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저의 딸 유진이가 일요일 점심에 느닷없이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아빠! 배가 물렁물렁해서 이거 못 먹겠어!!'
뜬금없는 딸아이의 말에 저는 깜짝놀라며 되 묻습니다.
'응? 물렁물렁하다니 무슨 소리야?'
저의 물음에 유진이는 동그란 눈을 깜빡 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합니다.
'배가 물렁물렁해서 이 과자 못 먹겠다구!'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곁에서 TV를 보며 과자를 집어 먹던 우민이가 저를 보며 이야기 합니다.
'응... 유진이는 막 토할거 같을 때 물렁물렁하다고 해요!'
아하!! 그제서야 저는 제 무릎을 치며 유진이를 처다 보았습니다.
녀석은 생글 생글 웃으며 제 얼굴에 손을 부벼댑니다. 그리곤 다시 그 이야기를 하더군요.
'나 배가 물렁물렁해서 이제 과자 그만 먹을래!'
속이 거북하다는 뜻이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유진이 때문에 저는 계속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물렁물렁~' 하며 웃어대자, 유진이는 그만 하라며 제게 달려들어 온 몸을 꼬집어 댑니다.
그래도 역시나 재미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딸 속이 물렁물렁해서 어쩌지? 그런데 아빠도 속이 물렁물렁한걸! 한 번 만져봐~'
하며 제가 유진이에게 배를 내밀자, TV를 보던 우민이까지 합세해서 두 녀석이 제 배에올라타 장난질을 칩니다.
덕분에 저는 졸지에 말 신세가 되어서 온 방을 몇 바퀴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일곱살, 다섯살 두 아이를 보다보면, 새삼스레 동심의 아름답고 섬세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몇 주 전 화창한 일요일 오전엔 느닷없이 빨간 우산을 펼쳐든 유진이가 마당으로 뛰어나가 우산을 둘러쓰고 한 바탕 춤을 추기도 했었습니다.
입을 크게 벌리고 우산을 쓴 채 하늘을 올려다 보며 빙글 빙글 돌면서 '우산춤' 이란걸 추더군요. ^^;
햇빛이 알록달록한 우산을 비치고 들어와 너무너무 예쁘다면서 말입니다.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아이들이 느끼는 감성과, 상상력과 표현력은 너무너무 기발하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배고플땐 '배불러'로 이야기 해서 가끔 혼동을 주었던 우민이나, 속이 물렁물렁 하다는 유진이나... ^^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하기만 합니다.
자기 자식 예쁘고 귀엽지 않은 사람은 물론 없겠지만서도, 아이들이 가지는 그런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은 내아이건 남의 아이건 마찬가지 인것
같습니다.
전 아이 아빠가 되고 나서 어린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총각시절엔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거든요. ^^;;
아무튼 아이들이 주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은 누구에게든 상당히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을 전해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이런 행복을 느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그런 날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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