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태어난 생물들에게 육지는 넘보기 힘든 곳이었다. 메마르고 온도 변화가 큰데다 자외선이 강하게 쪼였기 때문이다. 최초의 생물이 바다에 나타난 지 30억년이 지나도록 육지는 텅 빈 상태였다. 약 4억 2천만년 전 마침내 물가에 교두보를 마련한 원시 식물은 빠르게 진화해 육지를 초록으로 덮기 시작했다. 리그닌(목질소)의 발명은 두번째 도약을 촉발했다. 식물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리그닌을 벽돌 삼아 최초의 나무가 탄생했다. 중력에 짓눌려 땅바닥을 기던 식물은 하늘을 향해 키자람을 시작했다. 물과 양분을 나를 관다발과 뿌리, 잎이 잇따라 등장했다. 육지에 나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약 3억5천만년 전 고생대 석탄기에 이르면 지구 최초의 원시림이 펼쳐진다. 바닷가 늪지대에 고층아파트 높이의 소철, 석송, 나무고사리가 삐죽삐죽 서 있는 사이로 비둘기보다 큰 잠자리가 날아다녔다. | |
고생대 석탄기와 페름기에 지구엔 어떤 일이?
고생대 석탄기에서 페름기에 걸쳐 1억년 가까이 적도를 중심으로 지속된 거대한 숲의 시대는 인류에게 석탄을 남겼다. 삼척탄전 등 강원도의 무연탄도 이 시대의 유산이다. 국내 최대의 탄광인 강원도 태백시 장성탄광에서는 오늘도 수백명의 광부가 지하 1000m 깊이에서 1인당 하루 9t꼴로 무연탄을 캐낸다. 이들은 서민의 구들장을 데우는 연탄을 만들거나 동해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쓰인다. 유시근 대한석탄공사 개발부장은 “탄광에서 석탄은 시루떡의 팥고물처럼 층을 이루고 있는데 지각변동을 받아 45~70도 기울어진 모습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다량의 석탄이 부존된 지층이 형성된 지질시대를 석탄기라고 부른다. 영국의 지질학자 윌리엄 코니베어러와 윌리엄 필립스가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22년 지은 것으로 최초의 지질시대 구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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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호주 등에 막대한 탄층을 형성시킨 고생대 석탄기와 페름기에 지구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석탄기와 페름기에 걸친 3억~2억5천만년 전 지구는 유럽, 그린란드, 시베리아, 북미, 북중국 등으로 이뤄진 로라시아 대륙과 남극, 아프리카, 인도, 호주, 남미 등을 포함한 곤드와나 대륙이 초대륙 판게아를 형성하던 참이었다.
게임 프로그램 팩맨이 동쪽으로 입을 벌린 듯한 모습의 판게아 대륙은 남극에 두터운 얼음에 뒤덮혔지만 적도에 있던 고 테티스 해 주변에는 따뜻하고 얕은 바닷가 습지가 광대하게 분포했다. 판게아 대륙의 한가운데는 히말라야 산맥에 버금가는 커다란 산맥이 있어 적도 일대에 강우벨트가 형성됐고, 비에 씻긴 엄청난 양의 퇴적물이 강을 따라 하구에 쌓여 삼각주와 습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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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속도가 조금만 빨랐거나, 조금만 느렸어도…
박석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석탄지질학)는 “죽은 식물이 미처 썩지 않은 상태에서 토탄층을 이룬 뒤 해수면 변화로 퇴적층에 묻히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땅속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석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척 탄전에서는 모래가 굳은 10~40m 두께의 사암층 위에 평균 2m 두께의 석탄층이 있고 그 위에 5~10m 두께의 펄이 굳은 셰일층이 놓여있는데, 이런 탄층이 6개나 되풀이된다. 박사는 “장성탄광에서 두께 4m인 석탄층이 10㎞ 길이로 연장돼 있는데, 이 정도 두께의 탄층이 형성되려면 처음 퇴적층의 깊이가 적어도 40m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의 지형과 기후는 대규모 탄층이 형성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었다. | |
열대 해안의 강 하구와 석호의 습지에는 지름 1.5m에 높이 30m에 이르는 석송류와 지름 30~60㎝에 키 20m짜리 나무고사리, 30m 높이의 소철 조상 등이 무성했다. 죽은 나무는 서서히 상승하는 바닷물에 잠겨 썩지 않고 토탄이 됐다. 만일 해수면 상승속도가 너무 빨랐다면 습지가 사라졌을 것이고, 너무 느렸다면 죽은 식물은 토탄이 되지 않고 썩어 없어졌을 것이다. | |
죽은 식물이 2m 이상 쌓여있는 인도 갠지즈 강 하구나 미국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의 디스멀 습지는 석탄 층 형성 당시와 비슷한 환경을 보여준다. 낙동강 하구의 옛 하상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는 것도 땅에 묻힌 식물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생대처럼 많은 양은 아니지만 석탄은 지금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 |
