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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모차르트 - 후궁탈주 '어떤 고문이 날 기다린다 해도'

minjpm 2010. 8. 10. 09:20

  

모짜르트(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가 독일어 대사가 들어간 민중 음악 희극, 징슈필(Singspiel)을 작곡한 세 번째 작품이다. 그의 첫 작품은 11~12세 때의 [바스티안과 바스티엔느Bastien und Bastienne] 이다. [후궁탈주]는 25세 때 빈에 정착할 결심을 한 직후 요제후 2세(요제프 2세, Joseph II, 1741~ 1790) 가 직접 지시하여 독일 극장에서 공연하려고 작곡했다.

 

오케스트레이션에는 터키 색채를 내기 위한 연구가 돋보이고, 프리마돈나 를 위한 최고의 전시적(展示的)인 명 아리아와 베이스의 초저음(超低音)을 구사하며 코믹한 노래까지 갖춘 노래 부분은 아울러 독일적인 서정도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나폴리 악파의 오페라 부화(opera buffa) 양식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불란서의 민중 음악희극 보오드빌(vaudeville)의 형식을 빌린 휘날레(피날레, finale)로 끝난다. 이 오페라는 모짜르트가 결혼한 시기에 작곡했으며(여주인공 이름이 사랑하는 아내 콘스탄쩨라는 것에도 신혼 무렵의 싱그러운 모짜르트의 심사가 엿보인다) 고향 잘쯔부르크를 떠나 빈에서 직업 작곡가로 데뷔하는 의욕에 찬 때의 작품이다. 싱싱한 청춘의 기념비이기도 하다. 당시 작곡을 의뢰한 요제후 2세가 좀 더 소박한 노래극을 예상했던 기대에 어긋나 “너무 음표가 많아!”하고 말하자 모짜르트는 “앞으로의 징슈필은 이렇게 됩니다“하고 어깨에 힘을 주며 대꾸했다 한다. 브레쯔너(브레츠너, Christoph Friedrich Bretzner)의 희곡을 슈테화니(슈테파니, Gottlieb Stephanie)가 대본을 썼으며 전3막이다.

 

스페인 귀족의 딸인 콘스탄쩨(콘스탄체)와 그녀의 시녀 블론데, 그리고 블론데의 애인인 페드릴로 세 사람이 해적에게 납치되어 터키의 태수 셀림에게 팔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스페인 귀족 벨몬테는 건축가로 위장하고 셀림의 궁중(宮中)에 들어간다. 신사적인 셀림을 존경하나 결혼 요청을 끝내 거부하는 콘스탄쩨를 만난 벨몬테는 페드릴로와 짜고 엄중한 감시를 하는 거구의 파수꾼인 오스민을 술로 취하게 만들고 여자들을 후궁에서 이끌어 내서 도망치게 하려다가 그만 붙들린다. 벨몬테가 옛날 원수의 아들임을 안 셀림은 복수 대신 관용을 베풀어 연인들은 셀림의 덕을 기리며 귀국 길에 오른다.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는 해적에 잡힌 후 터키의 태수에게 팔려간 여자가, 죽어도 자기 사랑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노래이다.

 

 

Mozart, [Die Entführung aus Dwm Serail]
‘Martern aller Arten’
Martern aller Arten
Mögen meiner warten,
Ich verlache Qual und Pein.

Nichts soll mich erschütten
Nur dann würd'ich zittern,
Wenn ich untreu könnte sein.
Laß dich bewegen, verschone mich!
Des Himmels Segen belohne dich!

Doch du bist entschlossen
Willig, unverdorossen
Wähl ich jede Pein und Not.
Ordne nur, gebiete,
Lärme, tobe, Wüte!
Zuletzt befreit mich doch der Tod.
모차르트, [후궁 탈주]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온갖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
괴로움이나 아픔을 비웃어 주겠습니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는 않겠습니다.
조금이라도 흔들리게 하려 해도,
성실성이 없어질 리 없으니까.
부디 불쌍히 여기고 용서 해주십시오.
하늘의 축복이 당신께 있을 것입니다.

