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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노 기술의 미학 - 나노벽돌

minjpm 2010. 1. 12. 11:32

총알도 뚫지 못하는 단단한 재료를 개발하는 과학자들에게 전복만큼 흥미로운 소재는 없다. 전복 껍질은 트럭이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먼저 전복 껍질의 성분을 보자. 95% 이상이 탄산칼슘(CaCO3)으로 구성돼 있다. 분필의 성분 역시 대부분이 탄산칼슘이다. 그런데 분필은 손에 조금만 힘을 줘도 잘 부러진다. 왜 비슷한 성분으로 이뤄진 전복 껍질과 분필은 강도에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과학자들은 그 해답이 전복 껍질만의 독특한 구조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전복 껍질을 부수고 그 미세 구조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물론 웬만한 힘으로 잘 부서지지 않을뿐더러 구조의 특징을 알 수 있도록 깔끔한 사진이 나오기란 힘들다. 하지만 많은 실험 끝에 마침내 전복 껍질의 구조를 알아낼 수 있었다.

 

 

 

전복 껍질은 나노 수준의 빨간 벽돌집?

놀랍게도 전복은 인간이 만든 어떤 건축물보다 정교하게 껍질을 만들어냈다. 먼저 껍질의 바깥층과 안층이 확실하게 구별된다. 바깥층은 껍질 면과 수직으로 정렬된 기둥으로 가득 차 있다. 이에 비해 안층에는 수평으로 얇은 판이 빼곡하게 쌓여 있다. 마치 빨간 벽돌집 벽에서 위는 세로로, 아래는 가로로 벽돌을 쌓아놓은 모습과 유사하다.

 

 

바깥층을 구성하는 물질은 사각형 기둥 모양을 갖는 칼사이트(calcite)이다. 그리고 안층의 판은 육각 모양의 아라고나이트(aragonite)이다. 아라고나이트는 지름이 2~3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두께가 300 나노미터(nm, 1nm=10억분의 1m) 정도이다.

 

 

 

지그재그 전법으로 외부 힘에 저항한다

껍질 위로 트럭이라도 지나가면 먼저 칼사이트가 그 힘을 버텨낸다. 만일 견딜 수 없이 강한 힘이 가해진다면 칼사이트 기둥 사이에서 균열이 생긴다. 이 모습을 위에서 보면 거의 일직선상으로 균열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균열은 ‘2차 관문’에 해당하는 아라고나이트 판에 이르면 일단 멈춘다. 아라고나이트는 칼사이트에 비해 더욱 단단한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라고나이트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힘이 가해진다면 역시 균열이 생긴다. 그런데 균열하는 모습이 흥미롭다. 칼사이트와 달리 지그재그 형태이다. 일직선 형태에 비해 외부 힘을 좀더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이 ‘지그재그 전법’은 아라고나이트 사이를 연결해주는 ‘접착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칼사이트이든 아라고나이트이든 이들 ‘나노 벽돌’ 사이에는 2~3겹으로 이뤄진 10 나노미터 정도의 단백질 층이 있다. 마치 빨간 벽돌 사이에 채워지는 시멘트처럼 벽돌들을 단단히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흔히 전복 껍질을 가리켜 ‘벽돌과 진흙’ 구조를 갖췄다고 한다.

 

 

전복 껍질의 성분 가운데 나머지 5%가 주로 단백질로 구성된다. 그런데 단백질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많이 분포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강한 힘이 가해졌을 때 아라고나이트 판 사이에 채워진 단백질 층이 진득하게 늘어나면서 판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버티게 한다. 그 결과 안쪽 층의 균열은 한쪽 방향으로 생기지 못하고 지그재그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균열이 생긴 범위는 불과 지름 300~500 나노미터를 벗어나지 못한다.

 

 

전복 껍질 완벽히 흉내 못낸다

과학자들은 전복 껍질의 구조를 모방해 단단하면서 가벼운 인공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나노복합소재 연구분야이다. 탱크의 철갑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인공위성 등의 신소재로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아직 전복 껍질의 성능을 못 따라가는 것이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단백질 층의 성질을 흉내 낼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단백질 층의 성분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오늘 식탁에 전복이 오른다면 맛뿐 아니라 껍질의 오묘함도 음미해보는 건 어떨까.

 

 

 

 

김훈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소속으로 공대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과 기술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월간 <과학동아>의 기자와 편집장, <동아일보> 과학면 팀장, 인터넷 과학신문 <더 사이언스> 편집장을 역임했다. 과학기술과 시각자료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이미지 KIST 나노재료분석센터,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gettyimages/멀티비츠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image/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