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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찌니(푸치니, Puccini)는 대중이 원하는 요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시대에 앞선 새로운 음악과 기법을 구사하여 오페라를 상업연극으로 성공시키는 남다른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한 특색을 그의 3대 명작 중에서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6번째 오페라인 [나비부인]이다. 무엇보다도 화성과 오케스트레이션이 다른 작품에 비해 훨씬 근대적이다.
작곡가의 회심의 작품
푸찌니를 2류 오페라 작곡가라고 매도(罵倒)하며 [토스카]는 “조잡하고 선정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야유한 커만(Joseph Kerman, 1924~ 미국의 음악연구가, 전 하버드대 교수)도 이 오페라의 제1막 제2장만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나가사끼 주재 미국 영사 샤플레스가 나비부인에게 핑커톤의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편지의 2중창’)에서의 효과를 치밀하게 계산한 반주(伴奏)며 전조(轉調), 그리고 핑커톤을 태운 배가 차츰 나가사끼 항으로 들어올 때 그 막(幕) 서두에 나왔던 ‘어느 갠 날’의 음악을 되풀이하는 부분 등을 예로 들면서, 이와 같은 음악은 단지 오페라에 밀착되어 그 줄거리를 알기 쉽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음악이 줄거리 전개의 원천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까지 확언한다(Joseph Kerman. Opera a Drama, Univ. of California, 1988, p.221).
푸찌니는 이 작품에 아주 만족하여 작곡 도중 여러 번 눈물은 머금었다고 한다. 그리고 초연 날도 자신만만하게 극장에 갔으나 뜻밖에도 관객의 호응은 차가웠다. 단 하루 만에 공연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후 토스카니니의 의견을 받아 들여 전2막으로 고치고 핑커톤의 아리아를 넣어 다시 상연했다. 이번에는 대성공이었다.
“부끄럽게 살기보다는 명예롭게 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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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막에서 노래하는 ’어느 갠 날’에는 그 순진함이 고스란히 아프게 표현되어 있다. 나비부인은 미국인 남편이 자기와 아들 곁에 꼭 돌아오리라고 믿는 굳은 신념을 선언한다.
그러나 핑커톤이 돌아온 것은 본국에서 데리고 온 아내를 그녀와 만나게 하고 아들을 자기 나라에, ‘잘 사는 나라’에 데리고 가려는 속셈이었다. 미국인의 아내가 되려고 애를 쓴 나비부인이었지만 지금은 일본 무사(武士)의 딸로 돌아가 전통적인 관습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여기서 나비부인의 역할은 매우 힘들다.
겨우 15세의 어리고 순진한 소녀로 시작하여 자식을 낳아서 보통 어머니들처럼 지키고 키워주지 못하고 스스로 죽어야 하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연기력과 노래 솜씨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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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나비부인]의 오리지널 포스터. 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아이의 눈을 가리고 자살하는 나비부인을 담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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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여운 아가야 Tu, tu, piccolo Iddio / 마리아 칼라스[소프라노]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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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워너뮤직코리아 | |
Puccini, [Madama butterfly]
'Tu, tu, piccolo Iddio'
"Con onor muore
chi non può serbar vita con onore."
Tu, tu, piccolo iddio!
amore, amore mio,
fior di giglio e di rosa,
non saperlo mai per te,
per tuoi puri occhi, muor Butterfly.
perchè tu possa andare di là dal mare
senza che ti rimorda ai di maturi,
il materno abbandono.
O a me, sceso dal trono
dell'alto Paradiso,
guarda ben fiso, fiso di tua madre la faccia!...
Che te'n resti una traccia,
guarda ben! Amore, addio!
Addio! Piccolo amor!
Va, Gioca, gioca.
푸찌니,[나비부인]
‘너냐, 너야? 내 귀여운 아가야’
“부끄럽게 살기 보다는
명예롭게 죽으라”
너냐, 너야? 내 귀여운 아가야
사랑, 나의 사랑,
백합이나 장미 꽃 같은
너에게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
너의 순진한 두 눈에, 이 나비가 죽는 모습을.
