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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별의 핵 합성 - 탄소는 어디에서 왔는가?

minjpm 2010. 1. 4. 17:30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빅뱅이론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빅뱅이론을 제안한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1904-1968)는 “오리와 감자 한 접시를 요리하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에, 원소들이 요리되었다.”고 큰소리치기도 했지만 빅뱅에 의한 핵 합성은 헬륨이나 리튬과 같은 몇 가지 가벼운 원소의 생성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탄소나 산소, 철과 같은 중원소들은 언제 어디서 형성된 것일까?

 


빅뱅으로부터 수소와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가 생성되었다

빅뱅 이후 급격히 식어가던 우주는 채 1분도 되지 않아서 양성자(p)와 중성자(n)를 생성하였다. 그리고 중성자와 양성자는 서로 결합하여 보다 더 안정한 헬륨 핵(4He) 합성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헬륨 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중수소 핵(2H)이 먼저 형성되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 우주 온도가 너무 높아 중수소는 형성되자마자 파괴되었으므로 우주 온도가 10억K로 떨어진 이후에야 중수소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헬륨-4의 형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빅뱅 후 3분이 지나자 우주 온도는 3억K로 떨어졌고, 그동안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4와 중수소 대부분이 형성되었다. 그동안 헬륨 핵 속에 갇힌 중성자와 달리 자유 중성자는 불안정하여 양성자로 붕괴를 계속하였는데 이 무렵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은 약 7:1이 되었다. 중성자는 모두 양성자와 결합하여 헬륨-4를 이루어서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약 75%는 수소(양성자)이고 나머지 25%는 헬륨이 되었다. 이후에도 이 비율은 거의 고정되었다. 헬륨-4는 안정되어, 합성을 통해 다른 안정된 원자로 변하지 않고 계속 헬륨-4로 남아 있고, 그 밖에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변화는 미미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주에는 약 25%의 헬륨-4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것이 빅뱅이론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빅뱅이론으로는 무거운 원소의 생성을 설명하지 못해…

빅뱅 핵 합성은 헬륨 외에도 약 1%의 중수소와 약간의 리튬과 베릴륨, 붕소를 생성하였지만, 이보다 더 무거운 원소, 예를 들어 생명체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탄소나 산소와 같은 원소는 만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면 더 높은 온도가 필요했지만 우주는 팽창으로 인해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그것만은 아니었다. 가벼운 헬륨 핵이 보다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중간단계의 원자핵이 합성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헬륨-4보다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헬륨-4의 원자핵에 양성자나 중성자를 더해서 핵자 수가 5인 원자핵(5Li 또는 5He)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자핵은 불안정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헬륨-4 원자핵 2개가 서로 충돌해서 베릴륨-8(8Be)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자핵 역시 매우 불안정했다. 가모프는 이러한 경로를 통해 핵 합성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빅뱅 핵 합성은 핵자 수가 5와 8인 원자핵을 합성하는 데 지체된 까닭에, 탄소와 같은 무거운 원소를 생성하지 못하고 끝났다. 핵자의 틈은 마치 가벼운 원소가 무거운 원소로 변환되는 것을 막는 것처럼 보였다.

 

 

별은 일생을 통해서, 경원소를 중원소로 합성한다


중원소가 빅뱅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가? 빅뱅이론은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가벼운 원소들이 어떻게 현재의 원소들로 변환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 1882~1944)은 일찍이 “나는 별들이 가벼운 원소를 무거운 원소로 만드는 용광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별들의 표면온도는 수천K에 불과하고, 중심 온도도 수천만K밖에 안 된다. 이 정도의 온도는 수소를 헬륨으로 천천히 바꾸는 데는 충분하지만, 헬륨을 더 무거운 원소로 합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탄소를 합성하려면 2억K, 규소를 합성하려면 15억K의 고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가지 더 있다. 중원소들은 저마다 합성온도가 달라서 자신에게 맞는 전용 용광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탄소를 합성시킨 용광로에서 네온을 합성할 수는 없다. 온도를 더 올리면 먼저 생성된 탄소가 모두 네온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 사람은 정상상태모델을 주창했던 프레드 호일(Fred Hoyle, 1915–2001)이었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는 문제는 비단 빅뱅모델의 문제만이 아니었고 정상상태모델의 문제이기도 했다.

 

호일은 여러 형태의 별을 분석하여 별들이 생애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했다. 별은 성간가스와 먼지들의 중력수축으로 생성된다. 중력수축으로 별의 중심온도가 올라가서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 별의 중력수축은 멎게 된다.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생성된 열이 복사선 형태로 방출되면서 열 팽창력이 중력과 힘의 평형을 이루어 균형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호일은 이러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를 연구했다. 핵융합의 연료가 떨어지면 별의 온도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별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압력은 줄어들 것이고 중력에 의한 압력은 더 커져서 별은 다시 수축할 것이다. 별의 수축은 다시 별의 중심온도를 높이게 될 것이고 어느 시점에서 새로운 원자핵 반응을 유도하게 되어, 별은 더 많은 열을 방출하여 다시 평형상태를 이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일시적인 것이다. 별의 핵연료가 다시 고갈되면 별의 중심은 다시 냉각되어 수축하여 중심 온도가 올라가 새로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을 되풀이할 것이다.  호일은 이런 식으로 별은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부의 상태가 극적으로 변하면서 핵융합에 필요한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하였다. 다시 말해, 별은 모든 종류의 원소를 생산하는 용광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마침내 호일은 우주론의 가장 큰 쟁점의 하나였던 원자핵 합성 문제에 대한 거의 완전한 해답을 찾아냈다. 다음 표는 호일이 태양질량의 25배 되는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원자핵 합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계산한 결과이다.

