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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멘델스존 - 핑갈의 동굴

minjpm 2010. 8. 25. 13:03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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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갈의 동굴’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연안의 헤브리디스 제도에 속한 스태퍼 섬에 있는 동굴로서, ‘핑갈 Fingal’이라는 명칭은 스코틀랜드의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동굴의 내부는 크고 작은 육각형의 현무암 기둥들로 둘러싸인 거대한 홀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거기에 파도가 들이치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흡사 대성당에 메아리 치는 파이프 오르간의 울림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no 아티스트/연주  
1 멘델스존 – 핑갈의 동굴 서곡 / 레너드 번스타인, 뉴욕 필 듣기

9월 07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헤브리디스 여행의 강렬한 인상

1829년 4월, 멘델스존은 영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런던에서 그는 연이은 무도회와 연회 참석, 연극 및 오페라 관람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냈고, 한편으론 자신의 교향곡을 직접 지휘한 연주회로 대성공을 거두고 필하모니 소사이어티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약관의 천재 음악가는 영국인들의 환대에 크게 고무되었고, 이후 아홉 차례나 더 영국을 방문하며 헨델하이든에 비견되는 거장으로 대접받게 된다.

 

같은 해 7월 말, 멘델스존은 런던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을 뒤로 하고 내친 김에 스코틀랜드까지 돌아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스코틀랜드는 그를 한껏 고무시켰다. 깎아지른 바위 위의 ‘아서왕의 자리’에 올라가 에든버러의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멋진 풍경을 자신의 스케치북에 담았고,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비운이 서려 있는 홀리루드의 폐허를 방문하여 [스코틀랜드 교향곡]의 도입부 악상을 떠올렸다.

 

여정은 계속해서 하일랜드 지방까지 이어졌고, 그는 때로는 마차나 짐마차를 타고, 때로는 걸어서 바위산과 폭포수, 황무지를 누비며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8월 7일, 헤브리디스 제도를 향하여 출항한다.


멘델스존은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를 여행하며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
<출처 : James Warren Childe at en. Wikipedia.com>

 

배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넘실대는 파도 저편으로 차츰 헤브리디스의 군도들이 시야에 들어왔고, 멘델스존 일행은 뱃멀미와 폭풍우를 견뎌내며 스태퍼 섬에 도착했다. 마침내 들어선 핑갈의 동굴은 압도적인 인상으로 그들을 덮쳐왔다. 동행했던 친구 클링게만은 그 동굴을 “거대한 오르간의 내부처럼 어둡고 소리가 울리고, 아무렇게나 만들어져 있으며 완전히 고립되어 있다.”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어쩌면 멘델스존이 받은 감흥은 몇 년 전 역시 그곳을 다녀갔던 시인 키츠의 그것에 더 가까웠으리라. “바다가 끊임없이 그곳에서 부서지고 있다. … 장엄함과 웅대함, 그리고 광활함…. 그것은 가장 훌륭한 대성당을 능가한다.” 

멘델스존은 그 자리에서 하나의 주제를 떠올려 스케치했고, 나중에 그 여행에 관하여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그 악보를 동봉했다. “헤브리디스가 내게 얼마나 엄청난 감동을 주었는지, 조금이나마 공유하기 위하여 그곳에서 떠오른 악상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 때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는 한 편의 연주회용 서곡을 작곡한다. 그 서곡은 이듬해 로마에서 ‘외로운 섬’이라는 제목으로 일단 완성되었으나, 그 후 개정을 거쳐 ‘헤브리디스’라는 제목으로 런던에서 발표되었다. 이 곡이 바로 오늘날 [헤브리디스 서곡] 또는 [핑갈의 동굴 서곡]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멘델스존이 여행했던 스코틀랜드 북서쪽 헤브리디스 제도의 거친 파도와 섬들.

