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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페라 교실 - 세계의 오페라 극장

minjpm 2010. 3. 19. 09:05

음반과 영상물이 넘쳐나는 요즘은 오페라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집에서 얼마든지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시간과 품을 들여 오페라 극장을 찾는 이유는 공연예술이 지닌 생동감과 일회적인 매력 때문입니다. 무대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음악과 연기는 반복이나 재생이 불가능하니까요. 1600년 경에 출발한 초창기 오페라의 작품들은 대개 귀족 궁정에서 공연되었지만, 1637년 베네치아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극장인 산 카시아노 극장(Teatro San Cassiano)이 베네데토 페라리의 오페라 [안드로메다] 공연으로 화려하게 개관한 뒤, 유럽 전역에서 차츰 오페라 극장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3년 뒤인 1640년에는 베네치아에서만 오페라 극장 용도로 리모델링한 극장이 세 곳 생겨났고, 그 수는 곧 일곱 곳으로 늘어났답니다.

 

 

 

목조건물에 촛불 조명을 사용했던 과거의 오페라 극장

상업극장이란 ‘공중(公衆) 오페라 극장’이라 불리는 곳으로, 귀족이든 평민이든 신분에 관계없이 돈을 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극장을 말합니다. 입장은 자유로웠지만, 일단 극장에 들어가면 귀족과 평민의 좌석이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비싼 입장료를 내야 앉을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VIP석 또는 VVIP석이라는 해괴한 명칭을 지닌) 1층 좌석이 예전에는 대개 값싼 평민석이었습니다. 그리고 극장 가장자리에 말굽 모양으로 설치되어 있는 2층이나 3층의 박스 석이 귀족들을 위한 좌석이었답니다.

 

17세기 로마에서 오페라는 교황 측근과 친지들의 지원으로 발전했고, 팜필리 궁 같은 귀족의 궁전 안에는 오페라 공연장이 따로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오페라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베네치아나 교황 및 귀족의 후원으로 오페라가 발전한 로마에서도 발레가 오페라와 함께 극장예술로 발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파리에서만은 루이 14세의 궁정 음악가 장 바티스트 륄리가 ‘음악비극’이라 불린 오페라 발레 형식을 창안했습니다. 이 형식은 륄리가 죽은 17세기 말에 쇠퇴했지만, 오페라에서 발레를 중시하는 프랑스적 전통은 훗날로 이어지게 됩니다.


 

17~18세기 오페라 극장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조명으로 촛불을 사용했고 극장은 대부분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에, 화재로 극장이 불타버리는 경우가 대단히 흔했습니다. 실수로 인한 화재도 많았지만, 개인적인 원한이나 극장간 과열 경쟁에 따른 방화도 많아서, 화재 발생의 이유가 영원히 비밀에 싸인 채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로 불리는 극장 건물은 대부분 19세기나 20세기에 새로 지어진 것들입니다. 오늘날의 오페라 극장은 통상 발레 극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00오페라단’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보통 ‘00오페라’, ‘00오페라 하우스’ 또는 ‘00오페라 극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오페라 극장’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연장이라는 외관만을 칭하는 말이지만, 구미(歐美)에서는 한 오페라 극장에 소속된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을 모두 포함해서 ‘00오페라극장’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지요. 세계의 유명 오페라 극장에는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합창단 및 발레단이 늘 상주하고 있어 성악가, 연출가들과 함께 오페라 공연을 매번 함께 만들어갑니다. 그럼 이제부터 세계의 오페라 극장을 한번 둘러볼까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Teatro alla Scala)

