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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베버 - 마탄의 사수

minjpm 2010. 8. 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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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주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침 어떤 ‘암흑의 경로’로 시험 문제지를 빼낸 친구가 문제를 가르쳐 주겠다고 합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순간 마음이 잠시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독일 오페라사에서 바그너 다음으로 중요한 작곡가인 칼 마리아 폰 베버(Karl Maria von Weber, 1786-1826)의 대표작 [마탄의 사수Der Freischütz]는 바로 그런 유혹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헤미아의 숲을 배경으로 한 이 낭만주의 시대 이야기는 요한 아우구스트 아펠(Johann August Apel)의 [귀신이야기 책 Das Gespensterbuch]에서 나온 것이랍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마탄의 사수] 서곡 - 마렉 야노프스키,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듣기
2 아가테의 카바티나 - 구름은 하늘을 가려도 / 샤론 스윗[소프라노] 듣기
3 막스의 아리아 - 숲을 지나고 들판을 건너 / 페터 자이페르트[테너] 듣기
4 사냥꾼의 합창 - 무엇에 비길까, 사냥의 즐거움 / 마렉 야노프스키,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시립합창단 듣기

1분감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마탄의 사수]는 서곡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종교적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도입부의 호른 소리는 절망에 시달리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는 남자 주인공의 모티프로 옮아가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으로 선악의 대결을 보여줍니다. 같은 시대의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달리 이미 오페라 안의 주제 선율들이 등장하며 바그너의 ‘유도동기’를 예고하는 서곡입니다.

 

 

 

1등 신랑감들의 집단, ‘사냥꾼의 합창’

마을 사격대회에서 명사수인 젊은 사냥꾼 막스를 물리치고 농부 킬리안이 우승을 거둡니다. 마을사람들이 다들 킬리안을 에워싸고 축하하며 막스를 놀리자 그는 ‘숲을 지나고 들판을 건너’라는 노래로 아가테에 대한 사랑과 현재의 절망감을 노래합니다. 다음날 열리는 사격 대회에서 1등을 해야만 자신이 사랑하는 산림 감독관 쿠노의 딸 아가테와 결혼을 할 수 있는데, 요즘 사격 성적이 계속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악마 자미엘에게 영혼을 판 사냥꾼 카스파는 막스에게 ‘마법의 탄환’(=마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를 늑대 골짜기로 유혹합니다. 사실 카스파는 자미엘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이제 영혼을 내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대신 막스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길 계획입니다. 두 사람은 자정에 늑대 골짜기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집니다.

 

한편 산림 감독관의 집에서는 아가테가 사촌 여동생 엔혠과 함께 연인 막스를 기다리며 아리아 ‘그를 보기 전에는 잠들 수 없어’를 노래합니다. 막스는 아가테를 찾아오지만, 사냥해 놓은 사슴을 가져와야 한다며 다시 나가버립니다.


[마탄의 사수] 오프닝 장면의 막스와 킬리안을 묘사한 1822년에 제작된 삽화.
<출처 : AndreasPraefcke at en.wikipedia>

 

늑대 골짜기에 먼저 도착한 카스파는 악마 자미엘에게 새 희생자 막스를 데려올 테니 자신을 지옥으로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막스가 오자 카스파는 그와 함께 늑대 골짜기에서 마법의 탄환 일곱 개를 만듭니다. 그 중 여섯 발은 어떤 표적이든 명중시킬 수 있지만, 마지막 한 발은 악마의 뜻대로 가게 됩니다. 2막의 이 늑대 골짜기 장면에는 귀신들과 악마가 출몰하기 때문에 연출가의 다채로운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연출에 따라 호러영화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고, 동화 같은 장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테는 신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긴 채 희망을 잃지 않는 카바티나 ‘구름은 하늘을 가려도’를 노래합니다. 엔혠이 나타나자 아가테는 흰비둘기로 변한 자신을 막스가 총으로 쏘았다는 불길한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잠시 후 결혼식 들러리 처녀들이 찾아와 아가테를 위해 ‘신부 화관의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신부 화관이 든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장례 때 시신에 씌우는 화관이 들어 있습니다.

