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었는데요. 처음에 고사를 하다가 마음을 바꿔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기는 했지만, 어째 좀 민망하네요. ㅎㅎㅎ
아래에 인터뷰 전문을 퍼 왔습니다.
원문 링크
https://blog.naver.com/musicusbooth/221202606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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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² Interview
[1m² 인터뷰] 헤비메탈하는 아빠. '정민구(minjpm)'
2018. 2. 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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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그냥 저희 집 거실에서 하시는 게 어떠실는지요?'
첫 인터뷰. 막연하게 기획의도만을 가지고 섭외 요청을 하며 사진 촬영 계획을 말씀드렸다. 인터뷰의 특성상 집 안에 있는 작업 공간 사진이 필요했기에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집에서 따로 사진 촬영을 할 계획이었다. 면식도 없이 대뜸 인터뷰 요청을 한 무모한 젊은이에게 그는 쿨하게 자신의 집 거실을 내어주었다. 나와 재경(대표), 그와 아내분이 마실 네 잔의 커피를 사들고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두 마리의 강아지, 아들과 딸, 그와 그의 아내. 하나의 가족이 우릴 맞이했다.
중3이 된 아들에게 '중2 절에 있어야지 왜 여기 있어?'라는 아재 개그를 선사하지 못해 아쉽다고 하는,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가족 소개가 끝나고 그는 그의 작업실 문을 열어주었다. 그의 30년 음악 생활이 훅 흘러들어오는, '아버지 정민구'와 '로큰롤 정민구'가 교차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1. minjpm
반갑습니다 민제이피엠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Min : 인터넷에서는 '민제이피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민구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락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락 중에서도 헤비메탈! 지금은 자동차 정비기기 중에 판금 장비 쪽만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음악은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여인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민제이피엠'이라는 닉네임의 뜻이 궁금했어요. Min은 정민구의 Min일텐데, JPM은 무슨 뜻이 있나요?
Min : JPM은 집사람에게 선물 받은 기타 이름입니다. 결혼 초기에 집사람과 낙원상가 쪽으로 데이트를 간 적이 있어요. 잘 알고 있던 악기 숍에 들러서 숍의 사모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타 얘기가 나왔죠. 그때 JPM이라는 기타를 보여주신 거예요. 존 페트루치라는 기타리스트의 시그니처 기타인데 소리가 꽤 괜찮더라구요. 근데 그때는 생계를 위해 음악을 접은 상황이었어요. 가지고 있던 기타도 다 팔아버린 상태였죠. 기타는 가지고 있으면 자꾸 치게 되니까... 그래서 리액션이 과했나 봐요. '와 진짜 예술이다! 소리 너무 좋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며칠 후에 그 기타를 선물로 줬어요. 근데 거의 사기를 당했어요.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샀더라구요. 사실 존 페트루치를 많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거든요(웃음). 그래도 그 마음이 너무 고마우니까. 그래서 제 이름 '민'에다 선물 받은 기타 'JPM'을 붙여서 사용하게 됐어요.
#2. 헤비메탈
헤비메탈을 하셨다기에 JPM에 무시무시한 뜻이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아주 로맨틱한 닉네임이네요. 다양한 음악 장르가 있는데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 빠지신 이유가 있을까요?
Min :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가 통기타를 선물해 주시면서 기타와 친해졌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데스'라는 밴드를 알게 되면서 헤비메탈에 눈을 뜨게 됐어요. 처음 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 정말 맥이 탁 풀리더라구요. 보통 사람들은 헤비메탈이라고 하면 시끄럽고 지저분한 소리를 떠올리는데 데스의 음악은 악곡 구성, 멜로디 라인, 연주 패턴의 수준이 두세 단계 위에 있어요. 만약 클래식 악기로 연주를 한다면 그 곡은 클래식이 될 거예요. 마치 마라톤을 할 때 사 점을 지나면 세컨드윈드가 오는 것처럼 제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의 음악을 들으니까 마약 같은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minjpm님의 작업공간
사실 아직까지도 헤비메탈은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이잖아요. 민제이피엠 님이 음악을 했을 그때는 더욱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을 것 같아요.