1778년에 개관한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오페라 극장입니다. 2차대전 중인 1943년에 폭격으로 부서졌다가 전쟁이 끝난 직후 3천 석 규모의 대극장으로 재개관했습니다. 베르디, 푸치니,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폰키엘리, 보이토, 칠레아, 마스카니 등 주요 이탈리아 작곡가의 오페라 작품들이 초연되어 오페라 역사상 대단히 큰 비중을 지닌 극장입니다. 오늘날 라 스칼라 극장의 명성은 무엇보다도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이 서는 무대라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칼라스, 테발디, 프레니, 시미오나토카루소, 질리, 베르곤치, 델 모나코, 디 스테파노, 파바로티 등의 가수가 모두 라 스칼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습니다.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 (The Royal Opera House Covent Garden)

영국 오페라의 중심인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1732년에 개관했다가 1808년에 화재로 무너졌고, 1809년에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로 재개관했습니다. 1949년에 빅토리아 양식으로 리모델링한 이 건물은 세계 오페라사에서 대단한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들이 특히 자주 공연되는 이 극장은 브리튼, 헨체, 홀스트, 마스네, 티페트, 베버 등의 오페라가 초연된 장소이기도 합니다. 로열 발레의 공연이 전체 오페라 하우스 공연일정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발레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는 극장이기도 합니다. 2,098석 규모의 대극장입니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 (Die Staatsoper Wien)

빈 국립오페라의 전신이었던 극장들이 있지만,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빈 국립오페라 건물이 지어진 것은 1869년이었고, 그때부터 줄곧 이 극장은 음악의 도시 빈을 세계에 대표하는 중요한 극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945년 3월, 폭격으로 무너진 이 건물을 재건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재개관 기념 오페라는 1805년 빈에서 초연된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 Fidelio]였습니다. 구스타프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로린 마젤, 요제프 크립스,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의 명지휘자가 음악감독으로 이 극장을 이끌었고, 마스네의 [베르테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 등의 오페라가 이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탈리아와 독일 양쪽 오페라의 레퍼터리를 고르게 소화하고 있으며 탁월한 연출가들이 걸작들을 탄생시키는 극장이기도 합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The Metropolitan Opera)

미대륙 최고의 오페라 극장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페라 프로덕션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는 극장입니다. 작품의 시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전통적인 연출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해왔으며, 놀라운 수준의 무대 기술이 특별한 규모의 공연을 가능케 하는 극장이기도 합니다. 1883년에 개관하여 수많은 오페라계의 스타를 탄생시킨 메트로폴리탄 극장은 1966년 링컨 센터 건축과 함께 이전하면서 거의 4천 석에 달하는 대규모 극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메트(Met)’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이 극장은 1931년에 최초로 오페라 공연을 라디오로 방송했고, 오페라 실황 TV 방송을 처음으로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세계 각국 영화관에서 메트의 그해 시즌 공연을 필름으로 선보여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 (Le Grand Opera)

파리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이며 샤갈이 그린 아름다운 천장화로 유명합니다. 소설이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로도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설계자 샤를 가르니에의 이름을 따 ‘가르니에 극장’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1862년에 착공하여 1875년에 완공된 건물로 객석이 2,200석에 달하는 대극장입니다. 현재는 오페라보다 발레가 더 많이 공연되고 있어 발레 애호가들에게는 꿈의 극장입니다. 1989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이 개관하여 빼어난 연출력과 진취적인 극장 운영으로 대중적인 호응과 인기를 얻고 있지만, 가르니에 극장은 여전히 과거의 광휘(光輝)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문화를 세계적으로 대표하는 극장을 꼽을 때 대개 위의 극장들을 예로 듭니다. 그러나 오페라 극장의 중요도에 확고한 서열을 매기기는 어렵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극장들이 저마다의 매력과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비중 있는 오페라 극장들을 열거해보면, 뮌헨 국립 오페라 극장,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취리히 오페라 극장,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브뤼셀 왕립 극장, 마드리드 왕립극장,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 볼로냐 시립 극장, 드레스덴 젬퍼오페라 극장, 스톡홀름 드로트닝홀름 궁정 극장, 시드니 오페라 극장, 베를린 도이치오페라 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극장,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극장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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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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