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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CLAMP

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바흐 - 마태 수난곡

minjpm 2010. 10. 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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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3월 11일 베를린. 20세의 청년 멘델스존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대작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렸다. 바흐의 서거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채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해묵은 악보가 다시금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거장의 음악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모두 뜨거운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당대 최고의 철학자 헤겔은 이 음악회를 보고 나서 이렇게 기록했다.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그의 음악을 완전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no 아티스트/연주  
1 1곡 합창 Kommt ihr Töchter, helft mir klagen /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지기스발트 쿠이겐, 라 프티트 방드 듣기
2 27곡(신33곡) Aria: So ist mein Jesus nun gefangen / (Chori) Sind Blitze, sind Donner in Wolken vers 듣기
3 39곡(신47곡) 알토 아리아 Erbarme dich, mein Gott 듣기
4 54곡(신45곡) 합창 O Haupt voll Blut und Wunden 듣기

1분감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바로크 음악 모든 종류의 형식을 총망라한 대작

전곡 연주 시간만도 3시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대작이니만큼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거의 2년 동안 리허설에 매달려야 했다. 오늘날에도 이 작품은 결코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이 하나의 작품 속에 르네상스 마드리갈 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다성 합창이 있는가 하면 교회 예배 시간에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순하고 화성적인 코랄 이 있고,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 못지않은 서정적인 아리아들이 있는가 하면 섬세한 레치타티보 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음악학자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가리켜 “바로크 종교 성악곡과 세속 성악곡을 통틀어 모든 종류의 음악 형식을 다룬 만화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만화경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음악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난곡’이라는 독특한 음악 장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래 수난곡(Passion)이란 교회의 수난 주간 동안 연주되는 음악인데, 한 마디로 그리스도의 수난 이야기를 묘사한 극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난곡의 종류는 많지만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작곡되었던 18세기 전반에는 두 가지 종류의 수난곡이 있었다. 그것은 수난 오라토리오와 오라토리오 양식의 수난곡으로서, 어떤 텍스트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구별된다. 전자는 자유롭게 시적인 텍스트를 사용하지만, 후자는 네 개의 복음서 구절에 기초한 텍스트를 사용한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 26, 27장을 기초로 작곡된 수난곡이므로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전곡이 완전히 복음서의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피칸더’라는 필명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크리스찬 프리드리히 헨리키의 시적인 텍스트도 사용되었다.


귀도 레니 [이 사람을 보라 ECCE HOMO], 1639~1640
바흐의 [마태 수난곡]의 예수의 수난과 고통을 그린 종교음악의 걸작이다.

 

바흐는 이 방대한 [마태 수난곡]의 텍스트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제1부를 예수 수난의 예언으로부터 시작해 예수의 체포로 끝맺는다.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붓는 여인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예수를 팔아넘기려는 배반자 유다의 이야기, 그리고 예수와 그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 장면,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스러운 기도는 모두 1부에 속한다. 서정적인 음악으로 표현된 제1부는 마치 제2부에서 펼쳐질 폭풍의 전야와도 같이 고요하고 엄숙하다.

 

반면에 제2부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2부가 시작되자마자 체포된 예수를 염려하며 찾아 헤매는 시온의 딸들의 슬픈 합창이 들려온다. 곧 재판이 시작되고 예수를 증오하는 유태인 군중 합창이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를 몰고 온다. 한편 새벽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의 슬픔은 가슴을 저미는 듯한 바이올린의 흐느낌이 되어 인간의 나약함을 일깨워준다. 배반자 유다의 비극적인 최후, 그리고 빌라도 앞에 선 예수의 평화로운 침묵과 빌라도의 우유부단함, 고통스러운 골고타 언덕과 십자가. 그 모든 것은 그대로 생생한 인간 드라마가 되어 우리에게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복음사가의 풍부한 레치타티보, 웅장한 합창의 충격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곡을 통해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인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는 바로 장엄한 합창과 아리아들 사이사이에 나타나 예수의 수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하는 ‘복음사가’이다. 그는 말하듯 노래하는 레치타티보를 통해, 때로는 초연하게 때로는 극적으로 복음서 내용을 읊조린다. 레치타티보는 대부분 복음사가가 노래하지만 때때로 예수와 베드로, 유다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각기 자신의 대사를 노래하는데, 바흐는 특히 예수가 등장하는 부분에 현악기의 반주를 곁들여 좀더 풍부하고 장엄하게 처리했다.

