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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의 피아노곡인 [교향적 연습곡] Op.13은 1834년부터 1835년 1월에 걸쳐 작곡되었다. 초판은 1837년이 되어 비로소 비엔나에서 출판되었는데, 당시의 제목은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의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교향적 성격의 연습곡’이었고, 15년 후인 1852년 라이프지히에서 재판이 나올 때 비로소 ‘변주곡 양식의 연습곡’이란 부제로 출판되었다. 1834년경 슈만이 이 작품을 처음 작곡할 당시에 남긴 필사본에는 하나의 주제와 한 개의 종곡을 포함한 총 18개의 악장을 구성했는데, 여기에는 연습곡의 1, 2, 4, 5, 10번에 의한 5개의 변주곡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초판과 재판을 출판할 당시에는 슈만 자신이 이 5개의 변주곡을 누락시키고 대신 새로운 6개의 악장을 도입시켜 하나의 주제와 하나의 종곡, 9개의 변주와 2개의 연습곡의 구성으로 완성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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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 Andante / 예브게니 키신[피아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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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튀드 I - Un poco piu vi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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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튀드 II - Andan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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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튀드 III - Viv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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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3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 |
피아노를 통해 오케스트라를 나타내고자 하는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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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던 이 [교향적 연습곡]은 1873년 브람스는 슈만의 유작을 정리해서 [슈만 작품 완간]을 펴내면서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바꾸었다. 슈만이 발표하지 않고 누락시켰던 5개의 변주곡을 다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옛날 연주자들만 하더라도 초판본에 의한 구성을 따라 연주하는게 관습이었지만, 현대에 접어들면서 작곡가의 원래 의도를 중시하는 경향에 따라 이 5곡의 변주곡을 각각 그 주제 악장의 뒤에 삽입하거나 종곡 직전에 일렬로 배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리고 연주자의 관점에 따라 변주곡 가운데 일부만을 취하여 기존의 악장을 대치해버리는 경우 또한 있다.
초판 당시 이 [교향적 연습곡]의 첫 부분에 ‘이 선율은 어느 아마추어가 작곡한 것에 의한 것’이라고 주석을 달아놓았다. 이것은 이 곡에 주제 선율의 기원을 언급하는 말이고 아마추어 작곡가란 당시 보히미아와 작센 사이의 국경 부근에 아쉬라는 마을에서 살고 있던 폰 프리켄 남작이다.
슈만은 원래 이 곡을 ‘다비드 동맹 연습곡집’이라고 붙이려고 생각했다. ‘다비드 동맹’이란 슈만이 당시 비평가로 활동하며 <음악신보>라는 잡지를 낼 때에 자신과 비슷한 예술관을 가진 사람들과 그룹을 만들어 붙인 이름이다. 이는 작곡가 자신의 음악적, 사상적 의지를 표명하려 한 것이었다. 또한 슈만은 이 연습곡집에 초판이나 재판 모두에서 ‘교향적’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이 곡을 작곡 할 당시 피아노의 성능은 기능적으로 향상되었고 페달의 사용 범위 역시 넓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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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만의 집’ 내에 보존된 슈만이 생전에 이용하던 피아노와 작업실. <출처 : Vwpolonia75 at.en.wikipedia> | |
그럼으로써 피아노에서 뽑아낼 수 있는 음향의 가능성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슈만은 피아노란 악기를 통해 오케스트라를 나타내고자 하는 욕망을 젊었을 때부터 품고 있었다. 피아노의 성능이 발전됨에 따라 이 소망은 더욱 절실해졌는데, 이를 표현하고자 자신만의 음악 어법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베토벤으로부터 화성의 풍부함을 이어 받아 여기서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입혀 나가기 시작한 슈만은 [교향적 연습곡]에서 역시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 같다.
주제와 변주를 통한 연습곡 양식을 극대화하다
이러한 슈만의 노력이 처음으로 결실을 맺은 작품이 바로 [교향적 연습곡]이다. 재판시 붙여진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곡의 전체적인 내용은 주제와 변주를 통한 연습곡 양식의 극대화라고 말할 수 있다. 단 3곡과 9곡만은 변주가 아니다. 주제와 변주란 정통적인 양식을 가지고 ‘교향적’인 피아노곡을 만들었다는 것은 낭만주의 시대의 초반에 활약하던 슈만인 만큼 이미 베토벤의 고전 양식을 탈피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피아노라는 악기의 영역을 확대하여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압도하고자 했던 슈만의 꿈은 그 다음 작품인 [피아노 소나타 3번] Op.14, 일명 ‘오케스트라 없는 협주곡’에서 절정을 이룬다.