허나 당신께선 마음을 정하고 계십니다.
기꺼이 한눈 안 팔고
저는 어떤 고통도 받겠습니다.
자, 명령하고 호령하며
떠들썩하게 광분(狂奔)하십시오.
마지막은 죽음이 나를 자유롭게 해줍니다.

* 이 아리아는 음원 확보가 안 되었으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화려하고 우아하고 격렬하고 리드미컬한 즐거운 노래

이 ’어떤 고문이 나를 기다린다 해도’는 훌루트,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를 동반한 긴 전주곡을 갖춘 규모 큰 아리아이다. 모짜르트의 또 한편의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친밀감 있고 당당한 분위기가 넘치지만 아리아 자체는 거창하고 화려한 명인기(名人技)를 과시한다. 콘스탄쩨가 셀림에게 죽어도 지조를 지키겠음을 알리는, 목관악기와 콘체르토 풍으로 합주하는 길고 극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역량을 발휘하는 아리아이다. 모짜르트다운 화려하고 우아하며 격렬하고 리드미컬한 즐거운 노래이다.

 

 

 

들을 만한 음반과 DVD

[CD] 뵘(Karl Böhm) 지휘, 드레스덴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라이프찌히 방송 합창단(1973) 아알린 오제(S) DG

25세의 모짜르트가 터질 듯 싱싱한 젊음의 입김을 불어 넣은 이 징슈필 오페라를 녹음할 당시 79세였던 뵘(Karl Böhm)이 작곡가 못지않은 발랄함을 눈부시게 발산한 사실은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뵘이 DG에 녹음한 5조의 모짜르트 오페라 전곡 중에서 종합적인 완성도가 가장 높은 명반이다. 조금도 과장이 없이 쉽고 단정하며 또 품위와 격조를 아울러 갖춘 그의 연주는 모짜르트 음악의, 특히 [후궁 탈주]가 지닌 온갖 매력과 아름다움을 한껏 맛보게 해준다.

 

몰(Kurt Moll)의 오스민, 슈라이어(Peter Schreier)의 벨몬테, 그리스트(Reri Grist)의 블론테 등 세 가수는 다시 한 자리에 엮기 어려운 빼어난 배역진이다. 그들에 못지 않게 활달하고 고상한 목소리를 발산하는 여주인공 콘스탄쩨(작곡자의 아내 이름과 같음) 역을 맡은 오제(Arleen Augér)도 잊을 수 없다. 숱한 녹음 중에서 주저 없이 첫째로 꼽을 수 있는 음반이다. 징슈필 부분을 따로 맡은 배우들의 대사(臺詞) 역시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DVD] 뵘 지휘, 바이에른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80) 그루베로바(S) 아우구스트 에버딩 연출 DG

그루베르바의 콘스탄쩨는 서정적인 면과 초절적인 면을 아울러 완벽하게 갖추고 교묘히 분별 구사하여 균형잡힌 훌륭한 노래를 들려준다. 제2막에서 콘스탄쩨가 발휘하는 기교적인 아리아는 짜릿한 흥분과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스트의 블론데도 이 녹화를 할 때인 1980년까지는 아직 원숙한 목소리를 잃지 않았고 오르트(Norbert Orth)의 페드릴로 역시 매우 효과적인 넉넉한 안정감을 간직하고 있다.

 

탈벨라는 이들 중 누구보다도 돋보이는 중량감있는 오스민 역을 당당하게 이루어 내고 있다. 비록 86세라는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지휘자 뵘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수준 높은 음악으로 평생 추구해온 모짜르트의 세계를 다시 한 번 생생하게 재현(再現)하여 그의 예술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겼다.


Karl Böhm (CD, 1973)(위)
Karl Böhm (DVD, 1980)(아래)

 

 

  1. 프리마돈나

    프리마돈나(prima donna)는 오페라의 주역 여가수를 말한다. 참고로 남자 주역 가수는 프리모우도모(primo uomo)라고 한다.

 

 

 

 

안동림 / 전 교수, [이 한 장의 명반 오페라]의 저자
전 청주대 영문학과 교수이며,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작가이자 대표적인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다. 저서로는 [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안동림의 불멸의 지휘자], [장자], [벽암록]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aria/3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