 뜻의 ‘트리오’라 부르는 게 좀 이상하다고요? 역사적인 배경을 알면 이 용어가 그리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아주 오래된 옛 미뉴에트에선 이 부분을 세 대의 독주악기로 연주했으니까요. 하지만, 모차르트 교향곡에서 3악장 트리오에서 연주하는 악기 수를 아무리 세어 봐도 세 대 이상이 될 겁니다. 그건 이미 모차르트 시대의 미뉴에트에서 트리오 부분을 세 대의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는 규칙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단지 ‘트리오’란 이름만 남은 것이지요.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3악장의 미뉴에트는 트리오 부분의 아름다운 민요풍 선율로 인해 모차르트 교향곡의 미뉴에트 악장 중 가장 매혹적인 곡으로 손꼽힙니다. [교향곡 39번]의 미뉴에트와 트리오 부분을 잠시 들으면서 우아한 3박자의 춤 리듬을 느껴볼까요?

 

‘미뉴에트’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18세기의 그림 <출처 : Tiepollo at en.wikipedia>

 

 

no 아티스트/연주  
1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3악장 미뉴에트 / 에리히 클라이버, 쾰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1956년 듣기
2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3악장 트리오 / 에리히 클라이버, 쾰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1956년 듣기

 

 

 

속도와 힘을 더한 베토벤의 스케르초

모차르트와 함께 빈 고전주의 음악의 대가로 손꼽히는 베토벤은 모차르트보다 훨씬 더 빠르고 혈기왕성한 새로운 미뉴에트를 만들었습니다. 음악사 상 가장 위대한 모험가이자 발명가인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1번] 3악장에 ‘미뉴에트’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른 음악을 작곡해 넣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과연 이 음악이 프랑스 궁정에서 추던 춤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더 이상 3박자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빠른 이 음악은 베토벤이 붙인 ‘미뉴에트’라는 이름과는 달리 실제 음악적 성격은 ‘스케르초(Scherzo)’ 에 가깝습니다.

 

당시 계몽사상에 경도되어 있던 베토벤은 절대왕정의 상징인 케케묵은 프랑스 궁정 춤곡 미뉴에트는 너무 구식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면서도 사실상 스케르초인 빠른 음악에 미뉴에트란 이름을 붙인 걸 보면, 베토벤도 교향곡 3악장을 미뉴에트로 작곡해온 오랜 전통을 무시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농담’이란 뜻의 ‘스케르초’는 매우 빠른 3박자로 된 경쾌한 음악입니다. 예상을 뒤엎는 악센트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며 익살을 부리는 듯한 음악이에요.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2번]부터 [7번]까지 3악장을 빠르고 활력에 넘치는 스케르초로 작곡해서 교향곡에 참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스케르초는 특히 격렬하고 신랄한 표현이 돋보입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베토벤 [교향곡 1번] 3악장 미뉴에트 / 헤르만 쉐르헨, 빈 국립오케스트라, 1954년 듣기
2 베토벤 [교향곡 7번] 3악장 스케르초 / 에리히 클라이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1950 듣기

 

 

 

랜틀러의 강한 율동감, 우아한 기품의 왈츠

베토벤 이후의 많은 작곡가들이 교향곡의 2악장이나 3악장에 스케르초를 넣어 교향곡을 더욱 역동적인 음악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향곡에 3박자의 춤곡을 넣는 전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은 때때로 교향곡 3악장에 좀 더 서민적이고 소박한 오스트리아 춤곡 ‘랜틀러(Ländler)’ 리듬을 섞어 넣어 좀 더 거친 분위기를 내기도 했는데, 이런 전통은 말러의 교향곡으로 계승됐습니다.

 

‘랜틀러’라는 말은 ‘대지’라는 뜻의 독일어에서 온 말이니만큼 좀 더 서민적이고 소박한 춤입니다. 엉덩이를 치며 추는 랜틀러는 강박이 특히 강조돼서 그런지 강한 율동감과 거칠고 소박한 즐거움이 느껴져요. 말러의 [교향곡 1번] 2악장의 랜틀러를 들어보면서 귀족적인 미뉴에트와는 전혀 다른 원초적인 리듬을 느껴보세요.


‘왈츠(Waltz)’ 역시 독일의 랜틀러와 비슷하게 강박이 강조된 3박자의 춤곡입니다. 본래 16세기경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에서 나타난 춤곡이라고는 하지만 왈츠의 중심지가 된 건 오스트리아 빈이었습니다. 랜틀러가 소박하고 거친 느낌이라면, 왈츠는 우아하고 품위가 있으며 때로는 관능적이기도 합니다. 왈츠의 왕으로 불리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왈츠의 대중성에 예술 감각을 더하여 왈츠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많은 왈츠 곡들을 남겼는데, 그 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유명합니다. 우아한 왈츠는 때때로 교향곡 속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합니다. 발레음악의 대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왈츠 악장을 들어보면 아름다운 무용수들이 날아갈 듯 춤을 추는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무도회에서 연인이 춤추고 있는 장면을 담은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2악장의 화려한 왈츠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뛰어난 왈츠입니다. 두 대의 하프가 편성되어 더욱 호화로운 느낌을 전해줘요.


