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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 신비로운 과학세계

[스크랩] 이분법 - 번식의 방법

minjpm 2010. 5. 27. 09:19

어릴 적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리다는 이유로 해서는 안 될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얼른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된 지금, 해서는 안 되는 일의 리스트는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살고 있지는 못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할 수 있는 일의 늘어남뿐 아니라, 해야 할 일의 늘어남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은 대개 하기 싫은 일 투성이다. 그럴 때면 어디선가 나의 복제인간이라도 하나 뚝 떨어졌으면 하는 심정이 든다.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 그렇지만 해야 할 일들은 복제인간에게 던져주고 나는 룰루랄라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마이클 키튼과 앤디 맥도웰 주연의 영화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1996)는 이같은 공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하나에서 둘로, 마법 같은 이야기

인간의 경우, 한 사람이 똑같은 다른 사람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직은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배아 복제 연구를 통해 조심스럽게 복제인간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는 하지만, 인간을 정확히 복제해낸다는 건, 그것도 성장한 어른인 채로 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이 안 된다고 해서 모든 생명체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에서 둘로, 자기 자신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은 사실 생명체가 지닌 가장 기본적인 번식 방법이다. 박테리아를 비롯한 원핵생물들은 이런 식으로 번식하는데, 이를 둘로 나뉜다 하여 이분법(二分法, binary fission)이라 한다.

 

보통 하나를 둘로 나누면 각각 반쪽짜리 두 개가 형성된다. 하지만 생명체의 이분법은 온전한 개체 두 개가 형성된다. 어떻게 이런 마술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사실 분열 전후의 개체는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분열 직전, 생명체의 내부에서는 DNA가 두 배로 복제된다. 세포의 분가를 위한 새로운 살림살이 장만이 시작되는 것이다.

 

보통 막대나 끈 모양인데다가 착착 접어서 핵 속에 보관되는 진핵생물의 DNA와는 달리 원핵생물의 DNA는 둥그런 고리 모양으로 세포질 속에 둥둥 떠 있다. 원핵생물은 핵이 없기 때문에 DNA를 따로 갈무리해두지 않는다. 이분법의 시작은 이 고리 모양의 DNA의 일부가 세포막에 달라붙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분법의 과정. 먼저 DNA 복제가 일어나고 이후에 세포가 둘로 쪼개진다.
<출처 : (cc) ZabMilenko at en.wikipedia>

 

그러면 이 달라붙은 부위를 시작점으로 하여 DNA는 DNA 중합효소의 작용에 의해 양쪽 방향으로 복제가 일어난다. DNA는 항상 두 가닥이 나선형으로 얽힌 구조이며, 각각의 가닥은 상대 가닥에 대해 상보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보적이라 함은 오른손과 왼손, 오른발과 왼발처럼 마주치는 짝이 있다는 뜻이다. DNA를 이루는 염기들은 항상 결합되는 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줄만으로도 나머지 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오른쪽 털실 장갑을 기준으로 왼손 장갑을 짜고, 왼쪽 털실 장갑을 기준으로 오른손 장갑을 짜는 것처럼 말이다. DNA를 구성하는 네 개의 염기 중에서 아데닌(A)은 항상 구아닌(G)과, 티민(T)은 시토신(C)과만 결합하므로, DNA 중합효소는 세포질에 붙은 부위를 기점으로 하여 두 가닥으로 얽힌 DNA를 각각 한 가닥씩 붙잡고, 이를 주형으로 하여 그에 꼭 맞는 새로운 가닥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낸다.

 

박테리아의 DNA는 대체로 고리모양을 띄고 있다.


이때 이들이 항상 반대 방향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DNA 중합효소가 한쪽 방향으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털실로 장갑을 짤 때, 항상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짜야만 한다면, 오른쪽 장갑은 오른쪽으로, 왼쪽 장갑은 왼쪽으로만 짜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각각의 DNA 가닥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DNA 가닥을 짜 나가다 보면, 원핵세포의 DNA는 고리 모양이기 때문에 한 바퀴를 모두 도는 순간이 발생하게 된다. 한 바퀴를 모두 돌고 나면 두 가닥으로 이루어진 DNA 고리 두 개가 형성된다. 이분법을 하는 생명체들은 분열하기 이전에 일단 DNA를 두 배로 늘리는 작업을 먼저 실시한다. 이렇게 복제를 통해 한 세포 안에 일시적으로 두 배의 DNA가 존재하게 되면, 세포막의 일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각각의 DNA를 각각의 세포 속으로 갈라 놓는다. 마지막으로 원핵세포를 둘러싼 세포벽까지 나뉘어지면 순식간에 하나의 세포가 두 개로 나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에서 둘로 나뉜 세포는 이전 세포에 비해 크기만 좀 작을 뿐, 겉모습이나 유전물질의 양은 모두 동일하다. 하나가 완벽하게 둘로 나뉜 것이다.

 

 

이분법의 위대한 위력

옛 전래동화 중에서 현명한 머슴 이야기가 있다. 한 머슴이 구두쇠 양반에게 가서 말한다. 하루 종일 일한 값으로 첫날은 쌀 한 톨이면 족하다고, 대신 하루가 지날 때마다 전날 받은 쌀알의 2배만큼 달라고. 어리석은 양반은 이틀째는 쌀 몇 톨로 머슴을 부려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냉큼 고용 계약을 맺는다. 처음 며칠은 머슴이 불리한 듯 보였다. 뼈 빠지게 일하고도 첫날에는 겨우 쌀 한 톨을, 그 다음 날에는 쌀 두 톨을 받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된다. 한 달이 가까워져 오니 머슴에게 주어야 할 품삯은 하루에 쌀 한 가마니에 달했고, 다음 날은 두 가마니, 그 다음 날은 네 가마니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은 두 달을 채 못 버티고 전 재산을 머슴에게 내주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지수 함수적의 증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 폭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사실 번식의 효율성만으로 놓고 본다면 이분법을 따라갈 만한 방법이 없다. 이들은 조건만 맞는다면 계속해서 이분법이 가능하기에 2의 제곱으로 늘어난다. 예를 들어 인간의 대장 속에 주로 서식하는 대장균의 경우, 약 20분에 1회꼴로 이분법이 일어난다. 이는 한 마리의 대장균이 처음 한 시간 동안은 8마리로 늘어날 뿐이지만, 4시간 후면 4,096마리, 10시간 후면 1,073,741,824마리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환경에서는 먹이의 부족, 산소의 부족, 공간의 부족 등으로 인해 산술적인 숫자만큼은 불어나지 않겠지만, 어쨌든 이분법은 매우 효율적인 번식 수단임은 틀림없다. 실온에 놓아둔 음식이 일정 시간까지는 괜찮지만, 그 한계 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금방 상해버리는 것은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이 대개 이분법을 통해 번식하기 때문이다.


이분법으로 번식 중인 이콜라이균.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이다.

 

 

영원한 삶과 다양한 삶의 사이에서

이분법은 그 방법도 간단할 뿐 아니라, 무성생식이어서 짝을 찾을 필요도 없고, 번식 효율도 엄청나다. 또한 이들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다시 최초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적당한 환경만 제공된다면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영원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분법으로 번식하는 생명체는 자기 자신만을 복제하기 때문에, 유전적 획일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이는 빠르게 번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지만, 새롭게 변화하는 데 있어서는 불리한 특성이다. 박테리아가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여전히 원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은희 / 과학저술가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 등 많은 과학 도서를 저술하였고, 2003년에 과학 기술도서상을 수상하였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 과정에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biology/2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