왜냐하면 네가 자라서 바다 저 쪽에 건너갈 때,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고
괴로워하지 않게 하려는 거다.
오, 내게는 하늘 높은 곳의
낙원에서 베풀어준 너니까,
잘 보아두라, 네 엄마의 얼굴을.
모습이 네 속에 남아 있도록,
잘 보아 두라, 사랑하는 아들아, 안녕!
안녕, 내 작은 사랑아!
자 그만 가서 놀아라.
어린 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어머니의 호소
철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가슴 아픈 어머니의 호소이다. 자기가 명예로운 본처가 아니고 현지처에 불과한 처지를 비로소 깨닫고 죽음을 결심하고 역시 자살한 아버지의 유품인 단도(短刀)의 “부끄럽게 살기보다는 명예롭게 죽으라”라는 명문(銘文)을 읽는다. 그리고 나비부인이 그 단도로 목을 찌르려는 찰나(刹那)에 가정부인 스즈끼가 애기를 병풍 뒤의 나비부인에게 밀어 넣는다.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아기의 발자국 소리에 그만 단도를 떨어뜨린 나비부인의 “너냐, 너야?”(Tu, tu) 소리가 겹친다. 그리고 “사랑, 내 사랑"(amore, amore mio)하며 껴안았을 때 청중은 프리마돈나(prima donna=여자 주역가수)의 단장(斷腸)의 슬픔 속에 흠뻑 젖어버리게 된다. 막이 내리기 직전의 이 장면에서 관중은 저도 모르게 눈물에 젖는다. 이 아리아는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아마 가장 비통(悲痛)한 내용을 지닌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가사 첫 머리의 ‘piccolo iddio!’는 ‘내 작은 수호신이여!’라는 뜻이나, 우리 정서에는 ‘내 귀여운 아가야’가 더 적절한 듯 하여 그렇게 번역하였다.
추천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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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칼라스 푸치니 오페리 아리아집(Maria Callas sings Operatic Arias by Puccini)/세라휜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찰단, EMI 전곡반이 아닌 하이라이트반에서 이 장면(‘나비부인’의 마지막 장면)을 녹음할 경우는 요즘처럼 직접 무대를 볼 수 있는 DVD 영상(映像)이 없던 때 어느 부분을 수록하느냐가 중요하다. 단도의 명문(銘文)을 읽는 데서 시작하는 이 칼라스와 다음의 테발디의 아리아가 그 비극적인 감정 표현과 함께 가슴 조이는 긴박감을 조성한다.
[CD] 테발디 소프라노 오페라 아리아집(Renata Tebaldi Operatic Arias for Soprano)알베르토 에레데 지휘,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합창단 Decca 테발디의 무대에서의 연기력은 결코 뛰어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목소리는 화려하며 컸다. 더구나 그 화려함에는 고음에서 저음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 도취적(陶醉的)인 아름다운 노래로 폭넓은 지지층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마리아 칼라스는 노래하는 방법이 드라마틱한 데 비해 테발디는 그 정반대였다. 따라서 애호가는 각기 취향대로 갈려서 서로 논쟁을 펼쳤다. 테발디는 콜로라툴라가 아니고 리릭코 스핀토(lirico spinto=서정성과 극성의 양쪽 성격을 아울러 갖춘 목소리)의 소프라노이며 그녀의 명창 명연으로 꼽히는 역은 [라 보엠]의 미미, [토스카]와 [나비부인]의 여자 주역,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Adriana Lecouvreur] 그리고 [돈 카를로]의 엘리자베타 등이다. 특히 [나비부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단도를 떨어뜨리는 소리와 막이 내리기 직전 핑커톤이 다급히 달려 들어오며 나비부인을 부르는 소리까지 녹음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실제 무대를 본 듯 다이내믹한 녹음은 테발디 애호가를 열광시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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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 푸치니 오페라 아리아집(위) 테발디 소프라노 오페라 아리아집(아래) | |
- 글 안동림 / 전 교수,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의 저자
- 전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이며,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이자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다. 저서로는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장자], [벽암록] 등이 있다.
음원 제공 워너뮤직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