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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CLAMP

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크로스오버 음악 -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만남

minjpm 2010. 1. 29. 09:06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아티스트들의 오프라인 번개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다. 크로스오버(crossover)란 무엇일까. ‘활동이나 스타일이 두 종류 이상에 걸친 것’을 의미한다. 교차로를 연상하면 된다. 테헤란로와 삼성로가 교차하는 한복판처럼 크로스오버는 두 길의 중첩이다. 겹친 길이다. 자동차에도 크로스오버 차량이란 말이 쓰인다. 승용차에 밴이 접목된 다목적 차량을 일컬어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라고도 부른다. 여러 요소를 혼합한 만능형 차량인 CUV가 앞으로 점점 더 거리 위를 많이 누비게 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음악이야말로 가장 크로스오버의 폭이 넓은 분야라 하겠다. 크로스오버 음악(crossover music)은 어떤 장르의 음악에 다른 종류의 음악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음악을 말한다. 즉 다른 장르가 교차하는 음악이란 뜻인데, 원래 미국에서 1980년대 초 컨트리 가수들이 대거 팝차트에 진출하며, 음악적 의미로 보편화되면서 안착한 말이라 한다.

 

1970년대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는 [Bitches Brew] 앨범을 통해서 재즈와 록을 결합시키는 실험을 한다. 이 마일즈 데이비스란 사람은 트럼펫 연주가인데, 연주를 들어보면 기교가 극히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쿨 재즈와 비밥, 모드 주법 등 재즈의 트렌드를 이끄는 ‘얼리 어답터’였고 결국 퓨전재즈의 기치도 드높였다.


 

[Bitches Brew]를 오늘날 퓨전재즈의 말랑말랑함을 연상하고 들으면 정신이 아득해질 것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커다란 덩어리들이 길들여지지 않은 짐승처럼 포진하고 있는 것이 퓨전재즈 초창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크로스오버 음악이란 용어에는 재즈를 포함한 대중음악이 클래식을 변주하며, 반대로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팝을 ‘크로스오버’하는 등 클래식을 매개로 사용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즉, 클래식 음악에 한 다리를 걸친 다른 장르의 음악이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고 보겠다. 이럴 때 크로스오버 음악은 클래식을 잘 모르던던 음악팬에게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크로스오버’에 참여한 클래식 연주가와 레퍼토리에 대한 관심을 통해 클래식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클래식 음악과 크로스오버된 몇가지 유형

클래식 음악에 다리를 걸친 크로스오버의 유형을 살펴보면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클래식 음악가가 팝이나 재즈를 연주하는 것이다.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등 ‘스리 테너’가 부른 ‘My Way'라든지 파바로티가 루치오 달라의 ‘카루소’를 부르고, 소프라노 조수미가 드라마 [명성황후]의 주제곡인 ‘나 가거든’을 부른 경우나 바리톤 토마스 크바스토프가 재즈를 부른 음반,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지미 헨드릭스의 전자기타 곡을 연주하고,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가 비틀즈 명곡을 연주하거나,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을 연주한 경우, 톨가 카쉬프가 지휘한 로열 필하모닉이 퀸의 음악을 연주한 ‘퀸 심포니’ 같은 경우다.


두 번째로 다른 장르의 연주가가 클래식을 연주하는 것이다. 자크 루시에 트리오가 재즈로 연주하는 바흐 등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들, 같은 맥락에서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의 재즈로 편곡한 클래식을 들 수 있다.


 

로드 매퀸이 부른 파헬벨의 ‘카논’,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이 연주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4번], 커브드 에어의 ‘비발디’, 록그룹 스카이가 연주한 바흐의 [토카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의 선율에 에릭 카멘이 부른 ‘All By Myself’,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등에 가사를 붙여 부른 애니 해슬럼의 음반 [Still Life], 그밖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들도 있다. 세 번째로 크로스오버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의 경우다. 바네사 메이, 본드, 플래닛, 와일드 등 일렉트릭 크로스오버 밴드들과 안드레아 보첼리, 사라 브라이트만, 조시 그로반, 알레산드로 사피나, 러셀 웟슨, 일 디보, 텐 테너스 등 팝페라 아티스트들을 들 수 있다. 켈트 풍으로 여러 장르를 소화하는 켈틱 우먼이나 맑고 청정한 목소리의 주인공 헤일리 웨스튼라, 창작곡을 중세음악 풍으로 부르는 미디벌 베이브즈도 여기에 끼워넣을 수 있겠다. 극단적으로는 메탈리카를 연주하는 첼로 4중주단 아포칼립티카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은 크로스오버 음반과 곡이 존재하기에 한꺼번에 다 다루기는 어렵고,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대표적인 클래식 아티스트와 다른 장르 아티스트의 일대일 만남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보기로 한다.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

