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19년마다 7번의 윤달을 둔다고 했는데, 무중치윤법이 이런 효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기와 중기 사이가 거의 30일이고, 음력 한 달은 그보다 약간 짧기 때문에, 음력 관점에서는 중기가 나타나는 날짜가 점점 뒤로 밀려난다. 이러다가 완전히 한 달 정도로 밀려나면, 그 순간 윤달을 도입하여 맞추자는 것이 바로 무중치윤법이다. 19년마다 양력과 음력이 일치하고, 그 차이가 음력으로 약 일곱 달 차이가 나므로, 바꾸어 말하면, 무중치윤법이 적용되는 달이 19년 동안 7번 정도의 비율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무중치윤법이 아니라 무절치윤법으로 윤달을 도입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다만 태양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에 12절기보다는 12중기가 더 중요하기에 중기가 기준으로 사용되는 것뿐이다.
실제로는 음력 한 달의 날짜는 물론이고, 중기와 중기 사이의 날짜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일이 많이 생기지만, 무중치윤법은 태양의 움직임과 비교하여, 한 달 차이가 났으니 윤달을 도입한다는 단순하지만 절묘한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빚은 윤동지에 갚겠다”는 떼 먹겠다는 소리
절기는 1년을 24등분 한 것이므로, 절기와 절기 사이의 간격은 약 365.2422/24=15.218425 일이다. 따라서 절기를 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준일(보통 동지)로부터 15.218425 일이 지날 때마다 새로운 절기로 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평기법(平期法)이라 한다. 글자 그대로 평균적으로 기간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는 원이 아니라 타원 모양이어서, 계절에 따라 공전 속도가 달라진다. 북반구가 여름일 때에는 지구가 태양에서 멀어지는 대신 공전 속도는 느려지고, 북반구가 겨울일 때에는 지구가 태양에 가까워지는 대신 공전 속도는 빨라진다. 속도의 차이가 있지만, 같은 기간에 공전궤도면을 휩쓸고 지나가는 넓이는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 유명한 케플러(Kepler)의 제2법칙이다. 이런 사실을 반영하면, 단순히 15.218425 일마다 절기를 반복하는 대신, 공전 궤도를 15°씩 나누는 것이 계절 변화에 더 잘 맞다. 이와 같은 방법을 정기법(定期法)이라 한다.
공전 속도가 느린 여름에는 15°를 지나는 데 15.218425 일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공전 속도가 빠른 겨울에는 15°를 지나는 데 15.218425 일보다 조금 짧은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하면 여름의 절기 사이가 겨울의 절기 사이보다 길어진다. 실제로 2009년의 하지, 소서, 대서의 간격은 16일이어서, 다섯 번째 중기인 하지와 여섯 번째 중기인 대서의 간격이 32일이 된다. 반면 동지, 소한, 대한의 간격은 15일이어서 열한 번째 중기인 동지와 마지막 중기인 대한의 간격은 30일이다. 이처럼 여름의 중기 사이가 길기에, 윤달은 겨울보다는 여름에 나타날 확률이 높다. “윤동지에 빚 갚는다.”는 말도 윤11월이 극히 드물기에 생긴 농담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정기법을 도입한 것이 1645년에 청나라 때 만든 시헌력에서 처음이었고, 그 이전의 역법에서는 평기법을 썼으니, 윤동지라는 우스갯소리의 역사도 알고 보면 4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현대는 음력을 쓸 일이 점점 더 사라지고 있고, 심지어 비과학적이라는 편견까지 있지만, 사실 음력은 수많은 천문학적 현상과 수학적 원리가 어우러져 있는 놀라운 역법이다. 정확한 음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고대인들의 노고와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이해한다면, 음력이 얼마나 정밀하면서도 멋진 역법인지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현대에 음력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게다가 연휴의 최대 변수이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