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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슈베르트 -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

minjpm 2010. 5. 27. 09:08

 

 

원문에 들어있는 음악을 들으시려면, 본문 맨 아래 있는 원문가기 링크로 가셔서 들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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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년 슈베르트가 사망한 지 7년이 지난 시점에 음악가 로베르트 슈만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슈베르트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위대한 천재성의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사가 쓰여져야 할 것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그런 일이 이루질 것으로 믿는다.”고 썼다. 슈만이 남긴 이 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슈베르트의 음악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가곡 장르에서 그는 더없이 높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피아노 소나타, 현악 오중주를 비롯한 실내악 분야에서 지속적인 대중적 환영을 받고 있다. 다만 그가 남긴 오페라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no 아티스트/연주  
1 1악장 - Allegro / 쥴리어드 현악 사중주단 듣기
2 2악장 - Andante con moto 듣기
3 3악장 - Scherzo. Allegro molto - Trio 듣기
4 4악장 - Presto 듣기

5월 25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자기연민에 빠져있던 슈베르트의 음악적 자서전

슈베르트가 친구인 레오폴드 쿠펠바이저에게 보내는 편지에 썼듯이, 그는 깊은 자기연민과 우울에 빠져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의 불안한 운명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속한 세계는 더없이 비극적인 색채로 물들어 있죠.” 그의 또 다른 편지에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마치 죽는다는 것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들 말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장엄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도 아주 초라해 보입니다. 그럴 때, 과연 우리들이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 해야만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자연이 가진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에 비춰보면 지상에서의 삶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요컨대 슈베르트의 삶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삶의 이면으로서 지속적으로 작곡가를 자극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슈베르트가 낭만주의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세의 부정과 먼 곳에의 동경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이름 없는 작곡가로서 평생 동안 제대로 된 피아노(잠시 그라프 피아노를 소유했었지만)를 가지지 못했고, 쉽게 상처받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슈베르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낼 수 없었다. “매일 밤 침대에서 잠들 때마다 다음날에 눈을 뜰 수 없었다면 좋겠다”고 말했던 슈베르트는 자신의 인생이 비극적 색채로 점철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힘든 삶 속에서 작곡가는 자신의 말처럼 “매일 아침 몇 시간 동안 작곡을 했으며, 한 곡을 끝내자마자 곧 다른 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토록 빠른 속도로 작곡한 사람은 모차르트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는 완성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이 작품은 슈베르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으며, 그의 어두운 정신과 삶을 반영한 음악적 자서전에 가깝다.


‘죽음과 소녀’라는 주제는 오랫동안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해준 고전적 테마 중 하나다. 위 그림은 1517년에 그려진 한스 발둥 그린의 [죽음과 소녀].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을 의미하는 음악


슈베르트가 1824년에 완성한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는 그의 나이 스물일곱 살 때의 작품이다. 작곡가 자신은 이 곡을 ‘운명의 속삭임’이라고 말했으며, 영원한 잠으로서의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의 의미를 담았다. 열다섯 살에 어머니가 사망했으며, 열네 명의 형제들 중에서 오로지 다섯 명만 살아 남았고, 그 중 한 사람이 슈베르트였다. 이런 개인사를 감안해 본다면, 슈베르트가 작곡한 작품들 중 50여 개에 달하는 곡이 죽음이라는 주제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슈베르트는 단악장짜리 소품인 [현악 사중주 D.103]을 제외한다면 모두 15곡의 현악 사중주를 작곡했다. 그 중에서도 [죽음과 소녀]는 가장 대표적인 곡이며, 슈베르트 음악의 핵심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는 걸작이다. 이 작품에서 슈베르트는 스무 살 때인 1817년 2월에 작곡했던 가곡 [죽음과 소녀]의 선율을 2악장에 다시 사용했다. 독일의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시에 음악을 붙인 이 가곡의 가사는 죽음의 공포에 떠는 소녀와 그녀를 데려가려는 죽음과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소녀는 “죽음의 그림자여, 다가오지 마세요. 저는 죽음과 키스하기에는 너무 어려요”라고 말하지만, 죽음은 “내게 다정한 손길을 주길 바란다. 난 너의 친구이며, 해치지 않는다. 꿈꾸는 소녀여, 내 품에서 편히 잠들거라.”라고 응답하며 소녀를 끈덕지게 유혹한다.

 

화가 에곤 쉴레 역시 ‘죽음과 소녀’를 테마로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그림은 에곤 쉴레의 [죽음과 소녀] 1915~1917

 

 

죽음의 유혹을 담고 있는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는 작곡된 바로 그 해에 비공개로 연주되었다. 당시 제1바이올린을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독일의 작곡가이자 슈베르트와 친밀한 사이였던 프란츠 라흐너로 추정)가 슈베르트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했다고 한다. “나의 친구여,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음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이 작품을 잊고서 가곡에 계속 매달리기 바란다.” 아마도 슈베르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드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구스타프 말러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했을 만큼 이 어두운 작품은 19세기 후반의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을 제공했다. 슈베르트의 묘비에는 “음악이라는 예술이 여기 그 풍성한 재능으로,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희망으로 묻혀 있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묘비명에 적혀있는 ‘희망’이 의미하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흔들렸던 슈베르트는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를 통해서 천국의 에필로그로 그 자신을 인도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추천음반

부슈 콰르텟(EMI)은 비록 모노 녹음이지만, 1930년대에 이루어진 최상급 연주라 할 수 있다. 지금 들어도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데, 부슈 콰르텟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 갔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하다. 실내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하겐 콰르텟(DG)의 연주는 분명 하나의 이정표이며, 치밀한 앙상블로 감정을 극대화시킨 알반 베르크 콰르텟(EMI)의 연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아마데우스 콰르텟(DG/Brilliant)의 정제된 연주는 감정과다양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최근의 연주들에 비해 대단히 독창적이다. 슈베르트의 서정성에 주안점을 둔 연주로 오버하지 않고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김효진 / 월간 <라 뮤지카> 편집장
음악 칼럼니스트 김효진은 클래식 음악 전문지 <스트라드>, <콰이어 & 오르간>, <코다> 등을 거쳐 현재 클래식 음반 잡지 <라 뮤지카>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이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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