Min : 맞아요. 음악을 한다 그러면 '너 이 새끼'부터 나오는 시절이었죠.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 방송을 탄 적이 있어요. 혜화동에 있는 합주실을 예약했는데,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저 멀리서 누가 카메라를 설치하고 저를 한참 지켜보더라구요. 그리고 인터뷰를 하러 왔어요. 지금 뭘 기다리고 있느냐, 무슨 음악 하냐, 겨울도 아닌데 왜 이런 부츠를 신고 있냐, 왜 이런 바지를 입었냐... 꽤 오랫동안 인터뷰를 했어요. 저는 그냥 음악 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건 줄 알았죠. 며칠 뒤에 저희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었는데, 작은 할머니가 '테레비에 민구 나왔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때 했던 인터뷰가 '방황하는 청소년'이란 제목으로 나오고 있더라고요. 온 집안이 난리가 났죠. 지금 말로 '악마의 편집'을 당한 거죠.
어휴... 그 방송 때문에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하셨겠어요. 음악을 하는데 '방황하는 청소년'으로 비치다니!
Min : 네. 반대가 아주 심하셨어요. 아버지가 제 기타를 부순 적도 있었죠. 그래서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음악을 했어요. 종로, 혜화 쪽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알바를 했었는데 나갈 때 기타를 가지고 가면 들키니까, 몸만 나가서 동생한테 창문으로 기타를 내려받아서 공연을 갔어요. 어머니는 저를 밀어줄 줄 알았는데 제 성격 때문에 반대하셨어요. 제가 하나에 빠지면 끝까지 가는 성격이거든요. 비전이 없는 장르 안에서 너무 극으로 치달아 인생을 허비할 것이 걱정되셨던 거죠.
사람들 시선과 부모님의 반대 속에서도 10대와 20대의 모든 열정을 헤비메탈에 쏟으신 거네요. 근데 왜 계속하시지 않고 손을 놓으셨나요?
Min : '음악 때문에 숨을 못 쉬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집에서 쫓겨난 상태로 음악을 해야 하는 상황도 힘들었고 대중적인 음악이 아닌 것에서 오는 리스크도 컸어요. 곡을 만들어 놓고 발표도 못할 정도로 자신감이 떨어졌죠. 가수 할 생각 없냐며 기획자에게 명함을 받기도 했는데 그땐 대중가요는 부르지 않겠다는 아집이 있어서 다 거절했어요. 그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더라구요. 가수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헤비메탈을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후회요.
그때는 대중적인 것보다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쪽에 초점을 맞추고 음악을 하신 거군요.
Min : 그렇죠. 북유럽에서는 헤비메탈이 대중음악이에요. 그들의 전통음악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하고 통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그것을 계승 발전 시킨 거죠. 반면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장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에요. 락이 대중음악인 일본에서조차 헤비메탈은 마이너 중에 마이너로 통하거든요. 하지만 어렸을 땐 자신 있었어요. 어디서 레슨 하는 전문가들도 기타를 나보다 잘 치는 것 같지 않고, 어떤 곡을 해석하는 것이나 이해하는 것도 남들보다 잘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일이니까 아무도 모르잖아요? 믿어야지. 어떡할 거야(웃음).
minjpm님 군시절 사진
#3. 락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헤비메탈은 포기하셨지만 지금 많은 음악 작업을 하고 계시잖아요. 다시 음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Min : 그 당시에 너무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이었기 때문에 끊는 것도 딱 끊을 수 있었나 봐요. 아무것도 이룬 건 없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걸 태웠죠. 근데 그 잿더미 속을 뒤적뒤적 해보니까 작은 불씨가 남아있던 거예요. 그게 미련이죠. 미련. 아이들이 어렸을 땐 먹고사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미련을 가질만한 정신적 여유도 없었어요.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의식주가 해결이 되고 음악 하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게 됐는데 '내가 얘보다 잘 쳤는데 왜 지금은 그게 안 될까, 내가 편곡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자존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기타를 잡고 연습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기타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 GRS(Guitar Rack System)의 운영도 맡게 되었구요.
장사를 하면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고, 음악에 1/3쯤 발을 담그고 있는 이 정도의 삶이 딱 알맞은 것 같아요. 집사람과 아이들과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구요. 식구들과 즐겁게 사는 것이 제 인생의 모토가 되었습니다.
