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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케스트라 교실 - 변주곡

minjpm 2010. 10. 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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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음이 만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지라도 아무런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반복되기만 한다면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할 겁니다. 하지만 그 선율에 새로운 리듬과 장식음을 더해 ‘변주’를 한다면 본래의 선율에 잠재된 개성과 매력은 더욱 화려하게 꽃을 피우겠지요. 아름다운 멜로디의 윤곽은 그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음악은 다양하게 변모해가는 것, 이것이 바로 ‘변주’의 매력입니다.

 

 

 

주제 선율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음악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는 변주 기술은 오랜 세월동안 가장 중요한 음악기법의 하나로 여겨졌습니다. 변주의 역사는 기보법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으니 아마도 변주는 음악이란 예술이 생긴 그 순간부터 존재해왔는지 모릅니다. 작곡가와 연주자가 분리되기 전인 그 옛날에도 음악가의 존재가치는 주어진 선율을 얼마나 훌륭하게 변화시키고 장식하느냐 하는 변주 능력에 있었다고 하니 변주를 모르고서는 음악의 참맛을 안다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잘 알려진 관현악 명곡 가운데에도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많습니다. 관현악 변주곡은 독립된 곡으로 작곡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교향곡의 한 악장으로 나타나기도 해서 무심히 듣고 지나치기가 쉽습니다. 만일 변주의 원리를 이해하고 듣는다면 다른 악장들과 어우러져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교향곡 속의 변주곡의 매력을 결코 놓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우선 ‘변주곡’의 정의를 살펴볼까요? 일반적으로 ‘변주곡’은 “짤막한 주제를 바탕으로 리듬, 멜로디, 화성 등을 변화시키는 것”이라 정의합니다. 즉 변주의 본질은 바로 ‘변화’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변주곡에서의 ‘변화’는 ‘한정된 틀 속에서의 변화’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색과 모양의 변화를 주는 것과 같다.
<출처: NGD>

 

‘변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변주’(Variation)는 때때로 일종의 ‘발전’(Development) 기법인 듯 보이기도 하지만 ‘변주’와 ‘발전’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음악에서 ‘발전’ 기법은 하나의 짧은 선율이나 동기를 소재로 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뽑아내며 본래의 모습마저 알아볼 수 없게 만들지만, ‘변주’는 아무리 여러 가지로 변화하더라도 항상 주제 고유의 모습이나 기본적인 틀은 잃지 않아요. ‘발전’이 일종의 음악적 세포분열과 같다면 ‘변주’는 같은 사람이 계속 옷을 갈아입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아무리 옷을 갈아입어도 옷을 입은 사람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듯 여러 가지 변주가 계속된다 해도 주제 선율 자체의 본질은 변하지 않아서 항상 본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베토벤이 그의 [교향곡 5번] 1악장에서 처음에 제시한 ‘운명의 노크소리’ 주제를 발전시키는 기법과, 모차르트가 ‘반짝반짝 작은 별’ 주제를 변주하는 방식을 들어보면 ‘발전’과 ‘변주’의 본질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주제 선율의 윤곽은 유지된 채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변주곡’은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구현해내는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변주는 작곡가들에겐 그리 만만치 않은 기법이지요. 하나의 일정한 선율을 가지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주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무한한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니까요.

 

no 아티스트/연주  
1 베토벤 [교향곡 제5번] 1악장 발전부 / 에리히 클라이버 /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 1953 듣기
2 모차르트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 중 주제와 제1변주 / 클라라 하스킬 / 1960년 듣기

 

 

 

샤콘느와 파사칼리아는 어떤 음악일까?

음악가가 주제를 변주하는 방식은 개인에 따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오래된 변주곡의 형태는 원래 주어져 있는 ‘정선율’에 바탕을 둔 변주곡입니다. ‘정선율’이란 간단히 말해 ‘이미 주어진 선율’입니다. 누가 작곡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랜 옛날부터 구전되어온 성가나 민요 선율 같은 것들이지요. 이런 선율들은 항상 우리 앞에 존재해왔고 음악의 기본 재료가 되어왔어요. 그래서 17·18세기 오르간 주자들도 이런 정선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주곡을 작곡하곤 했습니다.

 

17세기부터 18세기에 많이 작곡되던 변주곡 유형으로 ‘샤콘느’(Chaconne)와 ‘파사칼리아’(Passacaglia)가 있는데, 이런 변주곡들도 정선율에 바탕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 다 3박자의 8마디로 된 베이스 주제의 선율이나 화성이 계속 반복되는 동안 상성부들이 다채롭게 변화해가는 변주곡인데, 샤콘느가 화성적인 변주곡이라면 파사칼리아는 대위법적인 변주곡이란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샤콘느와 파사칼리아는 18세기 이후에는 그다지 유행하지 않던 변주곡이지만 19세기 작곡가 브람스는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4번]의 4악장을 파사칼리아로 작곡해서 고풍스런 옛 변주곡의 느낌을 살려냈습니다. 이 곡에서 브람스의 정교한 변주기법은 무려 30개의 변주를 통해 다채롭게 나타납니다.


