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칼슘이 산성용액에서 녹는 과정을 화학의 언어(분자, 이온, 반응물, 생성물 등이 포함된 화학식)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반응식은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산이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며, 두 번째 반응식은 탄산칼슘이 산 용액에서 녹아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기호(↔)는 반응이 조건에 따라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반응을 화학에서는 반응이 '가역적이다'라고 표현을 한다.
클레오파트라, 과연 진주를 녹여서 마실 수 있었을까?
이집트의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당시 지중해의 패자인 로마 장군 안토니우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클레오파트라는 멋진 로마 장군을 유혹하고, 이집트의 재력을 과시하고자, 연회에서 흥미로운 사건을 일으킨다. 시종이 가져온 용액이 담긴 잔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귀에 걸린 큼지막한 진주 귀걸이를 넣었고, 얼마 후에 그 물을 마셨다. 클레오파트라의 배짱에 놀란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고, 그 결과 로마의 패권을 정적인 옥타비아누스(후에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화학자의 눈으로 그 광경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클레오파트라가 진주를 식초에 넣었다면, 진주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산과 반응하여, 탄산수소칼슘으로 바뀌었고, 당연히 수용액에 잘 녹았을 것이다. 식초 잔 안에서 일어난 화학 반응은 앞에서 제시된 두 번째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결국 반응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식초 용액에 포함된 산으로 진주를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환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여왕의 지위에 걸 맞는 진주 귀걸이에 있는 진주 알맹이가 제법 컸을 것이라고 가정을 해보면, 진주가 녹아 마시기 편한 용액 상태로 되기까지에는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므로 즉석에서 식초에 녹여 마셨다는 이야기는 꾸며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산성비에 대리암이 녹는 것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대리암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종류의 조각상들과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대리암은 다른 암석에 비해, 색이 아름답고 다루기가 편해서 고대부터 건축 자재로 많이 사용하였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대리암은 진주와 마찬가지로 주성분이 탄산칼슘이다따라서 야외에 설치된 대리암으로 만든 조각 작품이 산성비에 녹아 내리는 것도 클레오파트라가 식초에 진주를 녹이는 것과 같은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