민제이피엠님의 블로그나 유튜브에 많은 커버곡들이 있어요. 기존의 곡들에 '락'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Min : 아까 말씀드린 자존심 때문에 혼자 연습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무작정 제가 좋아했던 곡들을 전 파트 다 카피를 했어요. 그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까 편곡을 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GRS 카페를 운영하면서 많은 장비들의 리뷰를 해야 했어요. 새로운 장비들이 들어오면 회원들이 테스트를 부탁해요. 근데 기타의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락이잖아요. 양질의 리뷰를 위한 책임감 때문에 그 작업을 계속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백곡이 넘게 만들었더라구요.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보다 더 음악을 하고 있네요(웃음).
대단하십니다. 카피곡을 선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Min : 즉흥적으로 하는 곡은 없습니다. 사연이 있거나, 좋아하는 곡이거나, 누군가에게 요청이 들어와서 하는 곡들이에요.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곡이 있으신가요?
Min : 가족들이 좋아하는 곡이 있어요. '진격의 거인'의 엔딩 테마곡을 작업했었어요. 뭐였더라... 나나나나나(콧노래) 아! '아름답고 잔혹한 세계!' 그리고 '정령의 수호자'라는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인 'Shine'. 이 두 곡이 기억에 남네요. 저 빼고 나머지 세 사람이 일본 애니메이션 오덕이에요(웃음).
이문세 선생님의 '그녀의 웃음소리 뿐'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곡 때문에 개인적으로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너무 힘이 들었었는데 좋은 곡 듣고 힘내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구요. 기존의 곡을 락으로 재해석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해 줄 수도 있구나라는 충격을 받았죠. 이 곡 때문에 다른 곡들을 작업할 때 더 신중해졌어요. 이전 작업들은 기타면 기타, 앰프면 앰프, 마이크면 마이크, 각 장비들의 특징적인 사운드를 부각시키는 것들이었어요. 하지만 곡은 곡대로 그 의미를 갖고 있더라구요. 반성을 많이 했죠.
블로그를 보면 민제이피엠님의 팬이 많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부러웠습니다(웃음). 다른 장르의 음악이 락으로 편곡되면 어떤 부분들이 매력적으로 변할까요?
Min :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를 헤비메탈 버전으로 편곡했었는데, 그런 빠른 곡들은 그 스피디함에 힘을 실어줄 수 있죠. 반면 발라드 곡이 록 버전이 되면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어요. 힙합이나 EDM 과는 다르게 발라드에서 변박으로 임팩트를 주려고 하면 곡이 이상해져요. 전체적인 밸런스를 깨지 않으면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사운드의 기타죠. 보통 발라드에서, 슬로우넘버에서 후렴구로 넘어갈 때 기타 사운드가 튀어나오는 이유가 그 때문이에요. 발라드가 락 버전으로 바뀌면 그 부분을 더욱 강조 할 수 있는 거죠.
다양한 믹서와 신디사이저를 소개시켜 주는 모습
편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Min : 작업해야 하는 곡을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반복해서 듣습니다. 리듬과 멜로디를 나눠서 듣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리듬 작업을 토요일 저녁, 일요일 오후에 시간을 내서 먼저 끝내놓습니다. 다음은 건반 작업을 합니다. 한 번에 30트랙 정도를 죽 녹음하고 마음에 드는 트랙을 고르는 형식으로 진행해요. 다음은 제 전문인 기타를 녹음하고, 마지막으로 뮤지쿠스 부스에 들어가서 보컬 녹음을 합니다.
악보 없이 여러 악기를 다루시는 건데, 절대음감이신가요?
Min : 아닙니다. 절대음감 그런 거 절대 없어요(웃음). 키보드도 베이스도 다 흉내예요.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죠. 기타도 혼자 독학을 한 거예요. 혼자 미친 듯이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악기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단계가 왔어요. 처음엔 '난 교육도 받지 않은 사람인데 프로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교육을 받은 사람들과 내가 기타에 대한 접근 방식만 달랐던 거지 이들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어요.
#4. 매력덩어리. 앰프 & 기타
민제이피엠님의 블로그를 보고 있으면 악기와 장비에 대한 정보와 특징이 저절로 공부되더라구요.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앰프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각 앰프마다 특징적으로 잘 내는 소리가 있나 봐요.
Min : 맞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앰프는 H&K라는 회사에서 나온 '마크 원'이라는 앰프입니다. 현재는 마크 쓰리까지 나왔으니 어떻게 보면 구닥다리 앰프죠. 하지만 여러 앰프를 써 본 입장에서 마크 원은 H&K의 특징을 가장 잘 담은 앰프라고 생각해요. 맑고 깨끗한 사운드, 크런치한 사운드, 헤비한 사운드까지 모든 소리를 잘 뽑는 멀티앰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다시 현역으로 뛰어들어 음악을 한다 하면 이 앰프를 사용할 거예요.
