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수학으로 기술한다, 그러면 그 수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양자물리학은 우리가 실 세계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다루기 위해 고안한 물리학이다. 물리학에서는 수학을 이용해 자연을 기술한다. 그것은 고전물리학에서나 양자물리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고전물리학에서는 자연현상을 기술하는 수학 그 자체가 가진 의미가 명확했기 때문에, 별도의 해석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세상을 다루기 때문에, 수학 그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설명하는 해석이 필요해졌다.
대부분의 물리학자가 받아들이는 양자물리학에 대한 해석은 보어를 주축으로 하는 과학자들이 제안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1930년부터 보어와 함께 일했으며 가장 강력한 코펜하겐 해석의 지지자로, 코펜하겐 그룹의 대변인이라는 칭호까지 들었던 로젠펠트(Leon Rosenfeld, 1904~1974)는 양자물리학에는 "코펜하겐 해석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자 물리학에는 코펜하겐 해석 외에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그 중, 중요한 것만 살펴보면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였던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 등이 제안한 ‘프린스턴 해석’, 코펜하겐 해석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아인슈타인을 위시한 과학자들이 제안했던 ‘앙상블 해석’과 ‘숨은 변수 이론’, 에버렛 등이 제안한 ‘여러 세계 해석’, 머민(N. D. Mermin) 등이 제안한 ‘이타카 해석’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였던 장회익 교수 등이 제안한 ‘서울 해석’도 있다. 이런 다양한 해석에 따라 양자물리학의 여러 가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당연히 우리가 오늘 이야기해야 할 슈뢰딩거 고양이에 대한 해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인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코펜하겐 해석 – 여러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측정 순간에 하나로 확정된다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여러 가지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내는 체계는 측정이 시행되는 순간 하나의 상태로 확정된다. 다시 말해 상자가 닫혀 있을 때, 고양이의 상태는 죽은 고양이의 상태와 살아 있는 고양이 상태의 중첩으로 나타내지만,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두 가지 상태 중의 하나로 확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했다면, 고양이가 들어 있는 상자와 이 사람은 두 가지 다른 상태의 중첩이 아닌 특정한 상태에 있게 된다. 그러나 아직 그 사람의 측정결과를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관측자에게는, 아직 고양이는 중첩 상태에 있다. 이것은 고양이의 상태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관측자와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설명은 일상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우리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실 세계에서 고양이는 우리가 관측하던 관측하지 않던, 죽어 있거나 살아 있어야 한다. 코펜하겐 해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태양과 달이 관측할 때만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관측은 단지 객관적인 사실을 확인할 뿐이라는 것이 우리가 가진 상식이다. 우리의 상식과 일치하지 않는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은 여러 과학자들은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다.
에버렛 해석 – 세상은 여럿으로 나뉘어있고, 측정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1972년에 휴 에버렛(Hugh Everett III, 1930~1982)은 여러 세상 해석을 제안했다. 여러 세상 해석에서는 서로 다른 상태가 중첩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세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측정하는 것은 여러 세계 중에서 하나의 세계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여러 세계 해석에 의하면 상자 속의 고양이는 죽어 있는 고양이와 살아있는 고양이가 섞여 있는 중첩 상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고양이와 죽어 있는 고양이가 모두 존재한다. 관측자가 상자를 열어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는 순간, 우주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포함한 우주와 죽어 있는 고양이를 포함한 두 개의 우주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