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큰 아이 우민이가 이가 흔들린다며 내 앞에 앉아 입을 벌리며 손가락으로 아랫니 두개를 가르켰다.
그러기를 며칠에 걸쳐 하더니만...
지난 주에 흔들리던 아랫니 중앙의 두 개 중에 오른 쪽 것을 빼게 되었다.
잔득 겁을 먹은 채
'아빠 나 이거 빼고 싶어요'
라며 두 눈을 껌뻑이며 달려 든다.
두렵기도 할 텐데 사나이라는 의무감에 공포를 억누르며 입을 벌리고 있는 아들녀석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실을 묶고 나니 좀 전보다 더 당황하는게 느껴졌지만, 몇 마디 말을 주고 받가가 냉큼 실을 위로 당겼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우민이는 어리둥절하게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실에 대롱대롱 이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서야 제 엄마에게 달려가 큰소리로 자랑하기 바쁘다.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조금 걱정하였지만... 역시 아버지인 내가 어릴 적 보다 더 훌륭한듯 하다. ㅡ,.ㅡ;;
자랑을 마치고 내게로 쪼르르 달려온 녀석이 이렇게 말 한다.
'엄마가 이걸 지붕위로 던지면서 까치야 헌이 줄게 새이 다오~ 라고 하래요'
그래서 아들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와 적당한 곳에 위치를 잡고 높이 이를 던지라고 했다.
우민이가 냅다 이를 던지며 소리친다.
'까치야 새이줄께 헌이다오~~'
엥???
내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그제서야 눈치챈 녀석이 황급히 두손을 입에 대고 소리친다.
'아니!!! 헌이주니까 새이를 다오~~'
어찌나 우습던지 한참을 웃고 안으로 들어오니, 집안에서 그 소를 들은 집사람이 쓰러져서 웃고 있다.
^^;;
조금 문제는 있었으나 아들은 나름 최선을 다해 이를 까치에게 던져주고 새 이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엇그제 흔들리던 바로 옆에 이를 뽑았다.
이번엔 나도 우민이도 능숙하게 이를 뽑고, 역시 실수 없이 능숙하게 까치에게 이를 팔았다!
^^
내 아이를 보고 있으면 어설프던 나의 어릴 적 생각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난 우민이 처럼 이를 뽑아달라고 들이대기는 커녕 혼자 숨어서 간신히 간신히 이를 뽑곤 할 만큼 이 뽑는걸 지독히 두려워 했었다.
아빠가 겁쟁이 였다는 걸 눈치채면 안되니 오늘도 열심히 힘차게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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