 

 

 

호일, 인류원리에서 착안하여 빅뱅이론의 난제를 해결하였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헬륨 핵을 탄소 핵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이었다. 위의 표에서는 헬륨이 탄소로 변환된다고 적고 있지만, 입자물리학에서 여러 쌍의 헬륨 핵을 결합해서 만드는 원소는 불안정하다는 것이 알려졌었다. 호일 역시 가모프가 부딪혔던 똑같은 문제에 부닥친 것이다. 헬륨-4로부터 탄소-12가 합성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2개의 헬륨이 융합하여 베릴륨-8을 형성한 다음, 헬륨-4를 추가로 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개의 헬륨 핵이 동시에 충돌하여 하나의 핵으로 합쳐지는 것이다. 후자는 3개의 핵이 동시에 충돌해야 하므로 일어날 확률이 거의 0이고, 전자는 베릴륨-8이 매우 불안정하므로(10-16초 후에 다시 헬륨으로 붕괴) 헬륨-4와 합성될 시간이 거의 없는 반면, 반응물인 베릴륨-8과 헬륨-4의 질량 합이 생성될 탄소-12의 질량보다 상당히 컸기 때문에, 남는 에너지를 방출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탄소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탄소보다 무거운 다른 원소들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에는 탄소보다 무거운 많은 안정된 원자핵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호일은 머릿속에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를 떠올렸다. 우주에는 탄소-12가 풍부하다. 그리고 인류가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탄소-12의 존재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분명히 우주에는 탄소를 합성하는 방법이 존재할 것이다. 호일은 베릴륨-8과 헬륨-4를 합한 질량과 같은 들뜬 상태의 탄소가 존재하면, 이 반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상을 했다. 보통의 탄소에 에너지를 가해주면 들뜬 상태의 탄소가 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에 따라 에너지는 질량과 동등하므로 들뜬 상태의 탄소는 더 큰 질량을 갖는다.

 

호일은 핵물리학자 윌리엄 파울러(William Alfred Fowler, 1911~1995)를 찾아가 탄소의 들뜬 상태를 조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 결과는 호일이 예측한 대로였다. 이렇게 하여 헬륨이 베릴륨으로 변환되고 그것이 다시 탄소로 변환되는 과정이 밝혀졌다. 이 반응은 세 개의 헬륨 원자핵(알파 입자)이 탄소로 변환되므로 '삼중 알파 과정'이라 불린다. 일반적으로 삼중 알파 과정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항성의 중심 온도가 1억K를 넘고 헬륨이 풍부한 항성 내부에서는 베릴륨-8이 붕괴하기 전에 세 번째의 헬륨 원자핵이 융합하게 될 확률이 극히 높아진다. 이러한 사실은 빅뱅 때에 탄소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빅뱅 이후 급격히 온도가 감소하여 기다릴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원소 합성 문제의 해결,  빅뱅모델이 힘을 얻었다

중원소 합성 문제는 경쟁 관계에 있는 정상상태 우주론과 빅뱅우주론 모두의 문제였다. 호일의 노력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자 더욱 큰 힘을 얻게 된 것은 빅뱅모델이었다. 그 이유는 우주론 논쟁의 쟁점의 하나였던 중원소 합성 문제가 해결되었고, 우주에 존재하는 헬륨을 비롯한 가벼운 원소의 존재비는 빅뱅모델만이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헬륨은 우주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원소이다. 별은 수소를 헬륨으로 바꿀 수 있지만 별 내부에서의 헬륨의 합성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오늘날 우주에 존재하는 많은 양의 헬륨이 별 내부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빅뱅 직후에 수소가 헬륨을 합성하였다고 한다면 오늘날 존재하는 헬륨의 양을 설명할 수 있다.

 

빅뱅이론은 헬륨보다 무겁지만, 탄소보다 가벼운 리튬, 붕소와 같은 원자핵 합성에 대한 예측에서도 유리하다. 리튬과 붕소의 원자핵은 별 내부에서는 합성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세 번째로 가벼운 원소인 리튬은 안정된 헬륨과 달리 별의 내부에서 핵반응이 진행되면서 늘지 않고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이 사실을 이용하여 별 속의 리튬의 양을 측정하여 별의 나이를 구하고 있다. 경원소의 원자핵들은 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빅뱅 직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빅뱅이론을 통해 예측된 중수소와 리튬과 베릴륨의 양은 현재 우주에서 관측되는 양과 잘 일치한다. 이것은 빅뱅이론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되었다.

 

 

 

김충섭 /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수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동영상으로 보는 우주의 발견] [메톤이 들려주는 달력 이야기] [캘빈이 들려주는 온도 이야기]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physics/1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