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믿었던 사람에서 제대로 뒷통수를 맞고, 그 스트레스를 풀어보고자 업무를 끝내고 하루 한시간씩 투자를 해서
며칠 동안 기타를 하나 손 대 봤습니다.
사무실에서 짬 날때 조금씩 만지려고 아주 저렴한 베스타 기타를 하나 구매했는데요.
이 기타가 색깔이 정말 제가 너무나 싫어하는 색이어서, 스트레를 풀려고 가져다 둔 것이 오히려 그 기타를 볼 때
더 스트레스를 받는 형국이 연출 되더군요. ㅋㅋ
그래서 마음도 다스릴 겸 뭔가 잠시 다른 곳에 정신을 좀 팔아보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묵언 수행을 하는 것 처럼
간만에 붓을 잡아 들었습니다.
몇 년 만에 그림을 그려 보려니 쉽진 않더군요.
제가 나름 취미로 그림을 가끔 그리곤 했었는데요. 물론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냥 손 가는 대로 대충
하는 스타일이긴 했습니다만, 그나마 그것도 하질 않다보니 만만치 않은 작업 이었습니다. ^^;;
붓을 든 손도 어색하고 뭐... =,,=;;;
그럼 작업기를 한 번 보시도록 하것습니다~~
1. 우선 기타를 원픽업에 톤과 볼륨 하나씩만 쓸 마음으로 픽업홀을 목재용 퍼티로 메꿔 줬습니다.
2. 퍼티가 굳고 난 다음엔 평평하게 다듬어 줬는데요. 바디가 아치탑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제가 그리려고 하는 그림에 조금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최대한 평평한 면을 만들기 위해 픽업 주면과 같이 바디의 일부도 갈아 내 줬습니다.
3. 이런식으로 도장을 처음 해 보는 것이라, 어찌 할 까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에서 서페이서를 캔으로 된 걸 사서 바디에 뿌려줬습니다.
어차피 싸구려 연습용 기타이기 때문에 미련은 없었으며, 마음을 비우고 평상심을 찾기 위한 수행의 길을 가는 중이기에 별 고민은 없었습니다. =,,=;;
바디는 거친 사포로 적당히 밀어줘서 도장이 수월하도록 나름 신경을 썼습니다.
4. 서페이서 위에 딸아이에게서 얻어 온 4B 연필로 쓱싹쓱싹 미리 결정해 둔 밑그림을 그립니다. 그런데 밑그림 부터 그리는 것은 상당히 잘못 된 선택이라는 걸 잠시 후 알게 되었습니다.-,,-;;;;
5. 무엇으로 색을 칠할까 고민을 하다가 역시 마음가는대로 즉흥적으로 구입한 아크릴 물감(제일싼 놈으로 삼...) 으로 색을 칠하는데요....
밑 색 없이 작업을 했더니 색감을 내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ㅠ,,ㅠ
짜증나서 포기 할 번 하다가, 그냥 그런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분노의 붓질을 시작합니다...
6. 열심히 마음을 비우고 색칠을 하다보니... 어느새 화룡점정... 여인의 눈동자를 칠하기 직전까지 다다랐습니다.
나름 감동 스럽습니다만, 너무 오랜만에 붓을 들고 그림을 그려 그런가 영... 마음에는 들지 않습니다....
원래 마트에서 어린이용 파렛트 작을 것을 샀는데, 한 번 써보니 너무 불편해 그냥 코팅지 위에 대충 아크릴 물감을 짜서 휘~휘~ 저어 가며 파렛트 대용으로 사용했습니다. =,,=;;;
7. 눈동자를 채색해 여인의 얼굴을 완성하고서, 다시 한 번 미흡한 바디의 그림들을 조금씩 수정해 주었습니다.... 만 그 장면은 담 질 못하였군요....
하지만 넥 포켓에 나사 구멍이 아주 훌륭하게 붓 거치대 역할을 해 주고 있어 조금 흡족한 마음이 듭니다. =,,=;;;
8. 바디 도색이 끝이나고 클리어를 올리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클리어는 무엇으로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가구 및 지점토에 사용하는 우레탄 락카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니스 락카..... =,,=;;;
9. 니스 락카를 뿌리고 난 뒤, 사무실에서 제가 사용하는 근 적외선 난로를 이용해 건조를 시켜 줍니다.
비싼 난로여서 확실히 효과가 만점입니다... 저 난로는 제가 OEM생산해서 판매하는 건조기 인데요. 실제로 차량 퍼티나 부분 도색을 한 후 건조 시키는 용도의 근적외선 파장기 이지만,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램프가 들어가 있어서 구매자 분들 대부분이 그냥 난방용으로들 많이 쓰시더군요. =,,=;;
10. 은은하게 잘 말라가서 무척 흡족한 마음으로 한 컷 더 찍어 봅니다.
