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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모차르트 - 현악4주 '사냥'

minjpm 2010. 5. 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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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서로를 얼마나 아끼고 존경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가 하이든보다 24년 후에 태어났으니 모차르트는 거의 하이든의 아들뻘 되는 셈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깊이 존경하며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었다. 하이든은 일찍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에게 “신께 맹세하건대, 당신 아드님은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 말하기도 했다. 또 하이든은 말년에 불안정한 삶을 살았던 모차르트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해, 프란츠 로트가 오페라 작곡을 부탁해오자 오페라 작곡을 의뢰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모차르트라고 말하며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이 유일무이한 인물 모차르트가 어느 궁정에서도 안정된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입니다. 내가 흥분하고 있다면 용서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나는 그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나봅니다!” 아마도 하이든은 그토록 아끼던 모차르트가 자신보다 18년이나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며 무척이나 큰 슬픔을 느꼈으리라.

 

no 아티스트/연주  
1 1악장 알레그로 비바체 아사이 / 과르네리 사중주단 듣기
2 2악장 미뉴에트 듣기
3 3악장 아다지오 듣기
4 4악장 알레그로 아사이 듣기

5월 30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하이든에게서 영감을 받은, 하이든에게 헌정된 작품

고전주의 음악의 두 거장은 음악적으로도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이는 특히 현악4중주 작품에 잘 나타난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연주하는 현악4중주는 고전주의 음악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잘 나타낸 음악장르로, 고전음악의 대가인 하이든과 모차르트 역시 현악4중주 분야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 중 모차르트가 ‘하이든 4중주’라 부른 여섯 곡의 현악4중주곡들은 하이든의 작품으로부터 직접 영감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하이든에게 헌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모차르트가 [하이든 4중주]를 작곡할 당시 모델로 한 작품은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 작품 33]이다. 역시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는 러시아의 대공 파벨 페트로비치에게 헌정되었기에 ‘러시아 4중주’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는데, 하이든의 이전의 작품에 비해 새로운 면을 보이는 걸작이다.

 

우선 밝은 분위기와 민요풍의 주제가 사용되어 매우 인상적이고 형식의 명확함 역시 이 곡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3악장에 미뉴에트 대신 써넣은 ‘스케르초’의 참신함은 베토벤의 음악을 예고하는 듯 세련된 느낌이다. 하이든이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여섯 곡의 ‘러시아 4중주’는 그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해 후배 작곡가인 모차르트에게 강한 영감을 주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으로부터 많은 음악적 영감을 얻었고, 고전주의 음악의
꽃을 피웠다.

 

타고난 재능으로 어린 시절부터 천재성을 발휘했던 모차르트는 본래 전혀 고민 없이 쉽게 작곡하는 음악가로 유명하지만, 대 작곡가 하이든에게 헌정하기 위해 ‘하이든 4중주’곡을 작곡할 때만큼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모차르트는 그가 존경하는 하이든의 앞에 내놓기에 부끄럼이 없는 완벽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으리라.

 

 

 

“모차르트는 이 곡을 통해 완전한 자신을 발견했다”

1782년부터 1785년까지 4년에 걸쳐 작곡된 6곡의 ‘하이든 4중주’곡을 작곡하는 동안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기울인 노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 치열한 노력의 증거는 자필 악보에 수없이 나타나는 수정의 흔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에게 바치는 현악4중주의 헌정 서문에서 이 작품들을 가리켜 “오랜 시간 동안의 힘든 노작의 결실”이라고 기술하기도 했다. 그 노력만큼이나 하이든 현악4중주 여섯 곡은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곡들 가운데서도 특히 완성도가 높아,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의 ‘하이든 4중주곡’을 가리켜 “모차르트는 이 곡을 통해 완전한 자신을 발견했다”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사냥’이라는 별명을 지닌 [현악4중주 K.458] B플랫 장조는 모차르트의 ‘하이든 4중주’ 중 한 곡으로, 여섯 곡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1784년 11월 9일에 완성된 이 곡은 1악장 도입부에서부터 경쾌한 4악장에 이르기까지 하이든 풍의 명랑함과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어 여섯 곡의 ‘하이든 4중주’ 가운데 하이든을 가장 많이 닮았다.

 

이 곡의 1악장 도입부의 멜로디는 마치 사냥을 떠날 때 부는 사냥 호른의 팡파르를 닮아서 ‘사냥’이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런 별명은 모차르트 자신의 생각은 아니다. 사실 두 대의 바이올린이 만들어내는 팡파르 풍의 화음과 멜로디는 거친 숲속에서 짐승을 쫓는 사냥 장면을 연상시키기보다는 아름답고 우아하게 장식된 귀족 살롱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린다.


1악장 도입부가 사냥 뿔피리의 팡파르를 닮았다고 해서 ‘사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도입부 멜로디가 연주된 후 네 대의 현악기가 만들어내는 명랑하고 경쾌한 화음은 친근한 느낌을 자아내고, 리드미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제2주제는 1악장의 고전적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준다. 모차르트는 이 4중주곡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깨고 3악장을 미뉴에트로 작곡하는 대신 2악장에 미뉴에트를 넣고, 3악장을 느린 악장으로 구성했다. 프랑스 궁정의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2악장의 미뉴에트에서 모차르트는 간간히 스포르찬도(sf, 음을 강조하는 연주법)를 넣어 음악적인 흥미를 더한다.

 

느린 템포의 3악장은 ‘사냥’ 4중주곡 전체 가운데 가장 심각하면서도 진지하고 실험적이라 하겠다. 모차르트는 이 악장의 템포를 ‘아다지오’(Adagio, 매우 느리게)로 설정해 ‘하이든 4중주’ 가운데 가장 느린 템포로 지정하는 한편, 약간은 어색한 듯한 도입부 멜로디에 사색적인 느낌을 담았는데, 이는 베토벤의 현악4중주를 연상시킨다. 또한 중간 전개부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16분음표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맥박은 이 진지한 음악에 은근한 추진력을 부여하며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빠른 4악장은 하이든의 음악과 매우 비슷한 분위기로 전개되며 명랑한 느낌을 준다. 인상적인 첫 주제 선율은 오스트리아의 민요에서 유래한 것으로 소박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악장에서 짧은 선율을 능숙하게 엮어내며 군더더기 없이 밀도 높은 전개를 시도한 모차르트의 빼어난 작곡기법은 경이롭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