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 (mezzo soprano lirico)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의 경우에도 음역은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와 거의 일치합니다. 흔히 ‘리릭 메조’라고 부르는 이 메조소프라노 리리코는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에 비하면 찌르는 듯한 강렬함은 없지만, 음색이 매끄럽고 감성적입니다. 대표적인 배역은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케루비노(바지역), [코지 판 투테]의 도라벨라 역(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소프라노일 경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중 옥타비안(바지역), 요한 슈트라우스 [박쥐] 중 오를로프스키 공작(바지역) 등이며 비제 [카르멘]의 타이틀 롤, 마스네의 [베르테르] 중 샤를로트 역을 리릭 메조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조소프라노 리리코 가수로는 아그네스 발차, 브리기테 파스벤더, 타티아나 트로야노스,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안네 소피 폰 오터, 엘리나 가랑차, 앙케 폰둥 등이 있습니다.
3.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mezzo soprano drammatico)
소프라노 드라마티코가 리리코보다 훨씬 적은 것과는 달리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는 리리코 못지않은 다양한 배역을 자랑합니다. 격정과 분노, 고통과 절망 같은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묵직하고 어두운 빛깔의 목소리죠. 중저음 영역에서 강한 소리를 내고, 고음역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드라마티코의 특색입니다. ‘솔(G3)’부터 ‘시(B5)’까지가 기본음역이 되는 것은 리리코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의 배역은 어머니, 노파, 마녀 또는 악역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이 음역은 베르디와 바그너의 오페라에 자주 등장합니다.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돈 카를로]의 에볼리, [아이다]의 암네리스,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시녀 브랑게네, [로엔그린]의 오르트루트, [파르지팔]의 쿤드리, 비제 [카르멘]의 여주인공, 생상스 [삼손과 델릴라] 중 델릴라, 폰키엘리 [라 조콘다]의 라우라 등이 대표적인 배역입니다.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를 대표하는 가수들로는 페도라 바르비에리, 피오렌차 코소토, 리타 고어, 발트라우트 마이어, 올가 보로디나, 엘레나 오브라초바 등이 있습니다.
명가수들은 보통 리리코와 드라마티코를 넘나든다
위와 같은 음색의 구분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카르멘]이나 [베르테르]의 여주인공이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로 구분되기도 하고 드라마티코로 구분되기도 하며, 같은 가수라 하더라도 데뷔시에는 주로 리리코 배역을 부르다가 나이 든 뒤에 드라마티코 배역을 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는 남성가수가 스핀토로 출발해 드라마티코로 발전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또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가수들은 대부분 리리코와 드라마티코 배역을 넘나드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조소프라노 배역 가운데 많은 역할은 소프라노가 부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입니다. 칼라스는 소프라노 가수이면서도 중저음이 풍성한데다 어둡고 깊은 음색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었던 덕분에, 메조소프라노 배역인 카르멘 역과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으로도 불멸의 음반들을 남겼습니다. 결국 소프라노 배역들뿐만 아니라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 메조 소프라노 리리코, 메조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배역까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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