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
27세의 프란츠 슈베르트는 누구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할 만큼 건강하지 못한 상태였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이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도 심해지기 시작했다. 1823년 처음으로 긴 병원생활을 했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고 두통 또한 심해졌다. 1824년 일기에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 또다시 눈이 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전날의 슬픔만이 나에게 엄습하여 옵니다. 이렇게 환희도 친근감도 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또 나의 작품은 음악에의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를 가장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슬픔은 이해를 돕게 하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
- 슈베르트의 일기 중
 |
 |
|
 |
1악장 Allegro moderato / 안너 빌스마[첼로 피콜로], 호스 판 임머젤[포르테피아노] |
 |
 |
2악장 Adagio |
 |
 |
3악장 Allegretto |
 |

1분감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 |
대작 교향곡을 향한 여정 중에 작곡한 ‘숨고르기’
 | |
이렇듯 1824년은 그에게 있어서 고통스러운 한 해였지만, 다른 한 편 음악적으로는 보다 커다란 야망을 향해 나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해 3월 [로자문데] 현악 4중주를 작곡한 이후 그는 대교향곡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실내악에 더 이상 관심을 쏟지 않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탄생한 피아노 연탄을 위한 [그랜드 듀오] D.812가 10월경 선을 보였는데, 이 작품에서 슈베르트는 보다 큰 규모의 교향곡으로 넘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구도를 완성시켰다.
여기서 파생된 ‘대교향곡’ 즉 [9번 교향곡]은 1826년 10월 빈 악우협회에 제출되었지만 소액의 수수료 외에는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슈베르트 사후 1839년 로베르트 슈만에 의해 발견, 멘델스존이 라이프찌히에서 초연하면서부터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해 여름 슈베르트는 에스테르하지 일가와 함께 체레스라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슈베르트는 백작의 딸과 어렴풋한 사랑이 싹텄던 동시에 헝가리의 고유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당시 그의 작품에서는 헝가리 풍의 요소가 등장했고,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역시 이러한 성격이 반영되었다. 대작을 향해 달려가기 이전, 슈베르트는 잠시 숨고르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인데, 이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 바로 그 유명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이다.
| |
|

1824년 슈베르트는 불행한 시기에 감미로운 선율이 돋보이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작곡했다. <출처: schubert at fr.wikipedia> | |
슈베르트가 1824년 11월 비엔나에서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 D.821은 본래 아르페지오네(Arpeggione)라는 악기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1823년 빈의 악기 제작자 요한 게오르그 슈타우퍼(Johann Georg Staufer)에 의해 만들어진 이 악기는 ‘기타-첼로’, 혹은 ‘기타-다모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첼로와 흡사한 크기에 기타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고, 첼로처럼 활을 현에 문질러 연주하는 악기였다. 이 악기는 여섯 개의 거트 현을 가지고 있어 E-A-D-G-B-E로 조율되었고 브릿지와 반음씩 나뉘어지는 금속 핑거보드를 갖추고 있는데, 첼로의 중고역 소리를 냈고 콧노래를 부르는 듯한 독특한 정취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잊혀진 악기 아르페지오네를 위해 작곡한 작품
 | |
슈베르트는 빈센초 슈스터(Vincenz Schuster)라는 아르페지오네 주자를 위해 곡을 작곡했다. 슈스터라는 인물은 이 악기를 위한 교본을 남긴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악기가 되어버렸고, 이 악기를 위해 작곡된 작품도 슈베르트의 이 곡이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다.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가 급속도로 잊혀졌기 때문에, 이 작품 또한 1871년이 돼서야 비로소 출판될 수 있었다.
아르페지오네는 소형의 첼로로서 바흐 시대에 사용되었던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와 흡사한 모양과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에는 주로 첼로로 대체해 연주한다. 다만 첼로보다 피치가 높기 때문에 [아르페지오네 소타나]를 현대 첼로로 연주할 경우엔 높은 음부의 빠른 패시지를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리듬에 변화를 주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그러한 만큼 원곡 외에도 첼리스트 가스파르 카사도의 편곡에 의한 첼로와 관현악 협주곡풍의 편곡이나, 도브링거 편곡의 피아노와 바이올린 2중주, 그 외에 플루트나 더블베이스, 비올라, 클라리넷, 기타 등등 여러 악기를 위한 편곡으로 연주되곤 한다.
즉흥곡 형식으로 단기간에 작곡된 이 작품은 세 개의 짧은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레그로 모데라토 A단조는 2개의 주제에 의한 소나타 형식으로 씌어졌는데, 이 가운데 1주제의 첫 네 개의 음은 [미완성 교향곡]의 첫 마디 음과 유사하다. 이어지는 아름다운 아다지오 E장조는 반주가 딸린 성악을 위한 슈베르트의 가곡 스타일로 시작되어 차츰 기악적인 발전을 이룬다. 마지막 알레그레토 악장은 우아한 후렴구와 무도회적인 에피소드를 갖는 론도 형식이다. | |
|

잊혀진 악기인 아르페지오네는 그림 속의 비올라 다 감바와 유사한 모양과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출처: Gabriel Metsu at de.wikipedia> | |
추천음반 로스트로포비치가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반주로 녹음한 [아르페지오 소나타]는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고전적인 명반(DECCA)으로 손꼽힌다. 연주도 훌륭하지만 데카 레코딩팀의 리얼한 사운드가 돋보인다. 한편 헝가리 출신의 거장 미클로시 페레니가 언드라시 쉬프의 반주로 녹음한 연주(Teldec)는 이 작품의 서정성을 극대화한 명연으로서, 그의 스승인 엔리코 마이나르디의 녹음에 범접하는 명연으로 손꼽을 수 있다. 현대적인 명연으로 미샤 마이스키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Philips)를 추천하며, 존 윌리엄스의 기타 편곡 연주(SONY)도 환상적이다. | |
- 글 박제성 / 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칼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3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