석탄기와 페름기는 거대 곤충의 시대
세계에서 가장 큰 곤충을 꼽으라면 흔히 남미산 장수풍뎅이나 아프리카 골리앗풍뎅이를 든다. 길이가 10~13㎝나 된다. 무게로 치면 뉴질랜드의 원시 귀뚜라미인 자이언트 웨타가 70g이나 되고, 나뭇가지처럼 가늘지만 말레이시아의 대벌레가 55㎝로 가장 길다. 이처럼 아무리 큰 곤충이라도 다른 동물에 비하면 왜소한 편이다. 혈액이 혈관 밖으로도 흐르는 개방 혈관계이어서 몸이 너무 크면 산소가 몸 구석구석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기 속 산소농도가 높아지면 몸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일이 석탄기와 페름기 초에 걸쳐 일어났다. 거대한 습지대가 형성되고 죽은 나무가 썩지 않은 채 쌓여 토탄층을 이루자 대기조성에도 큰 변화가 왔다. 당시 대기 속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3배나 높은 800ppm에 이르렀지만 숲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나무로 바꾼 뒤 토탄이 돼 땅속에 묻혔다. 이산화탄소가 격감하자 대기 중 산소 비율은 현재의 21%보다 훨씬 높은 35%에 이르렀다.
산소 농도가 높아지자 산불이 잦아졌고 거대한 곤충과 양서류가 등장했다. 지구상 최대의 나는 곤충이었을 날개 폭이 75㎝인 잠자리가 속새류 거목이 들어찬 습지에서 작은 곤충이나 양서류를 노렸다. 길이 1.8m의 노래기, 길이 70㎝ 전갈을 비롯해 하루살이와 바퀴의 조상도 몸집을 키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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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는 이들을 노리는 길이 6m짜리 보트만한 양서류가 잠복해 있었다. 페름기 말에 이르면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면서 열대의 늪지대도 사라졌다. 이와 함께 거대 곤충과 거대 소철, 속새류는 모두 사라지고 오늘날 우리가 보는 아담한 크기의 곤충, 양서류, 양치류 등이 진화의 끈을 이어갔다. | |
석탄의 나이는 갈탄-유연탄-무연탄 순
석탄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화석연료이지만 당분간 중요한 에너지원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세계 산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가운데 전력생산 과정에서 약 30%가 나오는데, 석탄화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은 전체 설비용량 가운데 33.2%로 전체 가장 비중이 큰 발전용 에너지원이었다. 1980년대까지 겨울철 주종연료이던 무연탄은 이제 서민용으로 명맥을 잇고 있지만, 석탄은 아직도 전등 3개 가운데 하나꼴로 밝히고 있다. 정부의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22년에도 석탄발전의 비중은 29.2%로 원자력발전 32.6%에 이어 두번째로 중요한 발전원이다. 우리나라는 유연탄을 화력발전, 제철, 시멘트 산업용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중국 등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그 양은 9300만t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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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석탄 생산은 1988년 2429만t으로 정점에 이르렀으나1989년부터 석탄산업합리화 조처 이후 급격히 줄어 지난해 277만t에 머물렀다. 석탄공사가 소유한 장성, 도계, 화순 탄광과 민영탄광 등 6개 탄광이 채광을 하고 있으며, 150개 탄광이 합리화 조처로 채굴할 수 있는 석탄이 있는데도 문을 닫았다. 전국의 석탄 매장량은 약 15억t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채굴한 석탄은 주로 동해화력발전소의 연료와 시설원예농가, 서민층의 연탄으로 쓰인다. 연탄을 쓰는 서민은 약 28만 가구에 이른다. 연탄 1개의 가격은 812원이지만 정부가 40%를 보조해 소비자 가격은 489원이다.
땅에 묻힌 토탄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갈탄-역청탄(유연탄)-무연탄 순으로 변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채굴하는 석탄은 모두 무연탄이다. 세계적으로 무연탄은 석탄 가운데 1%에 지나지 않는다. | |
무연탄은 열량은 높지만 휘발성분이 적어 느리게 타, 연탄용으로는 좋지만 발전용 연료로는 부적합하다. 석탄 분자 사이에는 메탄가스가 결합돼 있다. 최근 미국, 중국 등 탄층에서 메탄가스를 상업적으로 뽑아내고 있다. 석탄층가스(CBM) 개발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연료로 활용하는 청정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