앰프 얘기를 했으니, 민제의 피엠님의 주특기인 기타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뒤에 걸린 기타를 보며) 직접 이렇게 커스텀을 해서 쓰시나요?
Min : 아, 이건 사무실에서 칠 연습용 기타였어요. 제가 하는 일이 성수기가 있고 비수기가 있는데, 한가한 시즌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커스텀을 해봤습니다. 이걸 완성하고 사무실에서 기타를 치면 거래처 사람들이나 지인들이 와서 그렇게 달라고 그래요. 싸구려인 줄 알고(웃음). 내가 그린 건데! 차라리 다른 기타를 사자, 해서 중고로 다른 기타를 구매하고 이 기타는 그냥 집에 가지고 왔어요. 이렇게 걸어두니까 이쁘지 않나요?
네. 팝아트 느낌이 나서 더 이쁜 것 같아요. 반대로 커스텀을 절대 하기 싫은,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악기가 있으신가요?
Min : '야마하 퍼시피카 커스텀'이라는 모델을 가장 아낍니다. 아주 잠깐 나왔다 사라진 기타죠. 야마하 '커스텀'을 주문할 때 기타 각 부분에 사용되는 목재를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데 저한테 딱 맞게 구성되어 있어요. 소리가 기가 막힙니다. 지금은 이 기타에 쓰인 목재의 벌목이 금지되었어요. 그 이후에 여러가지 목재 조합의 커스텀 제품이 생산 되긴 했는데 이 모델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야마하 퍼시피카 커스텀 (오른쪽)
악기나 장비의 좋고 나쁨은 주관적이잖아요. 기타도 그런가요?
Min : 기타는 나무로 만드는 악기기 때문에 아무래도 만듦새로써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는가, 얼마나 편하게 연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죠. 백만 원짜리 기타와 삼백만 원 짜리 기타가 소리는 같을 수 있지만 연주의 감은 분명 다를 거예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좋은 장비를 쓰는 이유가 '나 돈 잘 버니까 비싼 거 써야 해'가 아니잖아요. 좀 더 편하게 내가 원하는 톤을 만들고 쉽게 연주를 하려는 개념이죠.
#5. 가장 좋아하는 음악. 음악 좋아하는 가장.
아들이 첫째, 딸이 둘째잖아요. 음악 하는 아버지를 둔 자녀들은 당연히 음악을 좋아할 것 같아요. 자녀들과 특별하게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있을까요?
Min : 아들은 중3, 딸은 중1이에요. 딱 좋은 터울이죠. 큰 애는 피아노를 좀 치긴 하는데 관심 분야는 따로 있어요. 외국 유튜브 영상을 번역하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작은 애는 그림 그리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모으는 걸 좋아하구요. 뭐 예전에 장난삼아 아들이 피아노를 치고 제가 뒤에서 기타를 친 적은 있는데 음악 쪽으로 뭘 같이 즐기는 일은 없네요.
저희 아버지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셔서 저도 음악을 좋아하게 됐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자녀분들이 저처럼 '나 음악 할 거야!'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Min : 막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리얼하게 얘기를 해 줄 것 같아요. '아빠가 이런 생활을 했고, 아빠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 네가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려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잘 할 자신이 있으면 해봐라.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라구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과거에 제가 음악을 '업이다' 생각하고 했을 땐, 열정은 충만했지만 항상 무언가에 쫓기고 조급했어요. 하지만 지금 제 일은 제 일대로 하고 음악을 취미로 하니까 오히려 맘이 편하고 즐거워요. 애들한테도 이 얘기를 해줄 겁니다. 생업으로서의 음악과 취미로서의 음악을 잘 선택하라고요.
사실 minjpm이라는 이름이 아내분의 선물로 만들어진 이름이잖아요. 그럼 민제이피엠 님은 아내분에게 어떤 특별한 선물을 해 주신 적이 있나요? 노래를 만들어 선물해 줬다던가 하는 거요!