 

 

 

바다의 위험을 연주회장으로 옮겨놓다


서곡 [핑갈의 동굴]은 ‘음의 풍경화가’로 일컬어지는 멘델스존의 절묘한 작곡기법이 가장 잘 발휘되어 있는 작품이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변화무쌍한 바다의 모습을 담은 한 폭의 풍경화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넘실거리는 파도, 불어오는 바람, 외로이 떠있는 섬과 바위들, 푸른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시커먼 동굴, 그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떼 등등…. 이 모든 광경이 마치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음악은 은근한 일렁임으로 시작된다. 처음에 파곳, 비올라, 첼로로 제시되는 b단조의 중심주제는 파도를 연상시키는데, 이 주제는 이후에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며 곡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이 파도가 점차 진폭을 확장해 가는 동안 목관악기에서 흘러나오는 또 하나의 선율은 그 위에 떠있는 바위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하다. 이제 바람이 점점 더 세차게 불어오고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 파동이 잠시 가라앉으면 이윽고 파곳과 첼로가 D장조의 칸타빌레 주제를 차분하게 꺼내놓는다. 느긋하게 노래되는 이 선율은 잔잔해진 바다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의 모습, 또는 항해하는 나그네의 객수와 기대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바다는 다시 거칠어지고 코데타에 등장하는 새로운 주제는 마치 배를 뒤엎어 버리기라도 할 듯이 격렬한 기세로 휘몰아치는 폭풍우와도 같다.

 

전개부로 들어가면 갖가지 의성음이 들려오며 배가 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바닷새의 울음소리, 바다표범의 포효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부서지는 파도와 물보라 소리, 어디선가 홀연히 불어와 귓가를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의 감촉도. 이후 음악은 계속해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변화무쌍한 바다의 모습과 그 항해 동안 멘델스존이 체험했던 긴박한 순간과 바다의 운치, 또 핑갈의 동굴에서 느꼈던 강렬한 감흥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바그너는 이 곡을 듣고서 멘델스존을 ‘일류의 풍경화가’라고 상찬했다. 물론 이 곡에 가장 열광했던 것은 영국인들이었는데, 그들은 이 위대한 작품이 자기네 나라의 자연환경을 그렸다는 사실을 뿌듯해했던 것이다. 특히 한 작가는 “이 곡은 바다의 위험을 곧장 연주회장으로 옮겨왔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트롬본 없이 고전적인 2관 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해서 작곡된 이 서곡은 소나타 형식의 구성원리를 따르는 등 형식면에서는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바다의 율동과 그 위의 갖가지 형상들을 세밀한 필치로 묘사했다는 점에서는 미래를 지향하고 있었다고 하겠다. 순수한 기악음악을 통해서 회화적⋅문학적⋅철학적 내용을 표현하는 표제음악은 낭만주의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 장르 가운데 하나였고, 그 중에서도 [핑갈의 동굴]처럼 단악장으로 이루어진 ‘연주회용 서곡’은 1850년대 리스트가 창시하게 되는 ‘교향시’의 원형이었다.


멘델스존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스테퍼 섬의 ‘핑갈의 동굴’.

 

 

추천 음반
우선 카라얀(DG)과 페터 막(DECCA)의 고전적인 명반들을 거론해야겠다. 카라얀은 베를린 필의 일사불란한 앙상블과 특유의 세련된 루바토를 바탕으로 절묘한 연출력을 발휘하여 이 곡이 진정한 걸작임을 절감케 해준다. 막은 한층 스케일이 크고 호쾌한 연주를 들려주는데, 다만 다소 오래된 녹음 탓에 음색이 거칠다. 보다 최근의 음반들 중에서는 아바도(DG)와 페터 플로어(RCA)가 유명하다. 아바도의 연주는 거시적인 리듬 설계와 정열적인 표현이 돋보이는데, 잔향이 풍부한 녹음 탓에 디테일이 뭉개지는 경향이 있다. 페터 플로어는 위 연주들에 비하면 한결 차분하고 단정하게 들리는데, 그렇다고 해서 극적 구성력이 미흡하지는 않으며 특히 확실한 디테일 처리가 장점이다.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교양강좌 전문강사
무지크바움 실장,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 역임. 현재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고양아람누리, 풍월당에서  교양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객석>, <그라모폰>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공연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3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