또 하나의 간과할 수 없는 뛰어난 점은 피아노 음악의 형식적 발전이 아니라 작곡가의 개성에 있다. 만약 슈만의 음악에 형식적 틀에서 벗어났지만 개성없는 공허한 울림만 있었다면, 그것은 실패한 음악이었을 것이다. 건반을 통해 화성의 풍부함과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을 표현하는 발전적 사고는 슈만 특유의 창조력과 초월적 의지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슈만은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핵심적인 인물이자 친구였던 리스트와 쇼팽의 롤 모델과 같은 인물이었고, 고전주의 시대와 낭만주의 시대를 이어주는 교두보적 위치에 서있는 작곡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주제가 제시되고 그것을 변주하며 진행하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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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장 별 해설에서는 5개의 변주곡을 제외한 초판본 버전으로 설명하겠다. 먼저 아마추어 작곡가에 의한 주제가 제시된다. 연습곡 1 (변주1)은 하행 선율 속에서 이어지는 모방의 연속이며, 일정한 마디를 구분지으며 진행된다. 연습곡 2 (변주2)는 저성부에서 스타카토로 진행되는 주제 선율을 기반으로 하여 오른손 상성부의 새로운 선율과 함께 나타난다. 16분 음표의 연속은 주제 선율들의 단순함을 뒷받침 해준다. 특징 적인 것은 이 곡에서 마지막 마디는 4/4박자의 박자에서 2박자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끝이 난다. 연습곡 3은 앞서 말한 대로 변주는 아니다. 비바체의 빠르기가 오른손의 아르페지오적인 움직임에 운동성을 부여한다.
연습곡 4 (변주 3)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음으로만 진행되는 변주다. 8분 음표로 이루어진 주제선율은 왼손의 오른손에 대한 모방으로 연주되는데 카논 형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각 양손의 주제 선율은 시작 부분마다 스포르찬도로 연주되어 확실히 구분 짓게 한다. 연습곡 5 (변주 4)도 역시 카논 풍의 모방으로써 활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붓점의 강조가 두드러진다. 연습곡 6 (변주 5)는 레가토로 이어지는 아지타토로서 16분 음표의 장식적인 하행 음형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상당한 기교를 요하는 곡이다.
연습곡 7 (변주 6)은 처음으로 조가 E장조로 변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꾀한다. 못갖춘 마디의 특징인 두 번째 박자의 악센트를 테누토로써 더욱 강조하고 있다. 중간에 C장조로 주제가 다시 나타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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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적 연습곡]은 피아노의 기능을 극대화한 테크닉과 화려한 손놀림이 돋보이는 난곡이다. <출처: NGD> | |
연습곡 8 (변주 7)은 다시 C#으로 돌아온다. 바로크적인 수법이 크게 나타나면서 이번엔 왼손의 선율을 오른손이 이어 받는 모방 형태가 나타난다. 연습곡 9는 변주와는 관련이 없다. 3번 연습곡과 함께 이 곡에 있어서 간주곡이지만 같은 조로 작곡이 되어 각 변주를 이어 주는 중요한 고리인 셈이다.
연습곡 10 (변주 8)은 양손의 사용이 재미있다. 왼손의 프레이징을 논 레가토(non legato)로써 스타카토처럼 연주하게 하고 오른손은 그 사이 사이 16분 음표를 삽입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정력적인 효과를 노린다. 연습곡 11 (변주 9)는 종곡으로 가기 위한 전주곡인 셈이다. 32분 음표에 의한 왼손이 끊임없이 움직여 나가는 음형 위에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첫 선율부는 6마디째부터 모방이 사용되어서 대위법적으로 처리되어 간다. 마지막 연습곡 12번, 즉 피날레는 환희에 찬 승리의 행진곡이다. 이 종곡 자체는 소나타 형식으로 구분 할 수 있는데 1 주제의 탄력적인 리듬과 화음적인 울림은 매우 웅장하다. 2주제의 톡톡 튀지만 서정적인 움직임은 1주제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이후 경과부를 거쳐 주제의 재현, 전개부가 이어지고 다시 주제의 재현과 더불어 장중한 코다와 함께 이 곡은 끝을 맺는다.
추천음반 이 작품을 최초로 녹음한 알프레드 코르토(Biddulph)로서 이 작품의 초절기교의 의미를 시적 영감의 세계로 올려놓은 장본인으로서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 그 다음으로 슈라 체르카스키가 80세를 기념하여 카네기 홀에서 가진 실황 음반(DECCA) 또한 이 작품의 시적 감수성과 회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명연으로 손꼽기에 모자람이 없다. 보판되었던 변주곡을 함께 녹음한 장-이브 티보데의 연주(DECCA)는 현대적인 세련미와 슈만의 대위법적 음향의 두터움을 잘 표현한 현대적 명연이고, 머레이 페라이어의 환상적인 연주(SONY)가 갖는 파괴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 |
- 글 박제성 / 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 역자
-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써 온 음악 칼럼니스트 공연, 방송, 저널활동, 음반리뷰, 음악강좌 등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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