 

늑대 골짜기에서 마법의 탄환을 제조하는 장면. <출처: 국립오페라단 제공>

 

 

숲 속 사격대회장에 사냥꾼들이 함께 모여 ‘사냥꾼의 합창’을 활기차게 노래합니다. “무엇에 비길까, 사냥의 즐거움을… 사냥은 사나이다운 욕망이며 사지를 강건하게 하고 식욕을 돋운다….” 사냥은 원래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 유럽 귀족과 상류사회 남성들이 체력단련을 위해 장려했던 취미였습니다. 하지만 평민들 중에서도 사냥꾼이 직업인 남성은 1등 신랑감이었습니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 사냥꾼의 가족은 매일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니까요. 그래서 요즘 연출가들은 이 씩씩한 사냥꾼의 합창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냥이라는 ‘귀족적’ 취미가 동물애호가들의 비난을 사고 있으니 말이죠.

 

 

 

징슈필 형식의 본격 낭만주의 오페라

영주 오토카르는 마탄을 사용해 최고의 성적을 낸 막스에게 흰 비둘기를 표적으로 정해주며 쏘아보라고 합니다. 막스가 겨냥하는 순간 아가테가 쏘지 말라고 외치지만, 총성이 울리고 아가테는 쓰러집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카스파도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마법의 탄환을 맞은 사람은 카스파였고, 아가테는 놀라 쓰러졌을 뿐 곧 깨어납니다. 막스가 마탄에 대한 사실을 고백하자 영주를 화를 내며 막스를 추방하지만 모두에게 존경받는 현명한 수도자가 나타나 막스의 잘못을 용서하고 그에게 1년의 유예기간을 준 후 아가테와 결혼시키라고 말합니다. 영주가 조언을 받아들이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영주를 찬양하며 기쁨의 합창을 노래합니다.

 

베버는 순회극단 음악감독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부터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극장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1813년 프라하 오페라극장 예술감독, 1817년에 드레스덴 궁정극장 음악감독을 맡게 된 베버는 집중적인 무대연습과 합창단 훈련, 레퍼토리 시스템의 정착 등 극장개혁에 앞장섰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문을 활짝 연 대표작 [마탄의 사수] 외에도 그의 오페라 [오베론]과 [오이리안테]는 후배 작곡가들, 특히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극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1821년 8월 18일 베버가 베를린 궁정극장에서 프리드리히 킨트(Friedrich Kind)의 대본으로 대사가 들어 있는 징슈필(Singspiel) [마탄의 사수]를 초연하자, 독일 관객들은 ‘이제야 진정한 독일 오페라가 탄생했다’며 열광했습니다.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의 문을 연 작곡가 칼 마리아 폰 베버.
<출처 : Dodo at en.wikipedia>

 

베버 자신도 관객의 폭발적인 호응에 감격해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니 앞으로의 일이 정말 걱정이다”라고 일기에 적었다고 합니다. 이 걱정은 적중해서, 2년 후 초연한 오페라 [오이리안테]의 실패로 베버는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파산을 면해보려고 베버는 3년 뒤 병약해진 몸을 억지로 추스르며 오페라 [오베론]을 작곡해 런던으로 건너갔지만, 초연 후 3주 만에 결핵으로 40세의 짧은 삶을 마감해 [오베론]의 성공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아가테-막스-엔혠-카스파 순)

[음반] 엘리자베트 그뤼머, 루돌프 쇼크, 리자 오토, 칼 크리스티안 콘 등, 요제프 카일베르트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도이췌 오퍼 합창단, 1959년 녹음

 

[음반] 군둘라 야노비츠, 페터 슈라이어, 에디트 마티스, 테오 아담 등,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및 라이프치히 방송합창단, 1973년 녹음

 

[DVD] 샤를로테 마르조노, 요르마 실바스티, 자비네 리터부쉬, 알버트 도멘 등, 잉고 메츠마허 지휘, 함부르크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페터 콘비츠니 연출, 1999년 함부르크 오페라 공연 실황

 

[DVD] 잉가 닐센, 페터 자이페르트, 말린 하르텔리우스, 마티 살미넨 등,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지휘,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루트 베르크하우스 연출, 1999년 취리히 오페라 공연 실황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3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