왈츠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느낌을 전한다. <출처 : Renoir at en.wikipedia>

 

no 아티스트/연주  
1 말러 [교향곡 제1번] 2악장 / 헤르만 쉐르헨,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54년 듣기
2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2악장 / 샤를르 뮌슈, 파리 관현악단, 1967년 듣기

 

 

 

내달리듯 경쾌한 지그, 매우 빠른 타란텔라

교향곡에 항상 미뉴에트나 왈츠 같은 3박자의 춤곡만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빠른 6박자의 춤곡들도 교향곡에서 종종 들을 수 있어요. 6박자의 춤곡들은 3박자의 미뉴에트나 왈츠보다 한결 격앙된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아마도 ‘강-약-약-중강-약-약’의 강약 패턴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6박자의 춤곡이 실상은 두 개의 강박에 무게가 실리는 2박자 계의 춤곡이나 다름없기 때문일 겁니다. 빠른 6박자의 춤곡을 들으면 마치 ‘쿵작쿵작’하며 신나게 연주되는 폴카처럼 강한 2박의 박동이 강조돼서 빠르게 내달리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빠른 6박자는 크게 보면 ‘복합 2박자’라 할 수 있어요.

 

하이든이나 베토벤, 멘델스존 등 많은 교향곡 작곡가들은 복합 2박자의 춤곡을 교향곡의 1악장이나 4악장에서 넣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는데, 그들이 종종 사용한 춤곡들 중 대표적인 것으로 영국의 시골춤곡에서 유래한 ‘지그(Gigue)’ 가 있습니다. 바흐의 춤 모음곡의 마지막 악장으로 종종 연주되는 지그는 매우 경쾌하면서도 소박한 춤곡입니다.

 

베토벤은 그의 [교향곡 7번]의 1악장에 8분의 6박자의 지그를 사용해 리듬감을 강조했는데, 교향곡 1악장을 8분의 6박자의 복합 2박자로 설정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통 교향곡 1악장은 4박자로 되어 있어서 안정감을 주지만 베토벤은 지그의 빠른 춤 리듬을 교향곡 첫 악장부터 사용해서 음악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어요. 일찍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리스트는 이 교향곡을 가리켜 “리듬의 신격화”라 부르기도 했는데, 그건 아마도 1악장에 나타나는 신나는 지그의 리듬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18세기 유럽의 사교 댄스 장면 <출처 : Dance at en.wikipedia>

 

no 아티스트/연주  
1 베토벤 [교향곡 제7번] 1악장 / 에리히 클라이버,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 1950년 듣기
2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3악장 / 앙드레 클뤼탕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58년 듣기

 

 

타란텔라(Tarantella)’ 는 복합 2박자의 춤곡 가운데 지그보다 더 빠른 춤곡으로, 격렬하게 몰아붙이는 교향곡의 4악장이나 스케르초 풍의 3악장에 종종 사용됐습니다. 흥미롭게도 본래 ‘타란텔라’라는 말은 ‘타란툴라’라는 거미의 이름에서 왔다고 합니다. 타란툴라 거미는 독성이 강한 거미라서 한 번 물리면 타란텔라 춤을 추면서 땀을 많이 흘려야 독을 뺄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타란텔라 춤곡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지요. 차이콥스키의 마지막 교향곡인 제6번 [비창]의 3악장에는 타란텔라의 빠른 리듬이 사용돼서 그런지 대단히 급박하고 소란스런 느낌을 줍니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같은 대표적인 기악곡 속에는 생각보다 상당히 여러 종류의 춤곡들이 들어 있습니다. 본래 악기로 연주하는 기악곡은 옛 춤곡들을 반주하던 악기들의 음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교향곡이나 협주곡 같은 정통 기악 형식에 춤곡이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이제는 오케스트라의 흥겨운 연주를 들으면서 춤곡의 리듬을 느껴보세요. 박자에 맞춰 고개를 흔들거나 가볍게 손짓을 하며 리듬에 반응하다 보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더 커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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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뉴에트(Minuet)

    본래 프랑스 시골에서 추던 3박자의 춤으로, 17세기에는 프랑스 궁정에 도입되었다. 작고 우아한 스텝이 특징이다. 프랑스의 작곡가 륄리 이후에 미뉴에트는 예술음악에 도입되었으며, 모음곡이나 교향곡의 한 악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 스케르초(Scherzo)

    17세기에 발생한 빠른 3박자의 기악곡으로, 해학적이고 신랄한 표현이 돋보이는 음악이다. 베토벤에 의해 교향곡의 3악장으로 작곡된 이후 교향곡에 널리 사용되었다.

  3. 랜틀러(Ländler)

    오스트리아 고지대에서 추던 춤곡.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등의 작곡가들이 랜틀러 양식의 음악을 많이 작곡했다.

  4. 왈츠(Waltz)

    16세기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에서 유래한 3박자의 춤곡으로 19세기 빈에서 크게 유행했다.

  5. 지그(Gigue)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추던 시골 춤곡으로, 특징적인 리듬형이 있으며 보통 6박(복합2박)이나 3박으로 되어있다. 지그는 모음곡의 마지막 악장에 주로 나타난다.

  6. 타란텔라(Tarantella)

    이탈리아의 춤곡으로 빠른 6/8박자로 되어있다. 끝으로 갈수록 빨라지며 장조부분과 단조 부분이 번갈아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