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jpm(민제이피엠) 의 음악과 함께하는 삶~
SOUL CLAMP

minjpm의 일상

20년을 함께 한 깐돌이가 2021년 2월 11일 오전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minjpm 2021. 2. 15. 08:29

 2002년 11월에 선물처럼 세상에 와서, 눈도 못 뜬 채 어미에게 방치된 깐돌이...

깐돌이는 그 당시 집에 있던 복길이(치와와 믹스)와 응삼이(요크셔)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복길이는 그 전에도 새끼를 하나 낳았었는데, 기를 줄 몰라 물고만 다니다 새끼를 떠나보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깐돌이를 낳고서도 복길이는 새끼를 어찌 할 줄 몰라 물고만 다녔다.

체구도 워낙 작은 녀석이라 한 번에 한마리만 새끼를 낳았는데, 깐돌이는 복길이가 두 번째로 낳은 녀석이었다.

그 대로 두면 분명 깐돌이도 제대로 눈도 못 뜨고 세상을 떠날 게 분명 해 보였다.

 

 당시 여러 사정으로 복길이와 응삼이는 어쩔 수 없이 시골로 보내졌고, 눈도 못 뜬 깐돌이는 집사람이 마치 아기를

카우듯 우유를 직접 먹여가며 애지중지 키웠다.

얼핏 봤을 땐 정말 살리기 힘들 정도로 약해 보였는데, 눈도 못 뜨고, 귀도 막혀 있던 핏덩이 깐돌이를 집사람은 온

정성을 쏟아 건강한 강아지로 살려냈다.

 

 신혼 시절은 먹고 사는 것도 힘든 때라, 집사람도 나도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깐돌이는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한 번,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항상 착하게 잘 지내줬다.

 

 깐돌이가 태어나고 난 이후에 우민이 유진이가 태어 났으니, 우리 아이들보다 당연히 깐돌이 나이가 더 많았다.

그러니 우리 아들 딸의 기억 속에는 항상 깐돌이가 있었던 날만 있었고, 늘 곁에 있는 존재였다는 건 당연한 사실

이다.

 

 나중에 10살이 훌쩍 넘고 나서 몸이 좋지 않아 크게 아팠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깐돌이가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아 지금의 흰둥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흰둥이도 어느새 나이가 8살이 되었으니 그 시절 깐돌이는 12살 이었나보다...

 

 어느정도 사는게 안정 되고 우리 아이들도 제법 나이를 먹고 나서부터는 집사람이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면서,

깐돌이는 식구들과 항상 함께 하며, 혼자 집에 있는 날들도 보내지 않게 되었다.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집에 강아지만 혼자 두는 것이 참으로 신경쓰이고 마음 아픈 일이기에 여러가지로 다행이라고 늘 생각하고 감사하게 살았다.

 

 나이가 조금씩 더 들면서 몇 차례 깐돌이 건강에 문제가 생겼지만, 잘 버텨내고 식식하게 잘 지냈다.

3년전 막내 강아지 똘이가 올 때 까지만 해도 깐돌이는 나이들어 체력이 약해지고 평소 좋지 않던 심장과 신장에 문제가 좀 있는 것 빼고는 크게 문제가 없지 잘 지냈다. 신장과 심장의 문제도 몇 년 동안 약으로 잘 조절 해 왔기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거나 불편해 하는 것은 딱이 없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다 재작년 말 부터 시력을 잃어 가더니 작년부터는 소리까지 듣지 못 하게 되고, 치매까지 오게 되었다.

강아지도 사람이 늙어가는 것과 같이 몸 여기 저기가 쇠약해 지고 망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어디가 불편한지 무얼 원하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지만, 우리 품에서 키운 아기라 정말 최선을 다 해 깐돌이를 보살펴 왔다.

 

 하지만 사람보다 턱 없이 짧은 것이 강아지의 삶이니... 깐돌이도 결국 나이 앞에서는 별 수 없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구정을 하루 앞 둔 2021년 2월 11일 아침.

평소처럼 아침을 먹은 깐돌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으며 호흡을 제대로 못 했다.

처음엔 기도가 막힌 줄 알고 열심히 기도 확보를 해 보고 구토도 유발 해 보았으나, 기도가 막힌 것은 없었고, 살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깐돌이는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미 이틀 전 부터 갑작스레 청색증이 심하게 돌고 있었는데, 평소 비대 해 져 있던 심장이 결국 멈춰 버리고 말았던 것 같다.

 

 십분 가량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그 시간이 정말 영원처럼 길게 느껴 졌던 것 같다.

 

 결국 깐돌이는 그렇게 너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렸다.

평생 말썽 한 번 안 일으키고 살다가 가는 순간 까지 식구들 고생시키지 않고 설날 마저 피해 너무도 깨끗한 모습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마음을 다잡고 파주쪽에 있는 애견 화장업체를 찾아 예약을 하고 식구들과 깐돌이를 데리고 갔다..

 어찌 차를 몰고 갔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식구들 보기엔 아빠는 별 감흥 없이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 했겠지만, 사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처럼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깐돌이는 강아지 이지만, 나에겐 정말 20년 동안 애정을 다 해 함께한 자식같은 녀석이었다.

 

 애견 화장장에 도착해 이런저런 상담을 하고, 입관을 마친 깐돌이를 애견 빈소에서 다시 보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 차마 깐돌이를 똑바로 쳐다 볼 수 조차 없었다.

 그 뒤 짧은 이별 인사의 순간을 마치고 깐돌이가 화로에 들어가는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가족으로 세상에 와서 식구들에게 사랑을 주고 먼저 떠나간 깐돌이...

좋은 주인 만나 사랑 듬뿍 받으며 살다 간 강아지 라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사실 깐돌이에게 더 많은 위로와 사랑을 받

은 것은 우리 가족이었다.

 

 가족을 항상 바라보던 그 선한 눈망울과 몸 짓, 그리고 아플때 조차 항상 기운차던 목소리를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깐돌아 너무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로 와서 함께 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이 다음에 하늘 나라에서 다시 만나면, 밝고 식식하게 꼬리치고 짖으며 아빠를 반겨 주렴!

 사랑한다 깐돌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