 

실제 복음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레치타티보이지만, [마태 수난곡]의 백미는 역시 웅장한 합창이다. 제1부의 첫 도입 합창으로부터 제2부의 마지막 합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합창들이 계속되면서 예수 수난의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준다. 바흐는 각 장면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합창을 선보이는데 그 효과는 매우 놀랍다. 예를 들어 제54곡(신 전집에서는 제45곡)은 사형 판결을 받는 예수의 이야기가 레치타티보와 합창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 외치는 군중 합창은 매우 강력한 푸가로 제시되고, 제59곡(50a)에서 이 푸가는 다시 한 음 높아진 B음에서 시작되어 점점 거칠어지는 군중의 분노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준다.

 

또한 제33곡(27)에서는 이중창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합창이 짧게 응답하는 독특한 기법이 사용되었다. 이 곡에서 소프라노와 알토가 ‘마침내 나의 예수는 붙잡혔다’는 내용의 이중창을 부르는 동안 합창단이 ‘그를 풀어 주라! 그만 둬라! 묶지 마라!’는 내용의 짧은 악구들을 노래하며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루이스 데 모랄레스 [피에타] 16세기경 - 합창, 코랄, 아리아의 다양한 노래는
그리스도의 고통과 인간의 연민을 깊은 감정으로 묘사한다.

 

후반부에서는 두 개의 합창단이 모방 악구가 포함된 대위법적인 다성 합창을 부르며 안타깝고 복잡한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두 개의 합창단을 배치하여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내는 이중 합창 기법은 초기 바로크 시대에 주로 유행했던 것이었지만 바흐는 이를 [마태 수난곡]에서 적절하게 활용하여 큰 효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깊은 감정을 전하는 코랄, 유려하게 흐르는 아리아


[마태 수난곡]에는 이러한 다성적인 양식의 합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교회 성가와 같이 부드럽고 화성적인 코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복잡한 다성 합창과 단순한 레치타티보를 유연하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코랄은 예수의 수난 사건을 지켜보는 신도들의 느낌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제21곡(15)의 경우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반복되어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숨을 거두시는 예수를 묘사한 부분에 이르러서 이 코랄의 화음은 반음계적으로 변형되어 깊은 슬픔 속에 빠진 신도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듯하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주는 또 하나의 기쁨은 유려하고 표정이 풍부한 다양한 아리아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인한 베드로의 슬픔이 가득 배어 나오는 제48곡(40) 알토를 위한 아리아는 인상적인 바이올린 독주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명곡이다. 또한 플루트의 활약이 돋보이는 제58곡(49)은 [마태 수난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프라노 아리아로 꼽힌다. 이러한 아리아들 역시 화성적인 코랄과 마찬가지로, 웅장한 합창과 조용한 레치타티보 사이에 끼어들어 달콤한 선율미를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추천음반

[마태 수난곡]의 대표적인 명반으로는 칼 리히터가 지휘하는 뮌헨 바흐오케스트라의 고전적인 음반(Archiv)을 꼽을 수 있다. 에른스트 헤플리거를 비롯한 성악진이 대단히 뛰어난 연주다. 헬무트 릴링 / 바흐 콜레지움 슈투트가르트 (Hanssler) 또한 잘 다듬어진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밖에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 콰이어의 음반(DG)은 선명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harmonia mundi)의 음반도 대단히 감동적이다. 이 밖에 오토 클렘페러, 아르농쿠르, 마사키 스즈키, 쿠이겐, 톤 쿠프만의 연주도 명연으로 손꼽히고 있다.

 

 

  1. 마드리갈(madrigal)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세속음악의 장르로 본래는 2성부의 성악곡이었으나 나중에는 성부가 더 늘어났다. 16세기말부터 17세기 초에 유행한 마드리갈은 문학적 수준이 높은 가사와 음악이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들이 많다.

  2. 코랄(choral)

    본래 루터교의 찬송가를 가리키는 용어이나 찬송가 풍의 화성적인 음악양식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3. 레치타티보(recitativo)

    오페라와 같은 극적인 음악작품에서 낭독하듯 노래하는 방식을 뜻한다.

 

 

 

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3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