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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해

[스크랩] 오케스트라 교실 - 목관악기의 특징과 매력

minjpm 2010. 3. 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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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곡에서 가장 돋보이는 악기는 무엇일까요? 지난 시간에 현악기 솔로가 관현악곡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사실 대부분의 관현악곡에서 돋보이는 악기는 역시 목관악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예쁜 선율은 목관악기들이 거의 독차지하다시피 하거든요. 그건 목관악기가 오케스트라의 독주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목관악기 연주자들은 연주 중 긴장도가 가장 크다

오케스트라의 현악 연주자들은 마치 합창단처럼 여러 사람이 하나의 악보를 보고 연주합니다. 제1바이올린에 속한 여러 명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제1바이올린 파트에 해당하는 똑같은 악보를 같이 보며 합주를 하게 되지요. 그래서 간혹 한 사람이 조금 실수를 하거나 음을 빼먹는 일이 있어도 다른 연주자들이 있기 때문에 현악 연주자들의 연주 부담감은 좀 덜한 편입니다.

 

하지만 목관악기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연주 중에도 대단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연주할 수밖에 없어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작곡된 하나의 악보를 보고 그 파트를 전적으로 책임져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마디수를 잘못 세서 엉뚱한 시점에 연주를 하거나 하면 전체 오케스트라 연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 다른 단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지요. 그래서 목관악기 연주자들은 연주 내내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멜로디를 많이 연주해야하는 목관악기 수석주자들의 스트레스는 대단하지요. 하지만 부담감이 큰 만큼 목관악기 수석 주자들에겐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이 주어지니 음악가로선 참 행복한 일일 겁니다. 오케스트라의 목관악기들 중 고음역을 담당하고 있는 플루트와 오보에는 음색 자체에서 고상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기 때문에 바이올린처럼 여성적 이미지와 관련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음색에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관현악곡에서의 역할은 약간 차이가 있지요.


 

 

 

순수와 관능 – 플루트의 상반된 매력


플루트는 다른 관악기들과는 달리 가로로 길게 부는 악기라 그런지 오케스트라에서 유난히 눈에 띕니다. 요즘은 은이나 금으로 된 플루트가 많기 때문에 플루트가 나무 관으로 된 목관악기로 분류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옛날 플루트는 나무 관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플루트는 목관악기에 속합니다. 플루트는 고음역과 저음역에서의 음색이 매우 달라서 관현악곡에선 음역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매력이지요.

 

 

 

플루트가 높은 음역으로 연주할 때는 맑게 갠 푸른 하늘처럼 화창하고 푸르른 음색을 뿜어냅니다.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중 ‘미뉴에트’에서 하프의 반주에 맞추어 연주되는 플루트의 청아한 멜로디를 듣고 그 소리에 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특히 플루트의 멜로디가 높이 치솟아오를 때 느껴지는 크리스털 같은 맑은 소리는 정말 순수함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리스트는 괴테의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그의 [파우스트 교향곡]에서 순수한 여인 ‘그레트헨’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플루트를 사용했습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비제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제2번 중 미뉴에트 / 토머스 비첨 경, 로열 필하모닉오케스트라, 1956년 듣기
2 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2악장 그레트헨 / 토머스 비첨 경, 로열 필하모닉오케스트라, 1958년 듣기

 

 

이런 플루트가 때로는 팜므 파탈 같은 관능미를 풍길 때도 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플루트가 아주 낮은 음역에서 연주할 때는 마치 색소폰과 같은 풍부하고 농익은 소리를 들려주지요.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1악장 제2주제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플루트는 매우 낮은 음색으로 민요적인 분위기의 친근한 선율을 연주하는데, 평소의 플루트답지 않게 상당히 풍만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데 플루트가 워낙 낮은 음역에서 연주하다보니 이 부분에서 화음으로 반주하는 현악기들은 소리를 최대한 약하게 연주하지 않으면 이 매력적인 플루트 솔로가 묻혀버릴 위험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관능적인 플루트의 매력을 가장 잘 나타낸 음악은 아마도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일 겁니다. 아무런 반주도 없이 곧바로 플루트 솔로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멜로디를 듣다보면 절로 낮잠에 빠질 것 같은 나른함이 밀려옵니다. 그 육감적인 매력을 풍기는 악기가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에서 그 아름다운 미뉴에트의 선율을 연주하던 천사의 악기였나 싶을 정도지요.

