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을 걸으며 출근을 할 때,
문득 뒤를 돌아보며 내가 걸어 내려온 길을 바라 볼 때가 있다.
보통은 서두르는 버릇 때문에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열심히 걷는데만 집중하지만,
간혹 비가 오거나, 바람에 숲 냄새가 섞여와 나를 감싸고 돌 때면
무언가에 홀린듯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서 잠시 뒤를 응시하곤 한다.
걸어온 새벽길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릴 적 부터 그렇게 뒤를 바라보던 버릇이
그 순간 나를 붙잡고 있을 뿐이다.
오래 전 그렇게 멈춰 서 바라보던 길에는,
'형'을 부르며 저만치서 달려오는 사랑하는 내 동생의 어릴 적 모습이 있었고
반갑게 손을 올리며 잰 걸음으로 다가오는 여드름 쟁이 친구의 함박 웃음이 있었으며.
때로는 어색하고 수줍은 미소로 눈 인사를 건네고 스쳐가는 여고생 친구가 있었다.
숲 냄새가 배어 있는 새벽 바람.
이렇게 새벽길엔 가끔씩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 내는 마술같은 바람이 있다.
그런 날이면 하루하루가 참으로 애틋하단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 이틋함 근원은
지금 매 시간시간 모든 풍경이
훗날 살포시 불어오는 새벽 바람에 섞여,
어느 날, 그 시간 새벽길에서
마법처럼 불현듯 나를 붙잡을 것 이란걸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 2014년 4월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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