먼저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을 보자. 재즈 피아니스트 클로드 볼링이 1975년 거장 플루티스트 장 피에르 랑팔(1922~2000)을 위해 쓴 [플루트와 재즈 피아노 트리오를 위한 모음곡]은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라는 이름을 대표할 만한 명반이다. 랑팔의 명성과 볼링의 세련된 음악성으로 만들어진 이 음반은 연일 빌보드 클래식 차트를 석권하면서 볼링에게 커다란 성공을 안겨 주었다. 이 만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재즈의 경쾌한 리듬, 랑팔의 깨끗한 음색 등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선 것으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 그러나 낯설지도 않은 음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 음반은 재즈 애호가나 클래식 애호가, 혹은 이지 리스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다. 어떤 장르의 음악을 선호하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볼링의 이 작품은 100퍼센트 재즈는 아니었다. 재즈적이기는 하지만 즉흥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모두 악보로 씌어졌다는 점에서 천성적인 스윙 감각을 갖추지 못한 연주자들에게도 폭넓게 사랑받았다. 이제는 클로드 볼링의 작품을 단지 크로스오버 곡 뿐만 아니라 고전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 첼리스트 요요마, 기타리스트 알렉산드르 라고야, 트럼피터 모리스 앙드레,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 등이 각각 볼링의 재즈 피아노를 결합한 음반을 취입했다. 클로드 볼링은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나를 클래식-재즈 크로스오버 음악의 창시자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과거에 조지 거슈윈이 있었고, 모던 재즈 쿼텟(MJQ)의 존 루이스가 있었습니다. 데이브 브루벡이나 스윙글 싱어즈도 있었죠. 오히려 내가 이들 모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한 가지는 나는 새로운 방법으로 나의 음악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 뿐입니다.”

 

바비 맥퍼린과 첼리스트 요요마의 만남을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으로 볼 수 있을까. 블루노트 레이블에서 활약한 맥퍼린의 경력을 살핀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야말로 ‘몸이 악기’인 재주꾼 바비 맥퍼린. 클래식 팬들에게 바비 맥퍼린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Hush](1992) 앨범이었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협연하는 ‘온몸 악기’로서 그는 클래식 명곡과 더불어 다섯 곡의 자작곡을 전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소개했다. 타이틀곡인 ‘Hush, Litttle Baby'의 독특한 편곡도 볼 만했던 이 앨범은 빌보드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차트에 2년 이상 머무르는 기염을 토했다. 요요마는 맥퍼린과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비 맥퍼린은 신비한 음악의 방으로 나를 인도해 주었다. 그가 제공해 준 열쇠들을 통해 우리가 많은 또다른 새로운 문들을 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록과 오케스트라의 만남 – 딥퍼플에서 메탈리카까지

다음으로 록그룹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만남을 살펴보자. 록그룹과 오케스트라의 결합의 역사는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딥퍼플(Deep Purple)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록그룹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Concerto For Group & Orchestra]이 그것으로 이언 길런, 리치 블랙모어, 로저 글로버, 존 로드, 이언 파이스 등 딥퍼플 2기 멤버들과 말콤 아놀드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녹음되었다. 3악장으로 된 작품은 이 프로젝트를 위한 존 로드의 완전한 창작곡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존 로드는 ‘Highway Star’ 등 여러 작품에서 클래식 음악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키보드 솔로를 보여주곤 했다.

