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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믿을수 없는 힘 - 반물질의 존재

minjpm 2009. 12. 28. 12:17

요새 웬만한 사람들은 반물질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천사와 악마]라는 소설과 영화에 힘입어 꽤 대중적인 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반물질은 과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것일까? 근거가 있다면 도대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우리가 아는 보통 물질과는 얼마나 다른 것일까?

 

 

소설과 영화 때문에 반물질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는 CERN이라는 연구소에서 반물질을 제조한 것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오늘의 과학> 독자라면 CERN에 대해 낯이 익을 것이다. 연구소 전체 모습을 보려면 항공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연구소이다.) 소설이 출간된 후 반물질에 대한 일반인의 질문이 많아지자, CERN에서는 이에 대한 답변을 모아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영화가 개봉된 뒤에는 아예 [천사와 악마]에 대한 내용만을 모아서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씩 방문해보기 바란다.

 

 

영화에 등장하는 반물질 폭탄의 파괴력은 매우 강력해서 신비로운 느낌마저 자아낸다. 그런데 물리학에서 반물질에 대한 이론이 탄생한 과정은 어쩌면 이보다도 더 경이롭다. 이 과정을 살펴보고 있으면 순수한 인간 정신으로 우주의 비밀을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 과정은 보통의 교양과학 서적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여기서는 두 번에 걸쳐 이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비밀을 알아갈 때 드는 느낌을 독자들과 같이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20세기 물리학을 집대성한 상대론적 양자역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80여 년 전인 192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 시기는 30년 가까이 계속되었던 물리학 혁명의 마지막 시기이다. 상대성이론은 이미 10여 년 전에 거의 아인슈타인 혼자 만의 힘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또한 양자역학도 당대의 모든 물리학자들이 총동원되는 집단 연구체제 아래에서 기나긴 논쟁을 거쳐 완성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특히 1926년에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은 자연히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슈뢰딩거 방정식은 입자의 크기가 작은 양자세계를 다루지만, 입자가 빛의 속도에 비해 천천히 움직일 때만 적용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인 상대론적 양자역학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디락(Paul Adrian Maurice Dirac, 1902~1984)이었다. 그는 1928년에 놀라운 발상으로 힘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 하나가 만족시켜야 할 기본 방정식을 만들었다. 이것을 디락 방정식이라 하는데 그 형태는 다음과 같다.

 

 

 

디락 방정식을 풀었더니, 입자의 에너지가 음수인 경우도 가능했다

이 방정식의 구체적 의미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유명한 추상화를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바라보면 된다. 이 식은 물리학과 학생들도 대부분 안 배우고 나중에 박사까지 받아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입자물리학이라는 특별한 전공을 선택해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는 매우 어려운 식이다. 참고로 이 식에서 γμ는 보통 숫자가 아니라 어떤 특정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4차원 정방행렬 네 개인데 디락 행렬이라고 부른다. ψ는 성분이 네 개짜리 복소수 열 백터로서 스피너(spinor)라고 부른다. 또한 ∂μ는 시공간에 대한 편미분이고 m은 전자가 정지해 있을 때의 질량이다.

 

디락 방정식을 만들 때 디락은 방정식에 단순히 숫자나 함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행렬을 도입하는 놀라운 발상을 하였는데 이 과정은 너무 수학적이어서 여기에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부터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여러분에게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위의 디락 방정식을 풀면 전자의 에너지 E는 다음과 같은 값을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론에 의하면 어떤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 그 에너지는 E=mc2이다. 그리고 물체가 움직이면 이 정지에너지에 운동에너지가 더해져야 하므로 에너지는 항상 mc2보다 크거나 같아야 한다. 따라서 디락 방정식을 푼 결과와 비교해 보면 첫 번째 관계식은 상대론과 잘 일치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관계식인 E≤-mc2이다. 이에 의하면 전자의 에너지가 음수인 것도 가능해야 한다. 에너지가 음수라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리고 그냥 음수도 아니고 정지에너지에 음의 부호를 붙인 것보다 작아야만 한다니 무언가 잘못되었음이 분명하다.

 

 

보통사람이라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비록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그럴듯한 방정식을 만들었지만 말이 안 되는 결과가 나왔으니, 깨끗이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방정식을 찾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디락은 달랐다. 디락은 자신의 방정식이 수학적으로 너무 아름다워서 결코 틀릴 수가 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음의 에너지에는 우리 우주의 깊은 비밀이 숨어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이와 관련하여 “신은 세상을 창조할 때 아름다운 수학을 사용했다(God used beautiful mathematics in creating the world.)”는 디락의 문구는 유명하다. 이밖에도 디락은 일생동안 이러한 확신을 바탕으로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수학적 아름다움이 가득한 업적을 무수히 많이 남겼다.

 

 

디락, 음의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그렇다면 디락은 과연 이 음의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거기에서 발견한 우주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비밀은 반물질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우선 준비 작업으로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떠올려보자. (<오늘의 과학>에서도 초대칭에 대해 소개할 때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의하면 전자는 한 상태에 두 개가 같이 있을 수 없다. 쉽게 말을 바꾸면 같은 위치에 여러 개의 전자가 모여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사람 여러 명이 몸을 겹쳐 같은 장소에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만약 이게 가능하면 사람으로 꽉꽉 들어찬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달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런 얘기가 전자에서부터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디락이 알아낸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사전 지식이 더 필요하다. 그것은 원자에서 빛이 나오는 과정에 대한 것인데 <오늘의 과학>에서는 보어의 원자모형에서 설명한 바 있다.


 

 

요점만 말한다면 전자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면 거의 순식간에 그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져버린다는 것이다. (무슨 얘긴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아주 대강 설명하면 공중 높은 곳에 떠 있는 공은 땅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처음과 나중의 에너지의 차이에 해당하는 빛을 내보낸다. 이것이 바로 불이 났을 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보이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제 이러한 두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다음 글에서는 디락이 발견한 우주의 비밀과 반물질, 그리고 진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내용이 우리 우주의 대칭성이라는 큰 틀에서 앞의 글 '피겨스케이팅의 물리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김찬주 /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시립대와 고등과학원,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연구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