 

no 아티스트/연주  
1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1악장 / 이스트반 케르테스, 빈 필하모닉, 1961년 듣기
2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1957년 듣기

 

 

 

우아한 중년여성 – 오보에의 기품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의 옆자리에 앉는 오보에는 목관악기 가운데 제대로 소리내기가 매우 어려운 악기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그만큼 오보에 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가는 힘이 강해서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요. 플루트보다는 조금 단단하고 꽉 찬 소리를 지니고 있어서 여성으로 치면 청초한 소녀라기보다는 우아한 중년 여성의 이미지랄까요? 그래서 그런지 오보에는 관현악곡에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선율을 독차지합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후안]을 예로 들면 플루트와 오보에의 차이가 명백해집니다. 이 곡에서 바이올린과 플루트, 그리고 오보에가 모두 세기의 호색한 돈 환의 연인을 상징하고 있는데, 그 성격은 모두 다릅니다. 지난 시간에 소개해드린 [돈 후안]의 바이올린 솔로가 요염한 여인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면, 플루트는 부끄러움이 많은 순결한 여인으로 묘사되고, 오보에는 귀부인과 같은 기품이 흐르는 여인으로 표현되지요. 슈트라우스의 작품 속에서 플루트는 돈 환의 열렬한 구애를 피해 도망가는 순진한 처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수줍은 듯 도망치는 여인의 모습이 플루트의 싱코페이션 리듬으로 표현된 것이 정말 절묘하지요. 구애하는 돈 환의 열렬한 사랑고백은 풍성한 현악기로 표현되고 도망치는 여인은 플루트 소리로 묘사됩니다. 반면 귀부인과 같이 고상하고 기품 있는 오보에의 선율이 흐르면 그를 둘러싼 주변의 분위기는 갑자기 진지하고 신비스럽게 변모하게 되고 모두들 그녀의 우아한 자태와 고고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듯합니다.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특히 오보에의 고상한 면에 끌렸던 모양입니다. 그는 교향시 [돈키호테]에서도 오보에게 귀부인 역할을 맡깁니다. 이 곡에서 오보에는 기사 돈키호테가 경애하고 사모하는 귀부인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그 우아한 자태를 뽐내지요.

 

no 아티스트/연주  
1 플루트 - R.슈트라우스 [돈 후안] / 프리츠 라이너, 시카고 심포니오케스트라, 1954 듣기
2 오보에 - R.슈트라우스 [돈 후안] / 프리츠 라이너, 시카고 심포니오케스트라, 1954 듣기

 

 

표제가 없는 순수 기악곡에서도 오보에 솔로는 매우 돋보입니다. 비제의 [교향곡 제1번]의 2악장에서 긴 솔로를 연주하는 오보에의 선율을 듣고 있노라면 이 곡이 교향곡인지 오보에 협주곡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죠.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2악장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이 곡의 독주악기는 분명 바이올린임에도 불구하고 2악장에 매우 긴 오보에 솔로가 나와 바이올리니스트를 당황하게 하지요. 그래서 19세기 명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는 “아다지오에서 오보에가 연주하는 동안 나는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멍청하게 서서 듣고 있어야 한단 말이요?”라고 불평을 늘어놓았다는군요. 이 곡에서 오보에가 거의 독주 바이올린만큼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하기 때문에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가 모두 끝나면 독주 바이올리니스트가 오케스트라의 수석 오보이스트를 일으켜 세우며 박수를 보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비제 [교향곡 제1번] 2악장 / 샤를 뮌쉬, 프랑스 국립 라디오 오케스트라, 1966년 듣기
2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2악장 /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프란츠 콘비츠니,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1954년 듣기

 

 

 

평화로운 목동의 피리 소리 – 잉글리시 호른


오보에의 사촌 쯤 되는 ‘잉글리시 호른’이란 악기도 종종 인상적인 멜로디를 연주하곤 합니다. 잉글리시 호른은 관현악곡에 자주 나오는 악기는 아니지만, 한번 나왔다 하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죠. 대표적인 곡이 바로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2악장입니다. 고향을 그리는 듯 그리움에 싸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잉글리시 호른의 선율은 가슴을 파고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오보에에 비해 더 굵고 풍성한 느낌을 주는 잉글리시 호른은 목가적인 느낌이 강해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3악장에선 목동의 피리소리를 흉내 내기도 합니다. 이 곡에서 잉글리시 호른은 가까이 있는 목동의 피리소리를 뜻하고 오보에는 멀리서 들려오는 목동이 화답하는 소리를 나타냅니다. 그래서 오보이스트는 멀리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의 효과를 내기 위해 무대 뒤로 가서 연주를 하게 되죠. 서로의 노래에 화답하는 잉글리시 호른과 오보에의 이중주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no 아티스트/연주  
1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2악장 / 이슈트반 케르테스, 빈 필하모닉, 1961년 듣기
2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3악장 / 앙드레 클뤼탕스, 프랑스 국립 라디오 오케스트라, 1955년 듣기

 

 

플루트와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못지않게 주요 멜로디를 많이 연주하는 악기는 바로 클라리넷입니다. 아주 낮은 음역을 연주하는 바순도 때때로 재미난 멜로디를 연주해 청중을 놀라게 하기도 하는데요, 다음엔 클라리넷과 바순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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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규 /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이미지 TOPIC / corbis

음원 제공 소니 뮤직

 

 

 

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classicabc/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