Min : 아이 뭐, 옛날에 있었는데... 어휴 손발이 오그라들어서(웃음). 그땐 멀티 리코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약적이었어요. 근데 제가 테이프에 멀티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어요. 카세트 테이프가 스테레오로 앞면, 뒷면이 있으니까 좌우 좌우해서 총 4트랙이죠. 그걸로 그 옛날 삐삐 음악을 직접 작곡해서 선물해준 적이 있어요. 근데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설마 그 음악이 헤비메탈은 아니었겠죠?
Min : 당연히 아니죠! 감미로운 음악으로 했죠. 저희 집사람은 음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쪽으론 저와 성향이 많이 달라요. 오히려 아들이 'Metallica'의 'one'이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 뿅 간 적이 있죠. 가끔 '아버지, 메탈리카 쳐주세요' 그래요.
전설의 기타 JPM
지금 이렇게 한 가정의 가장의 자리에서,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자리에서 하는 음악은 민제의 피엠 님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Min : 떼일 수 없는 취미가 된 거죠. GRS란 카페를 계속 운영하면 악기에 대한 리뷰를 계속할 것이고, 그러면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계속 섞여지내게 되겠죠. 조금 욕심을 낸다면 몇 년 후에 8개 정도의 창작곡을 앨범으로 만들고 싶어요. 저처럼 음악을 생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 가진 장점이 뭐냐 하면 시간이 무한정 있다는 거예요.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그 음악을 언제까지 만들어야 한다 하는 제약이 없으니까. 그래서 작업실도 따로 집에다 만든 거예요.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게 되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작업을 진행해야 하잖아요. 집에 작업실이 있으면 천천히, 틈 날 때마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Min :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면서 음악에대한 절실함이 깨어나는 공간입니다. 저 안에서 프로그램을 만지면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노래 부르고 있으면 옛날 작업실에서 작업하던 그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옛날 작업실이 에어컨이 시원치 않아 무척 덥고 힘들었거든요(웃음). 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목청껏 노래 부를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저희가 민제이피엠 님을 첫 인터뷰이로 모시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뮤지쿠스 제품을 구매하는 연령층이 대부분 20대의 젊은 층이에요. 많은 힘든 상황을 겪은 후에도 음악을 즐기고, 곡을 만드는 모습이 그 친구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 하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말씀 부탁해도 될까요?
Min : 헤비메탈을 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제 스스로는 최선을 다해서 불태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들도 그렇게 느꼈을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을 못하겠어요. 부모님한테까지 감춰놓고 음악을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죠. 지금 음악 하는 친구들은 음악이 아쉬움으로 남지 않게, 가슴의 한으로 남지 않게, 되든 안 되든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 불살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버리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죠. 집중과 열정의 시간을 거치면서 음악적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다른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고,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나중에 후회도 적을 거고 음악을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꼭 그 시간을 가져봤으면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다음 인터뷰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에게 힘을 주는 노래'는 무엇일까요?
Min : 아, 이건 아내도 모르는 얘긴데... 자동차 판금 시장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틀에 박힌 일들이 싫어서 다니던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하긴 했는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불확실성 때문에 아주 힘들고 지쳐있었죠. 어느 날은 퇴근길 중간에 지하철에서 내려서 마포대교를 걸었어요. 한 두세 번 왕복한 것 같아요. 핸드폰으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강산에 씨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나오는 거예요. 와, 근데 눈물이 났어요. 밝고 경쾌한 노랜데... 옛날의 회한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땐 더 힘들었지.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너무 고되지만 계속 가면 결실을 보겠지'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옆에 강산에 씨가 있었다면 고맙다고 힘이 됐다고 안아줬을 거예요. 너무 유명한 노래지만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 노래의 느낌이 퇴색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자주 듣지 않아요. 그렇게 힘을 얻고 점차 사업이 안정되고 먹고사는 게 해결 되니까 여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상윤 : 저도 그게 꿈입니다! 뮤지쿠스를 운영하면서 음악 하는 것!
Min : 최고죠. 좋은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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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작업실에서 그의 음악을 들으며 담소를 나눴다. 색이 바랜 악기와 장비들은 그의 고독하고 막막했던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하지만 쓸쓸해 보이지 않았다.
생업이든 취미든 본능이든 우린 계속 '음악을 한다'라고 말하며 살아갈 것이다. 활활 타고 있는 그 열정에 계속 땔감을 넣을 수 있는 힘을 '여유'라 부를 수 있겠다. 그의 일렉기타의 소리가 시원시원한 이유는 그 여유를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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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blog.naver.com/musicusbooth/221202606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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