 

 

 

록그룹 제스로 툴(Jethro Tull)과 런던 심포니의 [A Classsic Case](1985)는 데이비드 파머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의 연주에 이언 앤더슨 등 제스로 툴 멤버들이 연주를 덧입힌 형태로 녹음됐다. 듀크 엘링턴의 작품을 연주한 런던 필하모닉의 연주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는 이 음반에는 오케스트라의 장엄함, 포크의 구성진 성격에 록의 공격성과 재즈의 뒤틀림이 공존한다. 지난 2000년 발매된 스콜피온스와 베를린 필의 만남 [Moments of Glory] 앨범은 베를린 필 최초의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기록됐다. 베를린 필 측에 무려 5년간의 끈질긴 구애를 보낸 편곡자이자 지휘자인 크리스티안 콜로노비츠의 노력으로 성사된 프로젝트다. 1882년에 설립된 베를린 필이 미답지였던 록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데는 멤버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베를린 필 단원 피터 브렘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도 반대는 있을 수 있다. 그와 같은 반대로 보아 달라”며 “84명의 단원은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녹음했다”고 말했다. 음반에서는 혈기왕성한 베를린 필의 현과 관이 클라우스 마이네의 보컬, 루돌프 솅커와 마티아스 얍스의 기타와 합쳐져서 독특한 전자 사운드를 내준다. 거대한 영화음악을 듣는 듯 스펙터클한 사운드는 무척 새롭다. 그러나 이 음반은 영국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선정한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20장의 음반’ 중 하나로 선정됐다. 지나친 상업성이 그 선정 이유였다.

 

바로크 메틀을 선보였던 기타리스트 잉베이 맘스틴이 체코 필, 뉴 저팬 필 등과 협연한 연주를 들어보면 록과 클래식의 만남이 많이 세련되어진 모습이다. 일렉트릭 기타가 협연 악기로도 상성이 잘 맞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잉베이의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는 여느 바이올리니스트의 카덴차 못지않은 짜릿함을 안겨준다. 메탈리카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협연한 실황을 담은 [S & M]을 들어보면 밴드가 오케스트라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어 흥미롭다.

 

 

 

성악가와 팝 가수의 만남

다음으로 정규 클래식 음악 코스를 밟은 성악가와 대중가수의 만남을 보자. 우선 떠오르는 음반이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컨트리 가수 존 덴버의 만남 ‘Perhaps Love’다. 음반이 나온 지 30년 가까이 된 지금 들어도 참으로 서정적이고 순수하게 다가오는 만남이다. 비슷한 경우로 우리나라 가수 이동원과 테너 박인수가 만난 ‘향수’ 역시 명곡으로 남았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셀린 디옹, 스팅, 머라이어 캐리, 엘튼 존 등 수많은 팝스타들과 함께 한 [파바로티와 친구들]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파니스 안젤리쿠스(생명의 양식)’을 함께 부르는 파바로티와 스팅의 모습이 떠오른다. 노련한 성악 발성의 파바로티와 특유의 안개같은 목소리의 스팅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미지의 두 장르가 만날 때 설렘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등장했던 스팅은 이후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을 달고 존 다울랜드 가곡을 녹음했다.

 

펑크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와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의 만남도 있다. 음반에서 오터는 기존의 자연스런 창법과는 거리가 먼 마이크를 가까이 위치시킨 대중 가수의 창법으로 노래했다. 일부러 값이 싼 마이크도 사용해가면서 곡에 부합되는 사운드를 위한 실험도 했다.


 

크로스오버를 위한 ‘만남’은 이밖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만남은 클래식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이 무지개 너머 클래식 음악 세계에 발을 딛게 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팝과 재즈 등의 아티스트에 대한 클래식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무게중심은 아무래도 전자 쪽에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이지만, 장르들이 언제까지나 서로 평행선을 그리는 것보다는 가끔씩 어긋나고 교차하고 변종도 등장하고, 그래야 좀더 재미있는 음악 세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류태형 / 전 <객석> 편집장, 음악 칼럼니스트
월간 <객석> 편집장 역임, 현재 (재)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신윤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 중 '류태형의 출발 퀴즈' 코너를 통해 매일 아침 8시 출근길 청취자들과 만남을 갖는다. 거장들의 옛 음반과 생생한 공연의 현장이 반복되는 삶이 마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같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gettyimages/멀티비츠, TOPIC / corbis,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