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minjpm의 일상

수필 - 종이 비행기

minjpm 2013. 4. 30. 13:26



 
 

 




 

파란 하늘 속 나의 성적표



 


 

  왁자지껄한 점심시간.

  5분 만에 점심을 해치우고 난 우리들은 쪼르르 창가로 달려들었다.

저마다 종이비행기를 하나씩 손에 들고 한 녀석 한 녀석씩 하늘로 종이비행기를 띄운다.   한없이 맑고 깊은 푸른 가을하늘위로, 나풀나풀 춤을 추듯 날아오르는 종이비행기!

가장 오래 비행기를 띄운 녀석이 있는 팀이 득의양양하게 아이들을 이끌고 매점으로 향한다.

  종이비행기 내기는 매점을 찾는 아이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원인이며, 떠들썩한 중학생들의 즐거운 화제 거리였다.

  두 패로 갈라 우승하는 팀은 맨입으로 빵이며 음료수를 먹고, 진 녀석들은 저마다 자신의 탓이기 보다는 때맞춰 잘못 불어대는 바람을 탓하며 짧은 머리를 긁적거리곤 했던 것이다.

 

  사건이 있던 그 날은 이상하게도 혼신을 다해, 최고의 종이를 골라 섬세하게 종이비행기를 접었건만, 마음과는 다르게 연속으로 몇 차례 패배의 쓴 맛을 보고야 말았다.

  3교시에 1차전 패배 후, 점심시간 2차전에서도 패배, 그리고 체육이 있던 5교시 아이스 크림 내기 에서도 역시 패배를 하고만 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자제력을 잃고 몹시 흥분 해 있었다. 소중한 돈 1000원은 어느새 달랑 200원만 남아 있었고, 그 돈으론 50원 짜리 만두 4개가 전부 였던 상황!

  지루했던 마지막 교시를 앞두고, 나와 친구들은 놈들에게 마지막 결투를 신청하기로 했다.

마지막 7교시를 시작하기 직전!

방과 후 분식점에서 즉석 떡볶이 내기를 걸고, 우리는 일생일대의 혼신의 힘을 다한 최고의 비행기를 접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이번엔 각각 세 명씩 팀을 이뤄 모두가 함께 날리던 이전 방식과는 달리, 팀 대표가 한번에 단판 승부를 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친구들의 연습장을 골라 가며 최고 품질의 종이를 구해보려 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던 상황, 책가방을 뒤적거리며 얼마 전 새로 산 노트를 펼치자 점심시간에 반장이 나누어 준 성적표가 내 손에 잡히는 게 아닌가!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이미 이성을 찾기엔 너무 늦은 상황, 직사각형의 빳빳한 성적표는 철저하게 자까지 동원해 가며 각을 잡아 하나의 비행기로 탄생하게 되었다. 말리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동시에 던져진 비행기!

 

  .... 눈물이 날 것 같은 깊고 푸른 하늘위로 솜털처럼 우아하게 날아오르는 나의 성적표...

 

  나풀나풀 자꾸만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며, 방금 전까지 나를 말리던 녀석들이 내 팔을 잡으며 환호한다!

 

  그리고... 승리!!!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수업을 들뜬 기분으로 치르고, 떡볶이를 먹을 생각에 시시덕거리며 종례를 준비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모두다 자리에 앉아 책상 옆으로 한 발을 슬쩍 뺀 채, 책가방에 한 손을 얹고 내 달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정민구 나와...”

 

선생님의 뜬금없는 호출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교탁 앞으로 걸어 나갔다.

 

    “엎드려!”

 

 몽둥이 찜질에 엉덩이가 떨어져 나갈 듯 한 통증을 괴로워 하며 몸부림 치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어색한 긴장이 흘렀던 교실을 금세 웃음바다로 만들고 말았다.

 

    “야 임마!! 선생님 책상에 성적표를 날리는 놈이 어딨어?”

 

  아뿔사... 내가 던진 종이비행기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다 1층 교무실 선생님 자리... 그것도 창가에 정확히 위치한 선생님 자리로 날아들었던 것이었다!

  얼얼한 엉덩이를 쓸며 고개를 떨구고 있던 나에게, 벌이라며 성적 공개를 하시곤 꿀밤을 한대 더 때려 주시던 선생님을 떠올리면, 중년의 나이가 된 지금도 여전히 얼굴이 화끈거리며 절로 웃음이 나온다.

 

 왜 비행기를 날리게 되었는지 설명을 들으셨으면서도 더 이상 꾸중을 하지 않으시고, 웃으며 나가시던 선생님의 그 모습!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젠 함께 웃던 친구들의 얼굴조차 지금은 가물가물 할 때도 있지만, 나는 아직도 오늘 처럼 맑은 빛깔의 하늘이 머리위에 있늘 날이면, 문득 문득 유쾌한 옛 영화에 나오는 콩트같았던 그 날의 그 사건과, 푸근했던 선생님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