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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페라 교실 - 메조 소프라노

minjpm 2010. 10. 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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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서 소프라노와 테너의 사랑을 가로막는 인물은 반드시 바리톤뿐일까요? 때로는 메조 소프라노가 이 악역을 맡기도 합니다. 베르디의 [아이다]가 그 대표적인 경우죠.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에티오피아 노예 아이다의 열정적인 사랑을 메조 소프라노 배역인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가 갈라놓으려 하니까요. 하지만 [아이다]나 [일 트로바토레] 등을 비롯한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메조 소프라노가 비극오페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물론 비제의 [카르멘] 타이틀 롤이나 마스네 [베르테르]의 여주인공 샤를로트 역은 메조 소프라노가 맡고 있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예외에 속합니다.

 

 

 

당당하게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여주인공

그러나 희극 오페라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로지나는 왜 아줌마 목소리인가요?” “[신데렐라]의 여주인공 안젤리나가 노래하는 걸 음반으로 들으면 꽤 나이가 든 것처럼 들려요. 원래는 젊은 주인공 아닌가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게 되는데요, 그 까닭은 이 로시니 희극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이 소프라노가 아니라 메조 소프라노이기 때문이랍니다. 아니, 오페라 속 젊은 여주인공은 모두 소프라노가 아니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페라 초창기인 바로크 시대와 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는 거의 모든 여성 역할을 소프라노 가수가 불렀습니다. 등장인물이 고결하든 발랄하든 사악하든, 중요한 역할은 거의 소프라노 가수가 맡았지요. 당시 관객은 남성가수의 경우에도 카스트라토 같은 고음역을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로시니 시대부터 소프라노 가수의 맑은 고음은 대체로 비극이나 오페라 세리아 속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을 대변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희극 오페라 여주인공들은 메조소프라노가 많아졌습니다. 때로는 당당하게 때로는 속임수와 거짓말과 가짜 눈물까지 동원해가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당찬 여주인공. 이들에게는 가녀린 음성보다 낮고 풍성한 음성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메조 소프라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체칠리아 바르톨리.
콜로라투라 기교가 뛰어난 가수이다.

 

 

 

메조 소프라노의 음역과 구분


메조 소프라노는 여성의 가장 높은 음역인 소프라노와 가장 낮은 음역인 콘트랄토(알토) 사이의 음역을 뜻합니다. ‘메조(mezzo)’라는 단어는 ‘반’ 또는 ‘중간’이라는 뜻이니까요. 메조 소프라노의 ‘테시투라(tessitura. 무리 없이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음역)’는 합창음악의 경우 ‘가운데 도(C4)’ 아래의 ‘라(A3)’부터 두 옥타브 위의 ’라(A5)‘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오페라 가수 중에는 이보다 위아래로 두 음 정도를 더 내리거나 높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많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메조 소프라노가 획일적인 성격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음색에 따라 메조 소프라노 역시 그 유형이 다양하게 나뉘는데요, 여러 가지 분류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우선 19세기의 분류에 따라 콜로라투라, 리리코, 드라마티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 [세비야의 이발사] Una voce poco fa (방금 들린 그대 음성) / 마릴린 혼 듣기
2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 – [피가로의 결혼] Non so piu cosa son (내가 누군지 나도 몰라요) / 모니카 바첼로 듣기
3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 [일 트로바토레] Stride la vampa (불꽃은 타오르고) / 비올레타 우르마나 듣기

9월 30일까지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1.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mezzo soprano coloratura)