그림이 조금 더 매끈하게 잘 그려졌으면 좋았을 텐데 갑가지 아쉬움이 솟아 납니다만, 수 년간 그림은 쳐다도 안 보고 살아온 주제에 너무 많을 걸 바라는 것 같아 이내 아쉬운 마음을 접습니다.
11. 클리어가 너무 독하고 끈적이는 느낌이 강해서 일부러 그림만 보호하는 정도로 얇게 마무리 하고, 막바로 픽업및 여타 부속들의 자리를 잡기 시작 합니다.
12. 픽업및 배선 작업을 합니다.
픽업은 예전에 가야유니온텍에서 출시되었던 싱버커픽업 중에 메탈 아티스트라는 헤비게인용 픽업을 달아줬습니다.
다양한 톤을 내기위해 손대는 기타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13. 브릿지를 셋팅하고 넥을 붙여 줬습니다.
넥 포켓이 틀어져서 자세를 잡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만, 그럭저럭 잘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기타 하드웨어 셋팅엔 완전 꽝인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14. 완성을 하고 튜닝 및 브릿지 세부조정을 끝내고 소리를 들어보니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잘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 헤드가 눈에 거슬립니다.
바디와 뭔가 매칭이 안되는.... 마치 청바지에 고무신을 신은 듯 한 언발란스가 느껴집니다. =,,=;;;
15. 네... 역시 다른 각도로 봐도 헤드와 바디의 매칭은 역시 언발란스.... 마찬가지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16. 결국 헤드를 도색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마트에서 사 온 아크릴 물감용 붓 셋트에 세필이 들어있지 않아서 작은 그림을 그리기가 불가능 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밑 그림을 모나미 유성매직으로 원테이크로 가자..... 라는 황당한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잘 그려 집니다???? ㅋㅋㅋ
17. 역시 마트에서 구입한 어린이용 파렛트가 너무 불편한 나머지 종이컵을 반을 잘라서 파렛트 대용으로 사용해, 대충 조색을 해서 그림을 마무리 합니다.
저 여인은 원래 바디에 있는 여인의 소형 버젼으로 작업 하려고 했으나, 매직을 든 손이 뜬금없이 수전증을 일으켜, 동일인으로 작업이 불가능 해 져서 다른 여자분께서 헤드에 올라타 있으시게 되었습니다. -,,-;;;
18. 마지막으로 클리어를 올려서 그림을 보호 해 줍니다.
제법 얇게 올린다고 했는데 역시나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 부분은 클리어 작업 인 것 같습니다.
19. 이번 작업을 위해 마트에서 구입한 초 저렴 아크릴 물감과 아크릴 붓 셋트, 그리고 파렛트 입니다.
저 파렛트는 절대 사지 마시라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웬지 너무 사용감이 별로 인 것 같습니다.
보자마자 싫어지는 그런 놈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칸만 쓰고 안 썼습니다. =,,=
20. 드디어 헤드까지 매칭이 된 커스텀 그래픽 기타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총 소요 기간은 3일이 걸렸는데요. 설렁설렁해서 좀 빨리 끝이 난 것 같습니다.
커스텀 그래픽 작업을 직접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런 작업을 해 보고 싶으신 분이 있으실 경우 무조건 말려야 되겠다는 다짐 정도를 얻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머리가 복잡 할 때 충분히 머릿속을 비우고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을 벌 수는 있는 것 같습니다.
단.... 이 상황을 즐길 수 있으신 분의 경우이겠지만요...ㅎㅎㅎ
21. 오늘(4/1) 사무실서 집으로 기타를 들고와서, 줄을 새로 갈아주고 기타 사운드를 제대로 들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소리가 괜찮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집사람과 아들, 딸이 다들 기타가 예쁘다고 칭찬해 줘서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끝으로 이 기타 사운드 테스트 한 샘플을 첨부합니다.
그냥 짧은 사운드 체크 정도 입니다.
11랙 사운드 이며, 후보정은 없고, 초반에 나오는 사운드는 좌우로 배킹 팬을 벌리고, 솔로라인도 역시 좌우로 벌려 4트랙으로 짧게 사운드를 체험해 본 것이고, 뒤에 나오는 소리들은 그냥 11랙에 다른기타로 쓸때 잡아뒀던 톤을 슬슬 지나치면서 소리만 들어본 것을 바로 레코딩 한 것입니다.
그냥 이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정도 입니다. ㅎ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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