하나의 주제를 다양하게 변주하기 위해서는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출처: NGD>

 

 처음에 관악기들이 연주하는 8마디의 주제 후에 곧바로 뒤따르는 제1변주부터 제3변주까지 들어보면 현악기의 피치카토 나 관악기의 선율 속에 주제가 숨어있어서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숨은 주제를 찾을 수 있어 재미있습니다. 네 번째 변주가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멋지게 상승하는 선율로 변주를 하는 동안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파사칼리아의 주제를 연주하는데, 변주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저음부의 주제보다도 상성부의 변주에 정신이 팔리게 됩니다.

 

브람스 교향곡의 파사칼리아처럼 본래의 주제가 항상 살아있는 변주곡을 들어보면 변주가 아무리 화려하고 다채로워도 항상 일정한 베이스 라인이 유지되고 있어서 어쩐지 엄격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변주곡 중에는 파사칼리아와 같이 고정된 베이스를 바탕으로 한 것 외에 좀 더 자유로운 변주도 있어요. ‘장식적 변주곡’과 ‘성격적 변주곡’이 바로 그것이지요.

 

no 아티스트/연주  
1 브람스 [교향곡 제4번] 4악장 주제와 1, 2, 3변주 /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 베를린 필하모닉 / 1948 듣기
2 브람스 [교향곡 제4번] 4악장의 제4변주 /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 베를린 필하모닉 / 1948 듣기

 

 

 

장식적 변주와 성격적 변주

장식적 변주나 성격적 변주 모두 단순한 주제를 제시한 후 여러 가지 변주를 통해 주제를 장식하고 변화시켜나가는 변주곡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장식적 변주가 본래 주제의 화성의 틀은 잃지 않고 주제를 변주해가는 반면 성격적 변주는 주제에 전혀 다른 성격을 부여하면서도 주제와의 상관성을 잃지 않는 변주 방식이에요. 대개의 변주곡 작품들은 이 두 가지 변주 방식을 혼용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 4악장을 장식하고 있는 다채로운 변주곡에도 장식적 변주와 성격적 변주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 곡에서 베토벤은 짧고 강렬한 서주 후에 자신의 발레음악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중 시골풍 무곡 주제의 베이스 선율만 따온 불완전한 주제를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제시합니다. 이 선율은 ‘영웅’이라는 교향곡의 표제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고 이후 제1변주와 제2변주에서도 역시 매우 단순한 장식적 변주에 머물지요.

 

하지만 세 번째 변주에서 드디어 시골풍 무곡 주제의 베이스 선율에 상성부의 주요 선율을 오보에의 음색으로 더하여 완전한 주제를 제시한 베토벤은 그 이후 푸가 풍의 변주를 비롯한 본격적인 성격 변주를 전개하기 시작합니다. 그 중 단조의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표현한 제5변주의 긴박감 넘치는 역동성과 제7변주에서 시골풍 무곡 주제를 신성하게 표현한 음악은 특히 깊은 감명을 줍니다. 단순한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성격의 변주를 할 수 있었던 베토벤의 탁월한 음악적 감각에 경탄하게 되는 부분이지요.


베토벤은 변주에 대한 다양한 작곡 테크닉을 가지고 있었다.
<출처: wikipedia>

 

no 아티스트/연주  
1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4악장 주제와 1, 2변주 / 에리히 클라이버 / 빈 필하모닉 / 1953 듣기
2 베토벤 [영웅 교향곡] 변주 3.mp3 제3변주 / 에리히 클라이버 . 빈 필하모닉 / 1953 듣기
3 베토벤 [영웅 교향곡] 변주 5.mp3 제5변주 듣기
4 베토벤 [영웅 교향곡] 변주 7.mp3 제7변주 듣기

 

 

베토벤은 [교향곡 5번] 2악장에선 두 개의 주제를 사용한 변주곡을 선보이는 색다른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A플랫 장조로 되어있고 현악기와 목관악기로 부드럽게 제시되지만, 두 번째 주제는 A플랫 장조로 시작해 C장조로 바뀌면 팀파니와 금관악기의 찬란하고 힘찬 연주가 가세해 승리의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이 두 가지 주제의 극적인 대조는 변주가 진행되는 동안 분위기를 고조시킵니다.

 

브람스와 베토벤 교향곡의 경우에서처럼 교향곡 속엔 다양한 변주곡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이제 교향곡을 들을 때는 혹시 주제와 변주로 된 음악은 아닌지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단순한 주제가 다채로운 변주로 꽃피는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끊임없이 살아 오르는 음악의 생명력을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주제a.mp3 / 에리히 클라이버 /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 1953 듣기
2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주제b.mp3 듣기
3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주제a에 대한 제2변주.mp3 듣기
4 베토벤 [교향곡 5번] 2악장 주제b에 대한 제2변주.mp3 듣기

 

관련링크 : 통합검색 결과 보기

 

 

  1. 피치카토(pizzicato)

    바이올린과 같이 활을 사용하는 찰현악기를 연주할 때 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소리 내는 주법

  2. 푸가(Fuga)

    형식으로서의 ‘푸가’는 둘 이상의 성부들로 되어있으면서 모방기법이 사용된 다성적인 작품을 뜻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푸가’라는 용어의 개념은 모호하게 쓰이고 있어, ‘푸가’라는 말은 하나의 고정된 음악형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성부가 다른 성부를 모방하는 식의 ‘모방기법’이 사용된 음악적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기도 한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3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