‘콜로라투라’란 ‘채색한’, ‘색을 입힌’이라는 뜻입니다. 복잡한 장식음을 정확한 기교로 소화해내는 화려한 음색의 메조 소프라노를 가리킵니다. 이 콜로라투라 메조 소프라노는 부드럽고 따뜻한 저음역과 날카롭고 격렬한 느낌의 고음역을 지닙니다. 이들이 노래하는 배역은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며 현란한 장식음의 트릴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레가토와 고난도의 기교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운데 도 아래 ‘솔(G3)’부터 두 옥타브 위 ‘시(B5)’까지, 그리고 아주 드물지만, ‘하이C(C6)’나 ‘하이D(D6)’까지 부를 수 있는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도 있습니다. 이처럼 고음이 가능한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를 소프라노와 구분 짓는 특징은 소프라노에 비해 더 낮은 저음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음역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낸다는 점입니다. 원래 남성 카스트라토를 위해 작곡되었던 몬테베르디나 헨델 등 수많은 바로크 오페라의 남자주인공 역들을 오늘날은 바로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가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의 배역을 넘나들기도 합니다.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의 대표적인 배역은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로지나, [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 중 이사벨라, 그리고 헨델의 [세르세] 및 [줄리오 체자레]의 타이틀 롤(여성이 남성 역할을 노래하는 ‘바지역’) 등이 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메조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가수로는 마릴린 혼, 재닛 베이커, 체칠리아 바르톨리, 베셀로나 카사로바, 조이스 디도나토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카르멘의 여주인공은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를 대표하는 배역이다.

 

 

2.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 (mezzo soprano lirico)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의 경우에도 음역은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와 거의 일치합니다. 흔히 ‘리릭 메조’라고 부르는 이 메조소프라노 리리코는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에 비하면 찌르는 듯한 강렬함은 없지만, 음색이 매끄럽고 감성적입니다. 대표적인 배역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바지역), [코지 판 투테]의 도라벨라 역(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소프라노일 경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중 옥타비안(바지역),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 중 오를로프스키 공작(바지역) 등이며 비제 [카르멘]의 타이틀 롤, 마스네의 [베르테르] 중 샤를로트 역을 리릭 메조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조소프라노 리리코 가수로는 아그네스 발차, 브리기테 파스벤더, 타티아나 트로야노스,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안네 소피 폰 오터, 엘리나 가랑차, 앙케 폰둥 등이 있습니다.


3.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mezzo soprano drammatico)

소프라노 드라마티코가 리리코보다 훨씬 적은 것과는 달리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는 리리코 못지않은 다양한 배역을 자랑합니다. 격정과 분노, 고통과 절망 같은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묵직하고 어두운 빛깔의 목소리죠. 중저음 영역에서 강한 소리를 내고, 고음역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드라마티코의 특색입니다. ‘솔(G3)’부터 ‘시(B5)’까지가 기본음역이 되는 것은 리리코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의 배역은 어머니, 노파, 마녀 또는 악역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 음역은 베르디와 바그너의 오페라에 자주 등장합니다.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돈 카를로]의 에볼리, [아이다]의 암네리스,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시녀 브랑게네, [로엔그린]의 오르트루트, [파르지팔]의 쿤드리, 비제 [카르멘]의 여주인공, 생상스 [삼손과 델릴라] 중 델릴라, 폰키엘리 [라 조콘다]의 라우라 등이 대표적인 배역입니다.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를 대표하는 가수들로는 페도라 바르비에리, 피오렌차 코소토, 리타 고어, 발트라우트 마이어, 올가 보로디나, 엘레나 오브라초바 등이 있습니다.

 

 

 

명가수들은 보통 리리코와 드라마티코를 넘나든다


위와 같은 음색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카르멘]이나 [베르테르]의 여주인공이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로 구분되기도 하고 드라마티코로 구분되기도 하며, 같은 가수라 하더라도 데뷔시에는 주로 리리코 배역을 부르다가 나이 든 뒤에 드라마티코 배역을 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는 남성가수가 스핀토로 출발해 드라마티코로 발전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가수들은 대부분 리리코와 드라마티코 배역을 넘나드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조소프라노 배역 가운데 많은 역할은 소프라노가 부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입니다. 칼라스는 소프라노 가수이면서도 중저음이 풍성한데다 어둡고 깊은 음색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었던 덕분에, 메조소프라노 배역인 카르멘 역과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으로도 불멸의 음반들을 남겼습니다. 결국 소프라노 배역들뿐만 아니라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배역까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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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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