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데], [왕벌의 비행]으로 잘 알려져 있는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해군사관에서 음악원 교수가 된 후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 선배들의 작곡 기법을 철저하게 연구했다. 러시아 민요를 수집하고 편곡, 출판하는 데에도 노력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많은 제자들 가운데는 [불새], [봄의 제전]과 같이 현대음악의 걸작을 남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러시아 민족주의 1세대와 20세기 초 ‘신 고전주의’ 러시아 작곡가를 이어준 다리가 된 셈이다.
민족주의의 경향은 동유럽에서도 꿈틀댔다. 동유럽 역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독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음악 세력권에 속하고 있었다. 특히 동유럽의 보헤미아 지방, 체코와 슬로바키아 일대는 몇 세기에 걸쳐 합스부르크 가의 통치 하에 있었기에 서유럽의 음악을 깊숙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초연된 체코 프라하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보헤미아 민요가 러시아 민요보다도 더욱 서유럽 민요에 가까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보헤미아의 대표적인 민족주의 음악 즉, 국민음악 작곡가로 스메타나와 드보르자크를 들 수 있다.
‘체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메타나는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과 오페라 [팔려간 신부], 현악 4중주 등이 대표작인데 특히 [나의 조국] 중 ‘몰다우’를 들어보면 조국에 대한 스메타나의 뜨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드보르자크는 주로 체코에 머물렀던 스메타나와 달리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곡가이다.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드보르자크가 뉴욕 국립음악원 원장을 맡으면서 미국에서 체재할 당시 흑인영가와 미국 인디언 민요에 관심을 가졌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춤곡집]은 슬라브 민족만의 독특한 리듬과 정열, 음악적 감수성이 새겨져 있는 걸작 음악이다. 동유럽 못지않게 민족주의가 발전한 북유럽에서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노르웨이의 그리그 같은 작곡가들이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 걸작을 쏟아내고 있었다.
북유럽의 국민주의 음악 - 그리그, 시벨리우스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는 에드바르드 그리그가 있었다. 15세의 나이로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5년동안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하고 피아니스트로 유럽 여러 나라를 순회했다.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극 부수음악으로 쓴 [페르 귄트]는 그의 대표작으로 민족적인 특성과 정통 클래식 양식이 함께 존재한다. ‘솔베이그의 노래’를 비롯한 [페르 귄트]를 이루는 여러 명곡에는 북유럽의 자연과 정서가 한데 어우러져있다.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슈만의 작품과 커플링되어 발매되곤 하는 그의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며, 평생에 걸쳐 완성했던 [서정 소곡집] 같은 피아노 작품에서는 북구적 감성을 담은 우아한 멜로디, 섬세한 장식음, 서늘한 감수성 등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쇼팽으로부터의 영향과 노르웨이의 민요, 무용의 발자취를 담고 있다.
백야의 나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얀 시벨리우스는 철저하게 깨끗한 고전적인 양식을 고수했다. 다른 민족주의 음악가와 달리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두고 한정된 의미에서 민족주의적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민요를 인용하거나 모방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소재에 있어서는 민족적 내용를 가진 소재를 채택했다. 핀란드의 민족 서서시인 [칼레발라]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이 작품에서 성악 작품의 가사와 교향시의 주제를 채택했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차가운 대지를 비추는 눈부신 태양 같은 순간들, 때로는 음울하고 때로는 황량한 자연 자체의 힘을 자신의 음악에 투사하며 고전적 양식을 고수하면서도 민족적 색채를 담아냈다. 대표적 작품은 7곡의 교향곡과 [핀란디아], [슬픈 왈츠], [타피올라], [포욜라의 딸]과 같은 교향시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의 필수 레퍼토리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 수 있다. 동시대 쇤베르크나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 등의 작곡가들이 급진적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시벨리우스는 엄격함과 고전주의적인 고요함을 품고 있는 음악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풍, 인상주의 음악
 1860년 무렵부터 세기 말에 걸쳐 프랑스에서 번성한 ‘인상주의’는 미술에서 회화의 경향을 일컫는 말이었다. 클로드 모네의 화풍이 대표적으로 애매한 윤곽선과 붓터치에 의한 정교한 구성, 빛의 명멸을 반영한 화려한 색채, 즉흥적 감흥이 인상파 미술의 대략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인상파적 이미지와 색채는 동시대 클로드 드뷔시의 음악에도 반영되었다. 드뷔시의 음악과 그의 스타일을 계승한 프랑스 음악을 후기 낭만파 가운데서도 특히 ‘인상주의 음악’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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