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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이 [밤의 가스파르, Gaspard de la nuit]를 완성한 것은 1908년 9월 8일이고 초연은 다음 해인 1909년 1월 9일 파리의 에라르 홀에서 열렸다. 이 날 초연을 담당했던 피아니스트는 프랑스와 스페인 음악의 옹호자이자 라벨의 오랜 친구였던 리카르도 비녜스(Ricardo Viñes)였다. 1875년생 동갑이었던 두 사람은 모든 예술적 방향을 함께 하는 친구들의 모임에 속해있었는데, 비녜스는 1898년에 [고풍스러운 미뉴에트]를 초연하면서 라벨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고, 1902년 4월 5일에는 [물의 유희]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4년 뒤에는 [거울]을 초연했다. 이 가운데 [거울]의 각 악장들은 모임의 회원들에게 각각 헌정되었는데, 비녜스는 ‘슬픈 새’를 헌정받았다. 안타깝게도 비녜스는 라벨의 작품을 녹음으로 남기지도 못한 채 1943년 궁핍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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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요정 (Ondine) / 필립 앙트르몽[피아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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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Le Gibet)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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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르보 (Scarbo)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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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봐요, 들어봐요! 부드러운 달빛에 비친 당신의 유리창에 물방울을 흩뿌려 울리게 하는 것은, 나 물의 요정이랍니다. 그리고 여기 무지갯빛 가운을 걸친 저택의 아가씨가 발코니에 서서 별이 총총한 밤의 아름다움과 잠든 호수를 바라보고 있어요. 흐름을 헤엄치는 물방을 하나 하나가 물의 요정이고, 흐름의 하나하나가 나의 거처로 가는 오솔길이며, 그리고 나의 거처는 깊은 호수 속에 불과 흙과 공기의 세모꼴 속에 물로 만들어져 있죠 들어봐요, 들어봐요! 나의 아버지는 푸른 버드나무 가지로 물가를 찰랑거리고 계시죠. 그리고 나의 자매들은 그 물거품의 팔로 물백합과 글라디올러스가 우거진 푸른 풀의 섬을 쓰다듬고, 수염을 드리우고 구부정하게 강물에서 낚시하는 버드나무를 놀려대지요”
낮은 목소리로 그녀는 나에게 애원했다. 그녀의 반지를 내 손가락에 끼고 물의 요정의 남편이 되어 그녀의 거처에 와서 호수의 왕이 되라고. 그리고 나는 인간 여성을 사랑하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녀는 샐쭉해져서 투정부리며 나지막하게 울고, 갑작스럽게 소리내어 웃더니 물방울이 되어 나의 푸르스름한 창문을 타고 하얗게 흘러내려서는 이내 흩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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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들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밤바람의 음산한 울림이었던가? 아니면 교수대에 매달린 죽은 이의 한숨인가? 아니면 그것은 나무가 불쌍히 여겨 보호해 주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었던가? 그것은 죽음의 소리에 멀어버린 귓가에서 파리가 먹이를 찾는 신호인가? 아니면 벗겨진 머리의 피투성이 머리칼을 잡아뜯는 풍뎅이인가? 아니면 아마도 죄어진 그 목을 장식하려고 길다란 머슬린을 짜는 몇 마리의 거미인가? 그것은 지평선 너머 마을의 벽에서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붉은 석양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목 매달린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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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몇 번이나 나는 스카르보를 보고 들었던가. 황금빛 꿀벌로 얼룩진 남색 깃발 위에 은화 같이 달이 밝은 한 밤중에! 몇 번이나 나는 들었던가, 내 침대를 둘러싼 실크 커튼 속에서 긁어대는 듯 울려퍼지는 그의 웃음소리를. 몇 번이나 나는 보았던가, 천정에서 떨어져서 손을 놓은 마녀의 빗자루처럼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것을. 그리고 그가 사라지는가 하고 생각하자마자, 그는 대성당의 첨탑처럼 커지고 또 커져서 달빛을 가리고 그의 뾰족한 모자에서는 금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은 푸르게 변하여 마치 촛농처럼 투명해졌다. 그의 얼굴은 꺼져가는 양초처럼 창백해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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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navercast.naver.com/classical/masterpiece/3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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